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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구 박사의 맛있는 인천 섬 이야기] (52) 바지락을 이용한 음식

  • 등록 2025.10.19 15:38:03
  • 14면

 

차가운 바람이 불면 얼큰하고 따뜻한 국물이 생각난다. 바닷냄새가 은은하게 퍼지는 바지락 칼국수, 얼큰하면서도 개운한 바지락 고추장찌개. 작은 조개 하나가 만들어 내는 깊은 맛은 내는 바지락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바지락은 주로 모래나 흙 속에 몸을 숨기고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으며 지낸다. 생명력이 질기고 자라는 속도가 빠르며, 한번 터를 잡으면 좀처럼 이동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바지락은 서해안과 남해안 갯벌에서 주로 잡힌다. 인천시 옹진군 영흥도와 선재도, 장봉도가 바지락 주산지다.

 

선재도는 1926년 '바지락 1호 면허 어장'을 받은 역사적인 곳으로, 우리나라 바지락 어업의 출발점이라 할 만하다. 지금도 선재도와 영흥도에서는 어촌계를 중심으로 바지락을 캐는 체험 행사를 열고 있다.

 

바지락은 지역마다 정겹게 부르는 이름도 달랐다. 동해안 사람들은 빤지락, 경남 사람들은 반지래기, 전라도에서는 반지락, 황해도에서는 바스레기라 불렀다.

 

바지락은 오랜 세월 우리 밥상과 함께해왔다. 바지락은 시원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이 일품이라 온갖 요리에 제격이다.

 

쫄깃한 면발과 환상 궁합을 자랑하는 바지락 칼국수가 단연 으뜸이다. 구수한 바지락 된장찌개, 얼큰한 바지락 고추장찌개, 상큼한 바지락 회무침, 부드러운 바지락 야채죽도 별미다.

 

황해도 해주와 옹진에서는 바스레기 김국, 바스레기 두부탕을 즐겨 먹었다.

 

바스레기 김국은 바지락과 불에 살짝 구워 바스러뜨린 김을 고추장 국물에 풀어 끓인 것이고, 바스레기 두부탕은 바지락 우린 국물에 된장과 고추장을 풀고 두부를 넣어 보글보글 끓인 음식이다.

 

 

선재도나 영흥도에서는 바지락 고추장찌개를 즐긴다. 선재도가 고향인 임병구(전 석남중학교 교장) 씨의 말에 따르면, 영흥도 토속 음식인 바지락 쌈장과 바지락 누루미에서 발전한 것이 바지락 고추장찌개라고 한다.

 

바지락 누루미는 조갯살에 찹쌀이나 밀가루 반죽을 입혀 끓인 섬마을 수제비다.

 

영흥도 하늘가든은 바지락 고추장찌개로 유명 맛집이다. 이 메뉴는 밀키트로도 개발되어 옹진자연에서 판매하고 있다. 인천시 동구 만석동의 가연식당도 바지락 쌈장이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다. 요즘은 연평도에서도 바지락이 많이 나온다. 연평도에서는 바지락 소스를 개발해 시중에 내놓고 있다.

 

이탈리아의 봉골레 파스타는 바지락이 들어간 대표 요리고, 중국에서는 고추로 불맛 나게 볶아낸 바지락볶음을 즐긴다.

 

문제는 바지락 국내 생산량이 해마다 줄어들면서 수입 바지락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갯벌 면적 감소로 서식지가 줄어든 데다, 수익을 올리려다 보니 적정 밀도를 초과해 바지락을 심는 밀식 문제 등 여러 원인이 얽혀 있다.

 

바지락은 굴 다음으로 우리가 많이 찾는 어패류이다. 국내 바지락이 앞으로도 우리 식탁을 지키려면 국내산만의 품질 차별화로 명품 브랜드를 키워야 한다. 또한 갯벌 양식의 한계를 뛰어넘을 새로운 양식 기술 개발도 필요하다.

 

글 : 김용구 박사(인천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인천시 섬발전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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