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콘텐츠 없는 유통은 이제 상상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한국 콘텐츠 IP(지식재산권)가 스크린을 넘어 일상 소비재·패션·편의점 상품까지 확산하며 유통업계 핵심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케이팝 데몬헌터스’가 글로벌 흥행에 성공하면서 관련 산업 매출에 직격탄을 안겼다.
‘케이팝 데몬헌터스’는 누적 시청수 2억 4600만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영화 역대 흥행 1위에 올랐다. 영화·TV 통합 기준에서도 역대 최대 흥행작 타이틀을 거머쥘 가능성이 높아, 콘텐츠 산업의 지형을 바꿀 대표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글로벌 인기는 곧바로 유통업계의 협업으로 이어졌다. 농심은 작품 속 주인공이 컵라면을 먹는 장면을 반영해 한정판 라면과 스낵을 출시했다. 신라면과 새우깡, 소스 신제품 '신라면 툼바 만능소스'의 국내외 포장에 헌트릭스의 루미, 미라, 조이와 사자보이즈, 호랑이 더피 등 캐릭터를 적용한 제품을 선보이는 중이다.
한정판 신라면 세트는 불과 1분 40초 만에 완판됐으며, 출시 전과 대비해 주가가 17.3% 급등했다. 단순 이벤트를 넘어 브랜드 이미지와 투자 심리까지 흔들어놓은 협업이 된 것이다.
파리바게뜨도 빠르게 대응했다. ‘케이팝 데몬헌터스’ 캐릭터를 활용한 케이크와 디저트는 출시 직후 SNS에서 화제가 되며 조기 품절 사태를 빚었다. 특히 해외 매장 동시 출시로 글로벌 팬덤을 흡수, 한국 베이커리 브랜드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디야커피는 중국 게임 ‘붕괴: 스타레일’과 협업해 매장·앱·온라인몰 등 다채널에서 굿즈를 제공하는 차별화 전략을 전개 중이다. 소비자 접점마다 새로운 경험을 제시하며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편의점 업계 역시 웹툰 기반 IP 협업의 성과를 실감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네이버웹툰 ‘좀비딸’ 개봉일에 맞춘 간편식을 내놓으며 매출 증대를 꾀했으며, 이마트24는 그룹 ‘아일릿’의 오리지널 웹툰 ‘썸머문: 더 큐프리즈’와 손잡고 젊은 소비층을 공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K-콘텐츠 IP는 유통업계에서 더 이상 옵션이 아닌 필수 전략”이라며 “케이팝과 K-드라마에 이어, IP 협업이 글로벌 유통의 새로운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IP 활용이 지나치게 남발될 경우 소비자 피로감과 브랜드 정체성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결국 핵심은 어떤 IP를 선택하고, 이를 어떻게 활용해 차별화된 경험으로 연결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강력한 팬덤을 지닌 K-콘텐츠 IP가 유통가를 어떤 모습으로 변화시킬지 주목되고 있다.
[ 경기신문 = 박민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