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통일교로부터 샤넬 가방 2개를 받았다고 인정했다. 김 씨는 “(건진법사) 전성배 씨로부터 두 차례 가방 선물을 받았다. 부적절한 처신으로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 깊이 반성한다. 저의 부족함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 공직자의 배우자로서 신중히 처신했어야 함에도 부적절한 처신으로 국민 여러분께 실망을 안겨드린 데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변호인단 입장문을 통해 금품 수수 사실을 처음 인정했다. 지난 4월 30일 검찰의 압수수색 이후 이어진 특검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도 “받은 적 없다”고 강력 부인하다가 6개월이 지나서야 자백을 한 것이다.
그러나 김 여사는 “어떠한 청탁, 대가 관계도 존재하지 않았고 그라프 목걸이 수수 사실은 명백하게 부인한다”고 밝히면서 자백의 진정성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12일로 예정된 자신의 보석심문과 재판을 염두에 둔 전략일 뿐이라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여론이다.
우선 전성배 씨 등 사건 관련자들의 실토가 이어지자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간 통일교 측 선물을 잃어버렸다고 주장해왔던 전 씨는 재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전후 김 여사 측에 전달한 게 맞다고 진술했고, 실물까지 특검에 제출했다. 전 씨는 “김 여사가 처음엔 선물을 꺼리다가 두 번, 세 번 이어지자 쉽게 받았다”는 진술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관련자의 진술과 증거가 드러나자 모든 사실관계를 전면 부인하는 기존의 전략으로는 재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김 여사는 “샤넬 백은 받았으나 대가성은 없다”는 해괴한 주장을 내놓았다. 청탁의 대가로 주고받은 것이 아니라 단순한 선물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2000만 원짜리 명품백을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고 주는 사람이 누가 있겠으며, 그런 주장을 믿을 국민이 어디에 있겠는가.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인 윤영호씨가 김 여사 측에 YTN 인수, 캄보디아 개발원조 사업 등에 관한 청탁을 전달했다고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김 여사의 주장이 재판정에서 인정되기는 불가능하다. 전 국민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큰 거짓말이 들통나자 일부만 인정하고 또다는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려는 수준은 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6200만 원짜리 그라프 목걸이 수수를 부인하는 김 여사의 주장도 믿기 어렵다. 김 여사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 당시 착용했다가 논란이 된 반클리프아펠 목걸이도 처음에 “지인에게 빌렸다”고 했다가 진술과 증거가 나오니까 “홍콩에서 산 모조품이다” “엄마에게 빌렸다” 등으로 거짓말을 계속 해왔다. 그마저도 결국 서희건설이 인사 청탁 대가로 목걸이를 건넸다고 자수하는 바람에 거짓말이 들통난 바 있다.
3대 특검 중에서 ‘김건희 특검’발 뉴스가 연일 쏟아지고 있는 이유는 김 여사의 거짓말에 있다. 지금이 왕조시대도 아니고 대통령 영부인 놀이는 하는 과정에 관여한 수많은 사람들이 김 여사의 거짓말에 동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김 여사의 릴레이식 거짓말이 들통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 여사는 특검에 출석하면서 태연스럽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말한바 있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과 같은 등급의 비화폰을 쓰면서 정부 고위 공직자들에게 수시로 전화를 건 사실이 확인됐다. 그는 구속 이후 “가장 어두운 밤에 달빛이 밝게 빛나듯 저의 진실과 마음을 바라보며 이 시간을 견디겠다”는 메시지를 냈다. 일부 극렬지지자들에게 전하는 말이었지만 속속 밝혀지는 그의 거짓말에 극우 세력 조차도 등을 돌린 상황이다.
이제라도 국민들께 석고대죄하는 마음으로 스스로 진실을 밝히길 바란다. 김 여사가 재판과 국민여론에서 조금이라고 동정을 받고 싶다면 전략을 바꿔야 한다. ‘밝혀지는 진실’보다 ‘밝히는 진실’이어야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