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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김재하 시흥시 산불 전문 예방진화대원 반장, 작은 불씨 하나도 놓치지 않는 산불 지킴이

“산을 좋아하던 제가, 이젠 산을 지키는 사람이 됐습니다.”

 

가을빛이 완연한 시흥의 들녘을 따라 희끗한 순찰차 한 대가 천천히 달린다. 창문 너머로는 붉게 물든 소래산 자락이 스치며, 낙엽 내음이 바람에 실려 들어온다.

 

차량 정면에는 ‘산불 조심’이라는 붉은 글씨가 선명하다. 운전대를 잡은 이는 시흥시 북부권 산불 예방과 진화를 책임지고 있는 산불 전문 예방진화대의 김재하 반장(61). 누구보다 현장을 잘 아는 베테랑이다.

 

김 반장이 이 일을 시작한 건 우연이었다. 6년 전, 지인이 ‘산 좋아하잖아, 이 일 한번 해보라’고 권했다. 그는 “처음엔 그저 산을 가까이서 볼 수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우연은 인생의 사명으로 변했다. 본래부터 산길을 오르며 사계를 느끼는 걸 좋아했던 그는, 어느새 ‘산을 즐기는 사람’에서 ‘산을 지키는 사람’이 돼 있었다.

 

시흥시청 녹지과에 소속된 산불 전문 예방진화대원은 산불 예방을 위한 순찰과 불법 소각 행위 단속·계도를 비롯해, 화재 발생 시 즉시 현장에 투입되어 진화 작업을 수행한다. 진화대는 시흥 전역을 동·서·남·북 네 구역으로 나눠 운영되며, 김 반장은 그중 북부권을 책임지는 현장 지휘자다.

 

그의 활동 구역은 신현동, 포동, 방산동, 은행동에서 부천·광명 경계까지 넓게 이어지는데, 밭과 산이 맞닿은 지역이라 영농부산물 소각으로 인한 화재 위험이 특히 높다. 김 반장은 “작은 불씨 하나가 산을 삼킬 수 있다”면서 “하루라도 순찰을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김 반장의 하루는 언제나 꼼꼼한 장비 점검으로 시작된다. 차량, 무전기, 보호복은 물론 대원들의 컨디션까지 세심하게 살핀 뒤 관내를 돈다.

 

순찰 중 연기가 보이면 즉시 출동하고, 농민이 밭두렁에서 농작물을 소각하기 위해 불을 피우면 다가가 설명한다. 그는 “그냥 단속만 하면 서로 마음이 상한다. 그래서 ‘불 피우시면 과태료 나와요’보다 ‘요즘은 농작물 파쇄기도 무료로 지원돼요’라고 설명한다”고 했다. 김 반장은 단속보다는 설득이, 명령보다는 공감이 더 큰 힘을 가진다는 걸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현장에서 아찔했던 순간도 많다. 한번은 할머니 한 분이 밭두렁을 태우다 불길이 번졌다. 할머니는 놀라서 물을 길러다 주려다 넘어져 옷에 불이 옮았다. 대원들과 함께 불길을 잡고 어르신을 구했다. 그날 이후로 ‘한순간의 불씨가 사람을 다치게도 한다’는 걸 늘 마음에 새기고 있다.

 

실제로 그는 소래산 정상부 화재, 계수동 공동묘지 인근 야간 화재 등 여러 차례의 위기 상황을 ‘큰불로 번지기 전’에 막아왔다.

 

봄철에는 산과 맞닿은 밭 주변에 ‘소각 금지’ 현수막을 설치하고, 가을철에는 도로변 사면, 산림 인접 지역의 낙엽과 잡목을 제거하는 데 집중한다. 그는 “요즘엔 시민 인식이 많이 좋아져서 소각도 줄어드는 추세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불은 언제나 사람보다 먼저 움직인다”고 덧붙였다.

 

산불이 잦은 봄철엔 11명의 대원과 함께하지만, 가을엔 예산 문제로 인원이 5명 남짓으로 줄어든다. 그래도 24시간 비상 연락망을 반드시 유지하며 혹시 모를 화재에 철저히 대비한다.

 

늘 팀워크를 강조하는 그는 “이건 혼자 하는 일도 아니고, 위험한 곳에 함께 들어가는 사람들이라 서로 믿음이 없으면 안 된다. 내가 조금 더 힘든 걸 하겠다고 먼저 나서면 그게 팀워크다”라고 말했다.

 

김 반장은 이 일을 “즐겁다”고 표현했다. 산불과 방제 작업을 통해 산림을 지키고, 시민들이 산과 공원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분명한 보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산을 좋아해서 시작한 일인데, 이제는 산이 저를 붙잡고 있는 것 같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지금처럼 시흥의 자연과 산을 건강하게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김원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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