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이불 속이 따스하다. 창문으로 얼비치는 하늘을 더듬다 말고 핸드폰이 궁금해졌다. ‘오늘 담임선생님은 누굴까? 농띠그룹 회장직을 맡고 있다는 그 선배님일까? 아니면 내 친구 금와, 그도 아니면 예쁜 수영후배?’ 여기까지 생각하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핸드폰을 열었다. 아, 오늘의 담임은 17회 선배님. 오늘 공부(숙제)의 주제는 주변 사람들에게 하는 칭찬릴레이. 이미 수업은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솔선수범 궂은 일 마다않는 후배도 칭찬하고, 치매환자 시모님 병간호에도 환한 미소 잃지 않는 큰 언니, 언제나 푸짐한 너스레로 웃음을 선물해준다는 친구까지. 각자 제출하는 숙제로 봇물 터지듯 흘러넘치는 칭찬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했던가, 나에게 하는 칭찬이 아닌데도 마치 내가 듣는 칭찬인 듯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게 출근 준비를 하고 틈틈이 날개달린 칭찬을 확인하며 히죽히죽 웃기도 하고 울컥, 감동받기도 하다 저녁을 맞으면 담임선생님이 알아서 종례를 해 주시는 모이소 학교. 얼마 전 내가 같은 중학교를 졸업했다는 이유로 입학하게 된 참, 희한한 학교다. 시골 중학교 서울 총 동문들의 밴드 학교. 학생들은 연세 드신 선배부터 파릇파
가족 간에 돈을 빌려주는 경우, 증여세가 과세되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가족에게 돈을 빌려주면 금전소비대차 계약을 인정하지 않고 증여로 본다는 법은 없어 무조건 증여로 보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타인과의 거래에 비춰 이자나 원금상환조건이 터무니없이 좋다면 과세당국은 증여로 볼 가능성이 높다. 몇가지 사례를 검토해 보자. 아파트를 6억원에 취득하면서 부부가 반반씩 부담한 판례이다. 아내부담분 3억원은 아내의 모친통장에서 지급한 건에 대해 세무당국은 현금증여로 보아 증여세를 과세했다. 그러나 아파트 취득일로부터 약 2년에 걸쳐 모친에게 총 2억원을 송금한 점에 비춰 법원은 최소한 모친에게 송금한 금액은 대여금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른 판례를 보면 주택을 구입하면서 누나로부터 1억원을 빌렸으나, 금전소비대차계약서 작성도 하지 않고 빌린 원금이나 이자를 장기간 지급하지 않은 건에 대해 과세당국은 증여로 보아 증여세를 과세했으나, 재판부는 누나가 동생에게 1억원을 증여할만큼 소득이나 재산이 충분치 않으며, 주택에 가등기가 돼 있는 점, 가족간에는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잘 작성하지 않는 점 등을 들어 대여가 맞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특별한 직
이청연 인천시교육감이 17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연수여고를 찾아 수험생들을 격려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 제공
나 비 /알퐁스 드 라마르틴느 봄과 더불어 태어나 장미와 함께 죽으며 하늬바람 날개에 실려 맑은 하늘 속을 헤엄치며 겨우 피기 시작한 꽃 가슴에 앉아 하늘거린다 향기와 빛과 창공에 취하고 아직 젊은 몸에 날개의 분가루를 뿌리면서 한 줄기 바람처럼 무한한 창공으로 날아가는 것 이것이 나비의 매혹된 운명. 이는 결코 쉴 줄 모르고 만사를 스쳐 가나 만족됨이 없어 결국 쾌락을 쫓아 하늘로 되돌아가는 인간의 욕망 같아. - 프랑스시선 / 을유문화사·1985 귀족출신으로 프랑스대혁명이 일어난 다음 해에 태어났다. 그 시기 프랑스인들이 겪은 모든 것을 같이 겪은 시인이다. 대혁명으로 몰락한 경험과 나폴레옹이 유배되고 루이18세가 다시 등장하자 외교관이 되었다. 왕정이 무너지고 입헌군주제로 바뀌자 국회의원에 출마해 당선되기도 했다. 혁명세력과 왕당파와 나폴레옹을 거치며 피로할 데로 피로한 프랑스 국민들에게 그의 시는 한 모금 신선한 샘물과도 같은 것이었다. 이 시는 낭만주의의 극치를 보여주는 시로, 나비와 인간의 삶을 아름답게 대비시켰다. /조길성 시인
간디는 ‘폭력은 더 큰 폭력을 불러온다’는 신념을 설파하며 평생 비폭력 저항운동을 펼쳐왔다. ‘이같은 간디의 위대한 여정은 결국 인도 독립으로 이어졌다. 마하트마, 즉 ‘위대한 영혼’이라는 이름답게 간디는 훗날 이렇게 말했다. “진리는 신이다. 신을 발견하는 길은 비폭력이다. 분노와 두려움과 거짓을 버려야 한다. 정신이 정화되면 당신은 힘을 갖게 된다. 그것은 당신 자신의 힘이 아니다. 그것은 진리의 힘이다.” 간디의 영향을 받은 티베트의 달라이 라마도 비폭력 상징 중 한사람이다. 줄곧 중국을 상대로 비폭력 독립운동을 전개해온 그는 1989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독재에서 민주주의로’라는 책을 쓴 미국의 비폭력 직접행동 연구자 진 샤프 박사도 빼 놓을수 없는 유명 비폭력 운동가다. 그는 미국 보스턴 외곽의 낡은 집에서 개 한 마리와 난을 키우며 조용히 혼자 살고 있는 80대 후반 노인이다. 하지만 세계적으론 비폭력 시민혁명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주인공 이어서다. 수 십년 동안 비폭력 운동을 통해 지구상에서 독재를 종식시키는 방법을 연구해온 그는 이 책에서 ‘198가지의 비폭력 운동’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버마 민주화 운동 그룹의 요청으로 이
