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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공연] 편견과 맞서 싸울 수밖에 없던 한 천재의 외로운 외침 "난 누구인가요"

현대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 앨런 튜링의 삶 담은 연극 '튜링머신'
배우 이상윤, 이승주 합류...오는 3월 1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난 누구인가요. 기계인가요, 아니면 그냥 한 사람인가요.”

 

한 나라를 구한 영웅이었지만,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외로움과 편견에 맞서 싸워야 했던 한 천재가 남긴 고뇌의 외침이다.

 

현대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이자 인공지능 개념을 정립한 앨런 튜링의 삶을 무대 위로 옮긴 연극 ‘튜링머신’이 지난 8일 막을 올렸다.

 

이번 공연에는 배우 이승주와 이상윤이 ‘앨런 튜링’ 역에 합류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승주는 ‘튜링머신’ 초연 당시 ‘미카엘 로스’ 역을 맡아 깊이 있는 해석과 연기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시즌에는 ‘앨런 튜링’ 역으로 참여해 작품에 대한 이해를 캐릭터에 녹여내며 관객을 튜링의 삶 한가운데로 이끈다.

 

 

이상윤은 지적이고 단단한 이미지 뒤에 숨겨진 어린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 보여주는 세밀한 연기는 관객의 눈시울을 붉힌다.

 

여기에 ‘미카엘 로스’, ‘알렉산더 휴’, ‘아놀드 머레이’ 등 1인 다역을 소화한 이휘종, 최정우, 문유강은 각기 다른 색깔의 연기로 무대를 채우며 극의 긴장감을 완성한다.

 

공연은 ‘앨런 튜링’ 역의 이상윤(또는 이승주)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1952년 튜링의 집에 도둑이 들면서 시작된 경찰 조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무대는 두 인물의 대화로 채워지는 2인극 형식으로 진행된다. 

 

끊임없이 오가는 대사와 호흡은 2인극 특유의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하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암호 ‘에니그마(Enigma)’를 해독해 1400만 명의 생명을 구한 영웅이었던 튜링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사회에서 소외된다. 

 

작품은 경찰 조사 과정 속 그의 서사를 통해 위대한 업적과 숨겨진 비밀,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의 고뇌를 밀도 있게 그려낸다.

 

 

백설공주 이야기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하는 튜링은 엉뚱하고 때로는 답답하지만 순수한 모습으로 관객의 웃음을 자아낸다. 

 

동시에 외로운 싸움을 이어올 수밖에 없었던 그의 아픈 과거와 상처는 깊은 감동과 안타까움을 더한다.

 

무대는 거대한 라운드 테이블을 중심으로 상징성을 지닌 소품들이 배치된 구조로 구성된다. 사방으로 둘러싼 객석은 극 중 법정 장면에서 배심원석으로 활용되며 현장감을 더한다.

 

2인극이라는 형식에 맞춘 절제된 무대 위로 쏟아지는 푸른 조명과 몰입감을 높이는 사운드는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도록 유도한다. 

 

관객석과 무대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은 구조는 배우와 관객의 거리를 좁히며 시청각적 몰입도를 극대화한다.

 

무대 위 전자보드와 튜링의 외투, 배경음의 변화는 시점 전환을 자연스럽게 이끌며 1952년을 배경으로 한 의상 역시 빈티지한 분위기를 더해 극의 완성도를 높인다.

 

또 튜링의 혼란이 극에 달했을 때, 라운드 테이블 위로 펼쳐지는 빠르게 회전하는 미디어 영상과 급박하고 빠른 템포의 사운드가 어우러지며 인물의 심리와 서사를 극대화한다.

 

법정으로 변한 객석을 향해 두 인물이 최종 변론을 펼치는 장면에서는 어두운 무대 위로 하얀 조명이 집중되며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자신을 “영웅이지만 10년 동안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영웅”이라고 외친 앨런 튜링이 청산가리를 묻힌 사과를 베어 무는 장면을 끝으로 공연은 막을 내리며 긴 여운을 남긴다.

 

천재의 머릿속을 직접 들여다보는 듯한 이번 공연은 오는 3월 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 씨어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

 

[ 경기신문 = 서혜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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