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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농담] 미국 전쟁부, AI를 책임에서 해방시키다

 

지난 12일, 미국 전쟁부(Departmnet of War)는 미국의 AI 군사 패권을 ‘가속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른바 AI 가속화 전략(AI acceleration strategy)이다. 후방에서 최전방에 이르기까지 AI 도입과 실험을 촉진하여 다른 국가는 넘볼 수 없는, 비대칭적인 군사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AI 가속화 전략은 속력을 전면에 내세운다. AI를 활용한 새로운 전투 방식을 발견, 테스트, 피드백, 확장하는 전 과정을 빠르게 해치운다. 이를 위해 컴퓨팅 파워, 미군의 군사 작전 데이터, 동맹국과 파트너들의 투자 역량까지 아낌없이 집중한다. 군의 모든 부서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의 인터페이스와 접근 메커니즘을 공개해야 한다. 새로운 AI 기술이 개발되어 군에 도입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연 단위가 아닌, 시간 단위로 단축한다. 이 모든 가속화 과정을 방해하는 관료제적 장벽은 ‘식별하고 제거’한다.

 

전쟁부는 ‘전사의 정신(warrior ethos)’을 가지고 AI 속력전에 임한다는 방침이다. 전사의 정신이라니 거창해 보이지만, 그 내용은 최신의 AI 도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것일 뿐이다. 방해 요소가 있다면 전시에 그러하듯 가차 없이 제거한다. 데이터 공유를 막는 개인정보보호, 다양성과 형평성, 포용성을 내세우는 책임 있는 AI와 같은 ‘유토피아적 이상주의’ 등이 속력전의 방해 요소다. 법적 타당성을 따지는 관료제의 관성적 태도 역시 빠질 수 없다. 전시 상황에서 AI의 위험성에 관한 문제 제기는 불필요하다.

 

AI 가속화 전략에서 미국이 생각하는 정의로운 전쟁이 무엇인지는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전쟁은 국익을 위한 것이므로, 군은 그저 적을 압도하는 효율적인 살상력을 보유하면 된다. AI 가속화 전략은 전쟁을 내세워 책임 있는 AI 논의를 유토피아적 이상주의로 억누른다. AI가 어떤 가치를 따르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전쟁의 정의와 책임을 따지는 질문들과의 경합에서 속력은 언제나 승리한다. 전쟁부에게 속력은 곧 승리이기 때문이다.

 

군을 첨단 무기고 정도로 바라보는 이 관점은 AI를 도입한 전 세계의 전쟁들로부터 어떠한 교훈도 얻지 못한 듯하다. 이스라엘 군이 AI 기반 의사결정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민간인 사망자 수가 늘어났다는 보도들은 전장이 어떻게 빅테크 자본의 실험실이 되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가자지구를 상대로 ‘실험’을 거친 AI 군사 무기는 검증된 살상 무기로서 세계 시장에서 판매된다. AI 가속화 전략은 미국 역시 첨단 살상 무기 실험에 앞장서겠다는 선언이다.

 

속력을 공공의 가치와 동일시하는 전쟁부의 논리 속에서 논의와 점검, 숙의의 관행은 무가치할 뿐 아니라 미국의 억지력을 약화하는 부정적 요소가 되어버렸다. AI가 전쟁에서 가져올 산출물, 결과는 안중에 없고 오직 최신 모델의 빠른 투입만이 중요해진다. 혼란스러운 가속주의를 틈타 실리콘밸리는 국가 안보라는 거대한 명분 뒤에 숨어 부를 쌓을 패스트트랙을 손에 넣었다. 가치와 윤리를 속력과 바꾼 이 위태로운 시스템이 오늘날 미국이 선택한 안보의 민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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