최근 몇 년들어 우리나라에서도 도시 활성화를 위해 문화예술을 결합한 도시재생에 대한 활달한 시도가 지속되고 있다. 또한 해외의 성공사례를 통해 어떻게 도시를 활성화시키고, 도시재생을 통해 창조도시로서 발전시켜나갈 것인가에 대해 연구들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전통문화와 현대문화의 조화 속에 도시를 성장시켰던 유럽 등 문화선진국 경우와는 다르게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으로서 경제발전을 최우선시하였기 때문에 문화예술을 통한 도시재생에는 관심이 지금까지 관심 밖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젠 도시의 선진화를 위해 문화예술의 힘이 중요하게 대두되게 되었다. 지역민들의 문화욕구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국가에선 사회의 균형발전과 더불어 지방자치단체에선 지역도시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그리고 활기찬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문화예술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창조도시론’의 저자인 런던대학교 리처드 플로리다교수의 ‘거주지와 행복에 관한 조사’에 의하면 선진화 도시는 다음과 같은 정의로 그 균형발전을 살피고 있다. 우선 치안과 경제적인 안정, 공공 서비스가 원활함, 도시 지도자의 자질과 실행력, 도시의 유연성과 개방성, 경관, 쾌적성
청렴은 세계적인 추세다. 전 세계 다양한 나라의 국민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직자와 정치인들에게 오늘도 청렴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다’는 뜻의 청렴을 왜 이토록 강조하는 것일까?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국제투명성기구는 1995년 이후로 매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를 발표한다. 이는 각국의 공무원이나 정치인이 얼마나 부패를 조장했고 부패한지에 대한 인식을 나타내는 지수로 공공부문에 대한 국가청렴도를 나타내는 척도가 된다. 부패인식지수가 높은 나라는 그만큼 국가청렴도도 높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부패인식지수는 2015년도 평가에서 56점으로 OECD 가입 34개국 중 하위권인 27위에 머물렀다. 덴마크와 핀란드가 90점대로 선두에 위치했고 타 북유럽국가와 스위스가 80점대 후반으로 뒤를 이었다. 같은 아시아 국가인 싱가포르(85점·8위), 홍콩(75점·18위), 일본(75점·18위)과 비교해도 부패환란을 슬쩍 빗겨간 초라한 성적이다. 국가청렴도 지수가 가장 저조했던 1997년에서 2000년 사이 우리나라는 국가적인 경제혼란을 맞았다. 결국 그 위
유정복 인천시장이 17일 시청 영상회의실에서 검단 스마트시티 협상 종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인천시 제공
11월 9일은 소방의 날이었다. 올해 54주년을 맞았던 이날, 1년 동안 소방 발전에 헌신한 소방공무원뿐만 아니라 의용소방대원과 소방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일반인까지 상을 받고 기념행사를 하며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기쁜 날임에 틀림없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소방의 날만큼은 최소한 소방가족 모두 좀 맘 놓고 쉬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덕담을 하기도 한다. 소방을 위해주는 이 말에 가슴 속 깊은 곳까지 따뜻해지곤 한다. 아시다시피 소방의 날은 긴급신고 119와 맞물려서 그 상징성을 가진 11월 9일로 지정된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소방의 날이 그냥 119여서 11월 9일로 한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화재 예방을 위한 또 하나의 절실한 마음을 담아낸 날이기도 한 것이다. 11월은 겨울로 접어들기 때문에 화기 취급이 많아지는 시기다. 모든 일이 처음이 어렵듯이 화기 취급도 처음 시작할 때 가장 위험하고 실수도 많기 마련이며 그에 따라 화재 위험도 가장 높아지기 마련이다. 일부에서는 ‘소방관이 쉬고 소방관을 위한 날을 소방의 날로 하려면 화재도 가장 적고 사고도 가장 적은 날을 택해서 지정했어야지…’ 하는 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단했다. 울컥했다. 2016년 11월12일. 광화문에 섰다. 경찰 추정 26만명, 주최 측 추산 100만명 참가. 더는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남녀노소, 이념을 초월해 수많은 시민이 하나의 주제로 촛불을 들었다. 촛불은 물결이 되어 거리를 휘돌았다. 광화문광장에서 숭례문으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종각으로 인파가 흘러넘쳤다. 표출된 민심은 명쾌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는 것이다. 부끄러웠다. 한편 기뻤다. 청소년들이 나와서 “이게 나라냐!”라고 외칠 때, 이런 아이들에게 우리 기성세대가 무슨 짓을 했나?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움과 미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정유라 사건’을 통해 아이들에게 공정함이 살아있는 건강한 사회가 아닌 특권과 부패가 넘치는 사회의 민낯을 보여줬다. 학교에서 배운 헌법 정신을 얘기하는 청소년, 민주주의와 권리를 당당하게 표현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놀라움을 느끼는 동시에 희망의 불꽃을 엿볼 수 있었다. 충격이다. 전대미문의 사건. 아무런 직책이 없는 개인이 국가 운영에 개입한 국정농단 사건의 정점에 현직 대통령이 있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