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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회의 문단 사람들] 우리 시대 문학의 선명한 이정표

 

 

오늘의 우리 시대를 지칭하는 말 가운데 80년을 한결같이 통용되는 것은 '분단시대'란 어휘다. 1945년 광복 이래 남북 분단의 비극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까닭에서다. 이를 역사의 문맥으로 설명하는 방식은 너무 오래되고 익숙하여 별반 감응이 없다. 그래서 문학이고 또 분단문학이다. 사람들이 살아온 현장의 이야기를 생생한 육성으로 들려주면서, 그것을 나 자신의 문제로 체감하게 하는 데 문학의 힘이 있다. 우리 문학에서 이 대목에 탁월한 성취와 공명(共鳴)을 촉발한 작가가 전상국 선생이다.

 

선생을 처음 만난 것은 대학 2학년 때 학교에서 만들던 '문리학총'의 편집 때문이었고, 선배 문인에의 청탁으로 '동포여'라는 콩트를 받으면서였다. 어린 눈에도 참 좋다는 생각, 틀림없이 대 작가가 될 것이란 외람된 생각을 했다. 당시 경희고등학교 교사로 있던 선생은, 일련의 분단소설을 지속적으로 발표하면서 각광을 받기 시작했고 단번에 동시대의 주요 작가로 떠올랐다. 벌써 반세기 전의 일이다.

 

선생은 만학(晩學)으로 대학원을 왔고 석사과정을 같이 다녔으며 이후 강원대 교수로 갔다. 그 사이에 얽힌 선생과의 추억들은 참으로 여러 가지다. 작가로서 한 시대의 중심을 관통한 선생은, 춘천 인근 실레마을에 김유정문학촌을 설립했고 지금은 예술원 회원으로 있다. 우리 문학의 천장을 친 그의 분단소설들이 여전히 감동과 설득력이 있는 것은, 이 엄중한 과제가 변함없이 민족적 숙원의 모습으로 우리 앞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전상국의 소설이 그 발화로부터 시대 현실을 향해 내뿜는 눈길은 사뭇 삼엄하고 날카롭다. 그는 어린 시절에 전쟁을 체험한 화자의 세계 인식에서 출발하여, 그 전쟁이 지금 우리에게 남긴 질긴 상처의 그루터기를 빠른 속도감으로 훑어나간다. 전쟁의 상흔과 분단의 아픔을 그처럼 정확하고 깊이 있게 짚어낸 작가는 드물다. '아베의 가족'이나 '여름의 껍질' 등의 작품이 그에 대한 탁발한 증명이다.

 

그러나 그의 궁극적 속내는, 그러한 비판과 갈등의 벼랑에 서는 소설의 제작자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위기의 강을 넘어 화해의 평원을 바라본다. 그러기에 그의 소설 속 '고향'은 정동적 화해의 바탕이요, 소설 속 모든 균열의 자리는 그것의 치유를 위해 있다. 그의 소설이 생산하는 감동은 마침내 그렇게 부드럽게 감싸는 손길의 다른 이름이다. 어린 시절의 체험을 바탕으로 분단상황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쓰기 시작하고 그것이 하나의 시대정신을 대변하는 소설적 성과로 확립되기까지, 선생의 삶은 늘 영일이 없었고 심리적인 억압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현실과의 갈등 또는 길항을 나타내는 문제의식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는 분단시대 문학에 한 획을 그은 그 작품들을 면대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세월이 유수(流水)와 같아서 이제 팔순 중반에 이른 선생의 삶과 문학이, 여전히 작품을 쓰고 있는 현역 작가로서 우리 문학사를 행복하게 하는 더 뜻깊은 소설들을 생산해주길 소망해 본다. 그리고 그 작품세계가 이 각박한 분단시대를 넘어서는 길에 선명한 이정표이자 푸른 신호등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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