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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시적인 기술에 대하여…'번역가의 단어'

번역가의 단어 - 정은귀

◇ 번역가의 단어 / 정은귀 지음 / 마음산책 / 184쪽 / 1만 6800원
 

시를 번역할 때 특히 더 고민스러운 행과 연의 배열/ 형식의 문제들부터 문화번역 등 새롭게 등장하는/ 이론적 고민을 겹쳐 글을 쓰면서/ 나는 시와 나, 독자들 사이를 끝없이 들고 난다. (본문 中)

 

영문학자 정은귀가 신작 산문집 '번역가의 단어'를 출간했다. 마음산책에서 펴낸 이번 책은 '딸기 따러 가자'(2022), '나를 기쁘게 하는 색깔'(2023)에 이어 세 번째로 선보이는 산문집이다.

 

정은귀는 노벨문학상 수상 시인 루이즈 글릭, 앤 섹스턴,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 캐시 박 홍 등 영미 시인의 작품을 우리말로 옮겼고 심보선, 이성복, 강은교, 황인찬 등 한국 시인의 시를 영어로 번역해왔다.

 

그는 '시인이 만든 시의 법에 다른 언어의 옷을 입고도 온전히 포박되기를 바란다'고 말하며 번역을 통해 시의 세계를 넓혀왔다.

 

이번 신간은 번역가로서 마음에 새겨진 단어들을 A부터 Z까지 펼쳐내며 번역 과정에서 부딪힌 여러 사례와 어려운 문제를 풀어낸다.

 

'완벽한 번역은 가능한가'라는 질문부터 언어의 소리와 리듬, 여백을 옮기는 과정에서의 어려움까지, 번역의 본질적 불가능성을 짚는다.

 

그러나 저자는 그 불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언어와 문화의 깊은 간극을 건너는 번역의 도전을 사랑한다고 강조한다. 책은 번역을 '작품이 한 번 더 생을 사는 일'로 정의하며 언어를 수호하고 세계문학의 장을 넓히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정은귀는 영어로 번역되어야만 세계문학의 장에 편입되는 현실을 지적하며 언어 권력의 문제를 꼬집는다. 번역은 다른 문화권의 독자에게 가독성 있게 다가가면서도 고유한 문화를 보편적인 것으로 치환하지 않으려는 팽팽한 긴장을 품고 있다고 말한다.

 

또 번역출판을 둘러싼 현실과 더불어, AI의 발달로 달라지는 번역가의 위상도 다룬다.

 

챗GPT를 비롯해 수많은 번역 프로그램이 등장한 오늘 그는 학생들과 함께 번역 수업에서 인공지능 번역과 자신의 번역을 비교해보는 실험을 진행한다.

 

그 과정을 통해 문학번역이 요구하는 '창조적 개입'의 필요성을 확인하고 인간 번역가만이 가능한 해석과 비평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끝으로 정은귀는 '번역은 가벼운 읽기에서 심도 있는 비평까지 포괄하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번역가는 작품을 해석하고 원문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상실에 대응하는 방식에 따라 창조성을 드러낸다.

 

‘번역가의 단어’는 정은귀가 오랜 시간 쌓아온 번역 경험을 담은 책으로 번역이 무엇이고 어떤 과제가 있는지를 차분히 생각하게 만든다.

 

[ 경기신문 = 류초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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