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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섭의 이심전심(以心傳心)] 21세기 한민족의 실용외교 엔진, 재외동포

 

8월 13일,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지만 700만 재외동포 관련 과제는 123개 항목 중 맨 마지막에 배치됐다. 대선 공약인 재외국민 보호, 차세대 동포 육성, 온라인 민원 서비스, 영사·여권 행정 혁신, 참정권 확대 등이 일정 부분 반영됐지만, 국경과 국적을 넘어선 전략적 자산으로서의 재외동포를 후순위에 둔 점은 아쉽다.

 

180개국 700만 재외동포는 단순한 해외 거주민이 아니다. 글로벌 정치·경제·사회·문화·학술·종교 등 전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확장 네트워크로 기능해왔다. 평상시에는 한국 이미지 제고와 교류·투자·무역·문화 확산을 주도했고, 위기시에는 국제 여론 조성, 협상력 강화, 정상회담 인맥 연결 등에서 은밀하지만 강력하게 작동했다. 3·1운동과 임시정부 후원, 6·25전쟁 참전, 대유엔·미국 외교 로비, 한·일 국교정상화 막후 교섭, 북방외교 성사, IMF 극복, 한류(K-Culture) 확산과 글로벌 기업 진출 지원까지, 이들의 발자취는 ‘보이지 않는 손’처럼 대한민국을 떠받쳐왔다.

 

역대 정부도 동포사회의 요구에 맞춰 다양한 조치를 시행해왔다. 박정희 정부의 재일민단 지원, 김영삼 정부의 재외동포재단 설립, 김대중 정부의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지위에 관한 법률 제정, 노무현 정부의 ‘세계한인의 날’ 제정, 이명박 정부의 제한적 복수국적 허용, 박근혜 정부의 재외국민 주민등록증 발급, 문재인 정부의 재외국민보호를 위한 영사조력법 제정, 윤석열 정부의 재외동포청 신설이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정책 기조는 대부분 민원 처리나 선심성 지원에 머물렀다. 이제 이 거대한 힘을 단순한 행정 영역에 묶어둘지, 국가공동체의 미래를 좌우할 전략 자산으로 승화시킬지 선택해야 할 시점이다.

 

실용외교를 표방한 새 정부는 재외동포정책의 틀을 근본부터 재설계해야 한다. 재외국민 안전, 재외투표 편의, 복수국적 연령 조정 같은 단편적 접근만으로는 부족하다. 안보·경제·통상·산업·문화·과학기술을 포괄하는 종합적 미래 전략이 필요하며, 특히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주요국 동포사회의 역량을 국익과 민족 이익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으로 결집해야 한다.

 

첫째, 차세대 정체성 교육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대통령이 광복절 특별 메시지에서 이를 약속한 만큼, 재외동포청은 한국어·역사·문화 교육과 글로벌 네트워크 지원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언어·정체성 단절,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국적 포기 문제는 범정부 차원에서 해결하고, 재외동포교육문화센터 건립, 표준화된 커리큘럼과 디지털 학습 플랫폼 구축, 차세대 이중언어교사 양성, 한류(K-Culture) 자원을 활용한 세계시민성 교육 콘텐츠 제공 등 구체적 실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글로벌 한인 네트워크를 전략 자산으로 체계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각국 인적 자원과 현지 영향력을 데이터베이스화 하고, 기업·대학·한인회·한글학교·한상·언론 등 민관산학(民官産學) 거버넌스를 가동해야 한다. 단순 명단 확보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빅데이터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국내외 전문가와 차세대 리더를 연결하고, 내국민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글로벌 영향력을 한층 확장해야 한다.

 

셋째, 균형 감각이 필수적이다. 한·미정상회담 전 일본을 방문한 대통령이 동포들의 애국심에 보답하겠다고 했지만, 동포 문제는 대통령 의지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현지 정부·지역사회의 시선, 과거사에서 비롯된 민감 정서, 법·제도와 문화 차이를 늘 고려해야 한다. 불투명하거나 보여주기식 지원은 수십 년 쌓아온 신뢰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 때로는 신중한 비공개도 필요하다. 모국과 거주국 모두를 존중하며, 겸손하면서도 꼼꼼하게 추진할 때 동포 정책은 진정한 힘을 발휘한다.

 

21세기 한민족의 미래는 더 이상 한반도에만 갇혀 있지 않다. 700만 재외동포는 국익과 실용외교의 숨은 엔진으로, 모국과 거주국 모두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실질적 잠재력을 품는다. 이들은 외교·안보·통일의 든든한 후원세력이자, 거주국이 예의주시하는 민감한 전략 자산이다. 전 세계로 뻗은 동포 역량이 결집하면, 글로벌 네트워크는 은밀하지만 강력한 실용외교 엔진으로 기능한다. 경제·과학기술·문화·인재 분야에서 동포사회의 글로벌 역량과 전문성이 한국의 국익과 맞닿을 때, 그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정부와 동포사회가 지혜를 모으면, 700만 재외동포는 세계를 무대로 인류와 함께하는 희망의 네트워크로 도약할 수 있다. 이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히는 국가적 책무이자 전략적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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