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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방에서 10명이 잤어요"…6·3 항쟁 당시 체포된 대학생 검찰 항소에 '분노'

1964년 한일회담 반대 집회 참가 후 한 평생 '내란범' 낙인
60년 만에 명예회복했으나 '항소'…"억울함 어떻게 푸나"

 

"사람 하나 누워도 좁은 독방에서 13명이 생활했어요. 불법적으로 체포됐는데 검찰이 항소했다니 억울함이 풀리겠습니까"

 

최근 수원지법 민사9단독(김용희 부장판사)은 백광수·차진모 씨 등 2명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냈다. 그러나 지난 9일 수원고검과 국방부는 불복하고 항소했다. 재판부가 '불법 계엄으로 인한 국민 기본권 침해'라고 판단했으나 소송지휘권자인 수원고검은 "계엄 불법성 여부에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백 씨는 경기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가가 저를 불법적으로 구금하고 인권을 집밟았다. 한평생 내란범으로 찍혀 살아 명예회복을 하겠다는데 그것 조차 못하게 하나"고 토로했다.

 

1964년 대학생이던 백 씨는 정부의 잘못된 선택을 바로잡기 위해 시장을 돌아다니며 현수막을 제작하는 등 집회에 참가할 준비를 했다. 당시 박정희 정부는 일제로부터 독립한 지 불과 20여 년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한일회담을 진행하려 했고, 결국 서울시에선 '제2의 경술국치', '굴욕적 외교'라며 3월부터 집회가 이어졌다.

 

 

정부는 같은해 6월 3일 계엄령을 선포해 집회를 무력으로 진압했지만, 정작 백 씨가 체포된 것은 그보다 앞선 2일이었다. 당시 그는 시장을 돌아다니며 현수막을 제작하는 등 집회 참가를 준비하고 있었으나 경찰에 덜미를 잡혔던 것이다. 결국 그는 내란 예비음모 혐의로 서울형무소에 구속됐다. 백 씨는 "계엄보다 하루 앞서 경찰에 체포됐다. 당연히 불법 체포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수개월 동안 백 씨는 정부로부터 반인륜적인 취급을 받아야만 했다. 그는 "당시 서대문형무소 독방에 구속됐다. 13명이 변기를 머리 맡에 두고 살아야 했다"며 "여름에는 악취로 죽을 맛이었고, 밤에는 코에 다른 사람 발이 닿는 등 불편함의 연속이었다. 죽지 않으면 나올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백 씨의 구속 소식에 그의 가정도 풍비박산이 났다. 당시 청주에 거주하던 백 씨의 부모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백 씨를 보기 위해 왕복 8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뚫고 서대문 형무소로 향했다. 그러나 정작 백 씨를 볼 수 있었던건 불과 2분 남칫에 불과했다.

 

같은 해 9월 10일 국회는 '6·3사태에 관련된 구속 학생 석방에 관한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고, "정부가 이들에 대한 공소를 취소하고 조속히 석방할 것" 등을 요구했다. 결국 16일 백 씨는 공소기각 결정을 받았고, 사회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내란범'이라는 꼬리표는 그를 한평생 따라다녔다. 대학교를 졸업한 후 20여 개가 넘는 기업에 취직하려 했으나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그는 억울함을 풀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호소했으나 별다른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2023년 12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백 씨 등에 대한 구금 등 행위를'불법적인 수사를 받은 후 내란예비음모 및 내란미수 혐의로 기소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규정했다.

 

결국 그는 명예회복을 위해 소송전에 뛰어들었고, 1년 4개월 만에 승소 판결을 받아냈고, 무려 60여 년만에 명예를 되찾았다. 그러나 군과 검찰이 항소했다는 소식에 다시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백 씨는 "지난해만 해도 국방부장관에게 공문 형식으로 당시 제가 겪은 일에 대해 사과를 받았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저의 명예를 회복할 줄 알았다"며 "이제와서 정부는 저의 뒷통수를 쳤다. 서대문 형무소에 구속될 당시부터 지금까지의 억울함을 어떻게 풀어야 하냐"고 호소했다.

 

수원고검 관계자는 "1964년도 당시 정부의 계엄령 선포 효력이 위법한지에 대해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백 씨를 포함한 이들이 불법적으로 체포된 것인지에 대한 항소심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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