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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적인 일상] 물구나무서기

 

필자는 요즘 물구나무서기를 연습하고 있다. 처음부터 맨 땅에서 균형을 잡는 일은 불가능하다. 어색하다. 체중을 팔에 실어본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손목이 먼저 아프고, 시선은 어디를 둬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벽에 기대어 다리를 들어 올리고, 손바닥에 체중을 실은 채 숨을 고른다. 이마저도 쉽지 않다. 1분도 버티기가 힘들다.

 

다리가 공중으로 뜨는 순간, 몸은 본능적으로 균형을 거부한다. 넘어질 것 같다는 두려움이 먼저 앞선다. 몇날 며칠을 시도하다보면 조금 나아진 듯하다가도, 어느 지점에서 더 이상 나아지지 않는 순간이 찾아온다. 흔한 말로 ‘벽’을 느낀다. 아무리 연습해도 넘어가지 않는, 분명하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한계.

 

그 벽을 넘기 위해 근력을 키우는 일은 물론, 손의 각도, 시선의 위치, 호흡의 리듬, 몸을 맡기는 감각 등의 여러 기술도 몸에 익혀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그리고 그 감각은 누가 대신 알려줄 수 없다. 실패를 반복하며 스스로 몸으로 익혀야 한다. 그래서 물구나무서기에서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구간은, 넘어지지 않는 법을 배우는 순간이 아니라, 아직 넘어가지도 못한 채 제자리에서 버티는 시간이다. 그리고 이 단계를 넘어가기까진 생각보다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우리가 인생에서 만나는 난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난관을 넘어서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우리는 매번, 빨리 그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 벽을 넘어가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 있다. 수없이 실패하며 벽 앞에 서 있던 시간,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였던 연습의 시간 말이다.

 

우리는 난관을 빨리 통과해야 하는, 오래 머물러서는 안 되는 장애물처럼 여긴다. 그래서 벽 앞에 있는 시간을 실패로 생각하는 것 같다. 아무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그 시간은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돌아보면, 성장은 그 시간 속에서 이루어진다. 겉으로 드러나는 변화가 없을 뿐, 몸과 마음은 조용히 적응하고 방향을 익혀가고 있다.

 

모든 사람에게 난관은 찾아온다. 그것이 일의 형태이든, 관계이든, 혹은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든 다르지 않다. 중요한 건 그 앞에서 어떤 태도로 머무르냐는 것이다. 누군가는 벽 앞에서 물러서고, 누군가는 같은 자리에서 다시 손을 짚는다.

 

특히 어려운 것은, 이 시간이 얼마나 더 필요한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언제쯤 나아질지, 어느 순간 갑자기 벽을 넘게 될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조급해진다. 남들은 이미 다음 단계로 간 것처럼 보이고, 나만 뒤처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그 시간은 분명 우리를 다음 단계로 데려가기 위한 과정이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 버티는 시간, 흔들리면서도 다시 중심을 잡아보는 시간이 결국 우리를 단단하게 만든다.

 

그래서 난관 앞에서 스스로를 다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아직 넘어가지 못했다고 해서, 잘못 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자리에 서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충분히 애쓰고 있다는 증거다. 난관은 누구에게나 오지만, 그 시간을 견디는 사람만이 결국 다음 자세로 넘어간다.

 

오늘도 넘어지지 않고 버텼다면, 이미 한 걸음은 나아간 셈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큰 각오가 아니라, 지금의 자세를 하루만 더 유지해보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각자의 벽 앞에서, 다시 한 번 손을 짚어보자. 그 시간이 결국 우리를 바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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