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비비안나 / 이보리 / 도서출판 싱긋 / 148쪽 / 1만 3000원
경기콘텐츠진흥원 ‘2025 경기히든작가’ 선정작 이보리 작가의 소설 비비안나가 출간됐다.
‘제9회 경기히든작가 공모전’ 소설 부문 당선작인 이 작품은 1801년 신유박해를 배경으로 혼인하지 않은 채 스스로의 삶을 선택한 조선 여성 문영인(비비안나)의 이야기를 중심에 둔다.
신유박해가 시작되자 사헌부 감찰 의준은 문영인에게 도망칠 것을 알린다. 그러나 문영인은 이를 거절한다.
궁궐을 나선 일도, 과부로 살아온 선택도, 신앙을 택한 삶 역시 모두 스스로 결정한 일이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조선'시대가 여인에게 선택권이 거의 주어지지 않았던 시대였지만, 자신이 선택한 삶에서 물러설 수 없다고 여겼다.
문영인은 중인 집안의 셋째 딸로 태어나 일곱 살에 궁녀가 된다. 궐 안에서의 삶은 침묵과 복종이 일상이었다. 보고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하며 살아야 했고, 고개를 숙이고 말을 삼키는 일이 반복됐다.
그러나 출궁 이후 마주한 세상은 이와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사대문 안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였고 장사치의 외침과 이야기꾼의 목소리, 소리꾼의 노랫소리가 뒤섞여 일상을 이뤘다. 문영인은 이 공간에서 비로소 배워나가야 할 것들이 여전히 많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궁궐 밖에서 문영인이 선택한 생계는 은으로 만든 물건만을 취급하는 방물 가게 ‘은한당’이다. 은한당의 주요 손님은 양갓집 규수와 포도청의 다모들이다.
가장 많이 팔리는 물건은 은장도로, 문영인은 이를 건네며 ‘자신을 해하는 용도로 사용하지 말라’는 쪽지를 함께 남긴다. 그는 삶을 지키기 위한 물건을 팔며, 스스로를 함부로 다루지 말라는 말을 여인들에게 전한다.
이보리 작가는 ‘신유박해 당시 위장 과부의 존재와 그 사회적 의미’를 다룬 연구에서 출발해 비비안나를 집필했다.
작품은 순교나 박해의 비극 자체보다, 혼인하지 않은 여성, 스스로 머리를 올린 여성, 박해 앞에서도 도망치지 않은 여성의 삶에 초점을 맞춘다.
또 그는 지조와 절개를 특정 계층의 덕목으로만 여겨온 관점에서 벗어나, 선택한 삶을 끝까지 이어간 여성의 삶을 중심에 놓았다.
[ 경기신문 = 류초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