
현대 우리나라 화장장 건립계획들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어디나 “문화”와 “공원”에다 “체육시설” 중에 하나 이상의 키워드는 꼭 포함된다. 1986년 준공한 서울시립 장제장(현, 승화원)부터 최근에 부지를 확정한 평택시 화장장까지. 참 그럴듯하고, 좋게 들린다.
일단 화장장이라는 최고 기피 시설에다 선호 시설 추가는 주민 호응을 끌어내는 좋은 방안이라는 데 절대 동의한다. 하지만 먼저 그 부지 안에 그런 시설 공간을 더하는 게 가능한지 의문이 든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크기론 화장장 등 장사시설 배치하면 알맞을 것으로 본다. 부지를 좀 넓게 잡은 곳은, 이미 투자 적격 심사 과정에서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 하나 입지들이 생활권과 떨어져 접근성이 나쁘다는 점이다. 일부러 화장장이 있는 곳까지 찾아가 문화나 체육 활동 등을 누릴 사람이 얼마나 될까?
여기서 깊이 생각할 게 화장장이라는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보통 3일장을 치르고 화장장에 도착하면, 심신이 지쳐 있다. 그들이 2시간 남짓 머무르면서 공원을 산책하고 문화예술을 접한다? 참 어려운 일이다. 관련 경험이 좀 있는 이들은 그럴듯하기만 한 이상의 실현이 어려울 것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1985년 서울시립 장제장 건립에서는 그냥 장내 공원화를 들고나왔다. 오랫동안 나무 심고 공들여 가꾸어 왔지만, 주차장만 눈에 들어올 뿐 공원과는 좀 거리가 있다.
한참 시간이 지나, 2001년 서울시 제2화장장인 서울추모공원 건립계획이 발표된다. 여기서는 예술품 수준의 친환경적인 추모 문화 시설과 아름다운 시민 휴식・문화공원으로 조성한다고 강조했다. 2025년 오늘날, 서울추모공원에서 이런 모습을 얼마나 찾을 수가 있을까? 시민 없는 시민공원만 덜렁 남아 있지는 않은가? 유족들로부터 관심을 끌지도 못하는 여러 조형물과 갤러리가 장소만 차지하고 있지는 않은가?
화성시에 있는 함백산 추모공원은 애초 미국의 거대 공원묘지에나 붙이는 “메모리얼 파크”라는 거창한 이름을 내걸었다. 찬반 논쟁으로 뜨겁던 2015년 4월, 화성시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전 면적의 3분의 2를 공원, 산책로, 정원, 녹지 등으로 꾸미고 국내 최고의 조경 전문가를 초빙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스웨덴의 ‘우드랜드’ 화장장처럼 아름다운 공원으로 조성하겠다”라고 밝혔다. 게다가 “문화체육예술인 묘역을 조성해 매년 기념 음악회나 전시회, 추모행사를 열어 주민과 함께하는 문화・관광시설로 조성하겠다”라는 헛된 청사진도 내놓았다. 하지만 국토부 허가 과정에 면적이 36만 3천여㎡에서 14만 8천여㎡나 대폭 줄어든 채로 승인되었고, 그 결과 화장장 등 장사시설만 남은 채 2021년 7월 준공했다.
수원 연화장은 2000년 개원 직후 잘 가꾸어진 공원과 뛰어난 건축 등 전국적으로 많은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장례부터 화장 및 봉안 수요 증가에 따라 빼곡하게 시설 증축이 잇따르면서 공원으로서의 쾌적성이 줄어들고 말았다. 공원 기능이 준 배경에는 시가지로부터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반면에 인천가족공원은 원래 시민들이 접근을 꺼리던 부평 공동묘지와 화장장이었다. 2007년부터 3단계로 나눠 공동묘지 개발과 공원화 사업을 진행하였다. 그 노력은 기대를 뛰어넘는 효과를 거두어, 아이들의 소풍부터 시민 산책과 등산 등 도시녹지 휴식공원 기능까지 역할을 넓혀 가고 있다. 도심에 가까운 지리적인 이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앞 사례들은 화장장과 주민 선호시설 병설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음을 말해준다. 아직 일반의 정서상 화장장이라는 곳에서 문화를 향유하고 체육 활동을 하는 걸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민 인센티브 사업이 요란하기만 할 뿐 이행하기 어렵고,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면 民도 官도 다시 생각해야 하지 않겠는가? “화장장이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하는 시설인지”를 깊이 생각해 보면 답은 분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