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22 (수)

  • 흐림동두천 15.1℃
  • 흐림강릉 15.7℃
  • 흐림서울 16.5℃
  • 흐림대전 19.4℃
  • 흐림대구 19.1℃
  • 흐림울산 19.5℃
  • 흐림광주 22.1℃
  • 흐림부산 21.7℃
  • 구름많음고창 23.2℃
  • 맑음제주 26.3℃
  • 흐림강화 15.4℃
  • 흐림보은 18.0℃
  • 구름많음금산 19.7℃
  • 흐림강진군 23.0℃
  • 흐림경주시 18.6℃
  • 흐림거제 21.8℃
기상청 제공

[신동진의 촌스런 이야기] 마을안길 문제에도 기회가 오길

 

내 집 주소의 도로명은 ‘태봉안길’이다. 이때 ‘안길’의 의미를 귀촌인인 나는 잘 몰랐다. 알고 보니 그 길은 예전 지게 지고 다니던 좁은 길이 소유자의 동의로 보상 없이 넓어진 길이다.

 

그 역사는 일제강점기까지 올라가지만, 그 비약적 확대는 1970~80년대 새마을운동을 하면서다. 새마을노래 2절 가사에 ‘마을 길도 넓히고’라는 가사가 나오는 이유다.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함께 농사를 짓던 시대였으니 마치 논물을 같이 쓰듯이 마을 길을 공공사업으로 만들겠다는 공동체와 정부의 요구를 당시 땅 소유주들이 거절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태봉안길’은 ‘태봉마을’의 ‘안길’ 즉 예전 논밭 지겟길이 차나 트랙터가 다니는 길로 바뀐 길이다.

 

이렇게 사유지가 공공 도로로 사용되는 길이 이른바 ‘마을안길’, ‘비법정도로’, ‘사실상 도로(현황도로)’, ‘미지급용지(미불용지)’ 등으로 불리는 길이고 새마을운동이 휩쓴 전국 농산어촌에 엄청나게 산재해 있다. 그렇게 40~50년 전 마을 주민들이 십시일반 무료로 내놓은 길이 없었으면 나는 지금의 집을 짓지도, 살지도 못했을 것이다. 숱하게 이 길을 이용하면서도 한번 사용료를 낸 적도 없으니, 길을 다닐 때마다 지금은 대부분 돌아가셨을, 누군지도 모르는 그 땅의 소유주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만약 어느 날 누군가 나타나 이 길의 소유자라면서 길을 막아버리면 어떻게 될까? 마을안길이 들어간 땅을 상속받거나 매입한 소유주가 재산권을 행세해 통행을 막거나 사용료를 요구하는 일은 이제 낯설지도 않은 뉴스다. 같이 잘 살자고 만들었던 길이 이제는 마을 분쟁의 화약고가 되었다. 뭣도 모르고 이런 땅을 구입한 귀촌인은 폭탄을 안고 마을에 들어오는 꼴이다. 이런 분쟁이 아니더라도 비법정 도로이다 보니 길이 노후화돼도 관리가 잘 안돼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더구나 마을안길에 상·하수도관, 가스관 등을 매설하기도 하니 정부가 국민 사유지를 무단점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정부는 주민이 국유지를 조금만 사용해도 점용료, 대부료 등을 꼬박꼬박 징수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훨씬 더 넓은 면적의 사유지를 무료로 내놓은 소유주의 자식이나 영문을 모르고 해당 용지를 매입한 사람들은 울화가 치밀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불공정한 상황으로 인해 마을안길 관련 민원과 소송이 빈발하고 있다.

 

양주시의 경우 최근 5년간 국가와 양주시를 상대로 제기된 마을안길 관련 민사소송이 총 58건에 달했다고 한다. 2024년 6월 기준 등록된 도로 중 36.7%가 사유지로 집계됐다고 한다. 양주시 자체 예산과 행정력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고 판단한 양주시의회 의원들은 지난 5월 '비법정도로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법 제정 촉구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건의안에는 국가 차원의 실태조사 및 단계적 토지 매수 제도 도입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마을안길 문제는 전국적인 사회구조적 문제다. 그런데 경기도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김동연 도지사는 최근 경기도를 ‘기회수도’로 만들겠다며 행정의 무사안일주의를 없애는 적극 행정 의지를 밝혔다. ‘기회수도’ 경기도에 과거 독재 행정으로 만들어진 마을안길 문제 해결에도 기회가 오길 기대한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