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음악, 영화, 드라마, 게임, 화장품 등 'K'가 붙은 상품이 다양한 분야에서 전 세계를 주름잡고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라는 콘텐츠에 나오는 한국어 가사를 또박또박 발음하는 외국인의 모습은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을 정도다.
수원화성문화제는 그 자리를 노리며 대한민국 대표 축제를 넘어 글로벌 축제를 꿈꾸는 화려한 날갯짓을 시작한다. 62년 전통의 수원화성문화제와 조선시대 왕실 퍼레이드를 재현하는 정조대왕 능행차가 이번 주말부터 8일간 K-축제의 도약을 알린다.

◇더 길고, 더 넓게…'수원화성문화제'
62회차를 맞은 수원화성문화제는 올해 개최 기간과 장소를 대폭 확대하는 변화를 꾀했다. 시민은 물론 국내외 관광객이 기존의 두 배가 넘는 기간 동안 수원화성 권역 전체에서 '새빛팔달'을 주제로 한 축제를 즐길 수 있다.
축제 기간은 오는 27일부터 10월 4일까지 총 8일이다. 1795년 정조대왕의 을묘원행이 8일간의 행차였던 사실을 따라 역사적 의미를 강화했다. 27일 오후 5시 여민각에서 개막 타종식과 오후 7시 30분 화서문에서 미디어아트 개막식을 시작으로 일주일이 넘는 기간 내내 축제가 이어진다.
시는 일주일 이상 진행되는 브라질 리우 카니발, 독일 옥토버 페스트, 일본 삿포로 눈축제 등 세계적인 축제들과 비교해 수원화성문화제의 적절한 기간을 분석할 예정이다.
축제 장소는 수원화성 전역으로 넓혔다. 축제의 중심을 수원화성에서 수원천 동편에 자리 잡은 수원화성의 가장 아름다운 장소 '방화수류정' 주변까지 확장한다.
정조대왕이 유람하던 방화수류정 아래 연못에 미디어아트 작품을 설치한 '낮과 밤' 전시가 왕실 정원의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평소 들어갈 수 없던 용연에는 무대가 설치돼 저녁 8시 빛과 물, 소리가 어우러지는 '선유몽'도 펼쳐진다.

◇모든 구간이 하이라이트, '정조대왕 능행차'
빼놓을 수 없는 정조대왕 능행차는 축제 초반에 진행돼 관광객의 관심을 높일 예정이다. 1795년 효심 깊은 정조대왕이 서울 창덕궁을 나서 화성 융릉까지 이어간 전통 왕실 퍼레이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동행동락'(同行同樂)을 주제로 재현한다.
이달의 마지막 일요일인 28일 서울, 경기, 수원, 화성 구간 재현 행렬이 동시 진행되는 가운데 수원 구간은 최대 인원과 말을 투입해 전통을 제대로 보여준다. 올해는 다채로운 시민 참여팀을 본행렬 전에 중점 배치해 관람객의 눈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노송지대~수원종합운동장~장안문~행궁광장까지 6.8㎞를 재현하는 수원 구간은 두 개로 나눠진다. 2000여 명의 인원과 말 90여 필이 총출동한다. 1구간은 오전 11시 30분 노송지대에서 출발하며 수원종합운동장까지 90분 동안 행렬 이동을 구경할 수 있다.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오후 3시 30분 재개되는 2구간 행렬은 가장 화려하다. 연합풍물패를 선두로 장안문 북측에서 출발한 뒤 수원유수가 정조를 맞이하는 모습을 재현한다. 본행렬은 오후 5시쯤 행궁광장에 진입해 오후 5시 30분 정조대왕이 입궁하는 퍼포먼스로 능행차를 마무리한다.

◇"이건 꼭 봐야 해"…시민 참여로 완성된 체험
수원화성문화제의 다양한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은 시민의 참여로 완성될 예정이다. 단순 체험이나 형식적 참여를 넘어 시민이 주축이 되도록 구성한 프로그램들은 축제의 주인공이 시민임을 나타낸다.
특히 행궁광장에서 5일간 진행되는 시민의 위대한 건축 '팔달'은 웅장함을 자랑한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커뮤니티 아티스트 올리비에 그로스떼뜨와 사전 모집한 시민 건축가 및 현장 참여자들이 종이로 팔달문을 건축한다.
9월 30일부터 10월 1일 박스 모듈로 거대한 팔달문을 만들고 2~3일에는 완성한 팔달문을 감상하며 함께 즐기는 문화 공간으로 활용한다. 마지막 날인 4일에는 완성한 종이 팔달문을 해체하는 퍼포먼스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가마레이스'는 가교와 유옥교를 모티브로 만든 가마를 들고 질주하는 이색 레이스다. 28일 오후 1시 30분 결선이 치러진다. 10월 3일에는 과거시험을 재현하는 '별시날'이 총 3회 진행되며 4일 낙남헌에서는 60세 이상 어르신들을 위한 현대판 연회 '양로연'이 정조대왕의 효심을 되살린다.
주제 공연 '야조'는 축제 마지막 이틀간 연무대 특설무대를 화려한 불꽃과 음향으로 장식한다. 정조대왕이 을묘원행 넷째 날 서장대에서 호위 부대 장용영을 지휘하며 펼친 야간 군사훈련을 모티브로 기마 퍼포먼스, 군사 군무 등이 펼쳐진다.

◇K-축제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글로벌빌리지'
올해 수원화성문화제는 축제에 참여하는 외국인 대상 프로그램과 공간을 집적화해 글로벌 축제로서 면모를 자랑한다. 외국인 전용 프로그램은 총 7가지다.
한옥 속 포토존에서 한복과 함께 특별한 순간을 간직하는 '한복한컷', 전통주 시음과 페어링 안주요리를 배우는 '주랑주랑', 크로스오버 국악 밴드의 공연이 펼쳐지는 '한옥 스테이지 이리ON 소리' 등이 있다.
축제장에는 외국인 관람객과 소통하며 문화를 연결하는 자원봉사자 '글링이'가 곳곳에 배치된다. 이들은 외국인 방문객의 원활한 관람을 돕기 위해 통역, 행사 안내, 문화 해설, 참여 유도 등을 수행한다.
올해는 더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수원화성문화제에서 한국문화를 즐기고 수원만의 멋과 흥을 즐길 수 있을 전망이다.

◇수원천 건너 행궁동 마을까지 '새빛팔달'
수원화성문화제 8일 동안 행궁동 일대는 거리마다 축제의 즐거움이 가득 담길 예정이다. 메인 프로그램 외에 포럼, 전시, 연계 행사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관광객을 기다린다.
시는 수원화성문화제를 비롯한 한국의 축제를 글로벌 축제로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을 논의하는 ‘글로벌축제 포럼’를 개최한다. 29일 오후 1시 30분 정조테마공연장에서 국내외 축제 전문가와 문화 기획자, 정책 관계자 등이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댄다.

수원화성박물관에서 을묘원행 230주년 기념 특별 기획전시가 진행되는 가운데 26~28일 주차장에서는 각양각색 음식 만들기 체험과 요리경연대회가 열리는 제29회 음식문화박람회도 개최돼 함께 즐기기 좋다.
이재준 수원시장은 "1795년 을묘원행으로부터 230년이 흐른 올해 수원화성문화제는 시민과 글로벌 관광객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며 "시민 모두가 주인공인 축제에서 특별한 추억을 만들기 바란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장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