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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만

발 달린 벌을 본 적 있는가

벌에게는 날개가 발이다

우리와 다른 길을 걸어/꽃에게 가고 있다

뱀은 몸이 날개고/식물은 씨앗이 발이다

같은 길을 다르게 걸을 뿐

지상을 여행하는 걸음걸이는 같다

걸어다니든 기어다니든/생의 몸짓은 질기다

먼저 갈 수도 뒤처질 수도 없는

한 걸음씩만 내딛는 길에서

발이 아니면 조금도 다가갈 수 없는

몸을 길이게 하는 발/새는 허공을 밟고

나는 땅을 밟는다는 것 뿐

질기게 걸어야 하는 것도 같다

질기게 울어야 하는 꽃도

- 권기만 시집 ‘발 달린 벌’ 중에서

 

 

 

발은 여러 가지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화자의 말처럼 벌은 날개가 발이고 뱀은 몸이 날개다. 그리고 식물은 씨앗이 발이다. 우리는 모두가 기쁨의 집으로 가는 길 위에 서 있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지향하는 유토피아, 혹은 천국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그 천국으로 가는 수십만 개, 아니 수억 개의 길을 따라 가고 있다. 가끔은 물욕의 유혹에 빠져 서로가 싸움도 하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그 길을 가고 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할 뿐이지 걷다가 보면 결국은 수억만 개의 길이 한 곳에서 합쳐진다. 그 길의 끝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향의 천국이 있다. 그야말로 발이 아니면 조금도 다가갈 수 없는 그러한 세계에서 우리는 매일같이 도전받고 도전하는 것이다.

/정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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