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2 (화)

  • 구름조금동두천 -1.7℃
  • 흐림강릉 5.6℃
  • 맑음서울 1.9℃
  • 구름많음대전 1.3℃
  • 흐림대구 5.0℃
  • 구름많음울산 5.0℃
  • 구름조금광주 3.8℃
  • 구름조금부산 7.2℃
  • 흐림고창 3.1℃
  • 구름많음제주 9.7℃
  • 구름조금강화 0.9℃
  • 구름많음보은 1.3℃
  • 흐림금산 -0.1℃
  • 구름조금강진군 5.0℃
  • 흐림경주시 5.3℃
  • 구름많음거제 7.8℃
기상청 제공

[교육현장에서] 디지털 시민성, 빛나는 화면 속 세상을 살아내기

 

아이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이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우리 세대가 경험했던 그곳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라는 것. 친구와 속삭이고 다투고 화해하던 자리들이 많은 부분 빛나는 화면 속으로 옮겨 갔다. 말이 오가는 공간은 교실보다 SNS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감정은 이모티콘으로 색을 입는다. 아이들은 이미 또 하나의 세계를 살아가고 있지만, 그 공간에서 어떻게 머물러야 하는지 배운 적은 없다.

 

교실에 앉아 있는 아이들이 조용한 어느 날에도, 온라인에서는 보이지 않는 파도들이 치고 있을지 모른다. 가볍게 던진 한 문장이 누군가의 마음에 오래 남는 상처가 되기도 하고, 허락 없이 공유된 사진 한 장이 아이를 긴 밤의 불안 속으로 밀어 넣기도 한다. 화면 너머에서 오간 짧은 말들은 지워지는 듯 보이지만, 지워지지 않은 마음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현실의 표정으로 돌아오곤 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아직 그 무게를 잘 모른다. 디지털 공간의 말과 행동은 현실보다 가벼워 보이기 때문이다. 손끝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문장들이 실제로는 얼마나 깊은 울림을 남기는지, 그 차이를 이해하기에는 아직 어린 마음이다. 그래서 지금 학교가 해야 할 일은 아이들을 다그치거나 두려움을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건너 사람에게 닿는 마음의 온도를 일깨워 주는 일이다.

 

디지털 시민성 교육이란 결국 거창한 지침이나 규칙의 나열이 아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생각하며 말을 고르는 일, 서로 다른 생각이 부딪힐 때 한 걸음 물러서 바라보는 법,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스스로 길을 찾는 현명함을 익히는 일이다. 이 모든 것은 오래전부터 학교가 아이들에게 가르쳐 오던 배움의 본질이기도 하다.

 

교실에는 이미 소중한 장면들이 있다. 서로의 생각을 조심스럽게 건네는 토론 시간, 친구와 손잡고 문제를 해결하는 순간들, 말보다 표정으로 마음을 알려 주는 작은 배려들. 이 모든 경험은 디지털 세계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현실과 디지털 세계에 다리를 놓아주는 일이 지금 우리에게 남은 과제일 뿐이다.

 

아이들이 쓰는 짧은 댓글 하나에도 온기가 담길 수 있도록, 우리는 때때로 실제 사례를 함께 들여다보며 스스로 질문하는 시간을 만든다. “만약 그 말이 나에게 왔다면 어떨까?”,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이 단순한 질문이 아이들의 마음에 오래 남아, 화면 너머에서도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는 힘으로 자라나기를 바란다.

 

가정도 이 여정의 동반자다. 집에서 이어지는 작은 대화, 기술을 대하는 부모의 태도는 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길잡이가 된다. 금지와 단속만으로는 아이들을 지켜줄 수 없다. 오히려 함께 사용하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옆에서 손을 잡아줄 때 아이들은 더 단단하게 성장한다.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앞으로도 빠르게 바뀔 것이다. 그러나 어떤 기술이 등장하더라도,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한 가지는 분명하다. 화면 너머에서도 한 사람의 마음을 존중하는 태도, 그 인간다움의 씨앗이다. 디지털 시민성 교육은 그 씨앗을 아이들의 손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는 일이다. 그리고 그 씨앗이 자라 빛이 되도록 곁에서 오래 지켜보는 일이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