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모 세라미쿠스’는 흙을 다루는 인류를 뜻한다. 경기도자미술관이 새롭게 제안한 이 개념은 단순히 도자를 빚는 기술자가 아니라 흙을 통해 사유하고 세계를 이해하는 인간의 존재를 상징한다.
현재 경기도자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호모 세라미쿠스'는 기술의 영역을 넘어 삶의 철학과 수행의 세계로 확장되는 도예의 본질을 보여주며 흙을 매개로 인간의 존재를 다시 묻는다.
흙과 불, 시간의 순환 속에서 삶의 태도를 빚어내는 도예가의 세계를 조명하며 인간과 흙, 자연의 관계를 탐구하며 도예가의 내면과 정신을 들여다본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겸손하게 호흡하다’에서는 자연의 질서 속에서 살아가는 도예가의 태도를 다룬다.
백인교의 ‘색의 흔적’은 다양한 색 안료를 섞은 흙을 반복 실험하며 완성과 실패의 경계를 탐색한다. 석고몰드로 제작된 오브제와 예측 불가한 파편이 공존하는 그의 설치는 도예의 본질이 과정 그 자체임을 드러낸다.
니일 브라운스워드, 사이토 유나, 임지현, 톤투어리스트 등도 흙과 자연, 인간의 관계를 성찰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2부 ‘견디며 위로하다’는 불과 흙, 그리고 기다림 끝에 피어나는 도예의 정신을 담고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마치 긴 숨을 고르는 듯한 고요가 흐르고 은은한 찻잎 향이 공간을 채운다.
이중 우시형의 작품 ‘무유 차도구 세트’와 ‘그리움의 덩어리’는 매번 6톤에 달하는 장작을 사용해 닷새 동안의 소성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그는 이 시간 동안 뜨거운 불길을 마주하며 스스로와 대화하고 마음을 비워낸다. 그에게 도예는 단순한 제작이 아니라 수행에 가까운 일이다.
이외에 강영준, 문찬석, 박미란, 신현철 등도 반복된 제작을 수행의 방식으로 삼으며 도예의 과정이 주는 치유와 사유의 시간을 전한다.

3부 ‘성찰하며 살아가다’에서는 도예가가 흙을 통해 자신과 세계를 마주하는 과정을 담았다.
이 공간은 희·노·애·락의 감정을 중심으로 도예가의 내면을 비추는 장으로 구성, 김운희, 박선영, 양혜정, 조윤상 등이 흙을 감정의 매개체로 삼아 자화상과 형상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의 마지막 ‘질문의 방’에서는 관람객이 도예가의 질문을 이어받는다. “흙의 목소리에 귀 기울입니다. 당신은 어떤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나요?”와 같은 문구가 놓인 이곳에서 관람객은 자신에게 질문과 답을 던지며 전시를 마무리한다.

아울러 전시와 함께 경기도자미술관 1층 로비에는 영국 조각가 안토니 곰리의 설치작품 ‘아시아의 땅’ 일부가 전시된다.
'아시아의 땅'은 2003년 중국 시양산 마을 주민 440명과 함께 약 1만 9000점의 토기 인형을 제작한 작품으로 공동체와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을 전한다.
이번 전시에는 국내외 작가 18명이 참여했다. 니일 브라운스워드, 백인교, 사이토 유나, 임지현, 톤투어리스트, 강영준, 문찬석, 박미란, 박성극, 신현철, 우시형, 이혜미, 김운희, 김예지, 박선영, 양혜정, 이준성, 조윤상이 참여해 도예의 세계를 다층적으로 풀어낸다.
‘호모 세라미쿠스’는 오는 2026년 2월 22일까지 경기도 이천시 경기도자미술관 3전시실에서 열린다. 자세한 내용은 경기도자미술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 경기신문 = 류초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