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 /박복영 땅거미 덜컥 어둑해졌다 문풍지 떨어 문설주에 기댄 노인의 귀는 심란心亂하다 둘 데 없는 바람의 거처가 손에 쥔 둥근 문고리처럼 차가웠다 꺼진 알전구처럼. 달빛 들여 귀를 닦아도 문지방을 넘지 못한 바람은 주춤했다 처마아래 시래기다발 툭툭, 말라가는데 머위 잎을 다 씻기지 못하고 지나는 빗방울들 노인의 귀 바깥에서 울다 갔다 땅거미가 내리고 어둑해진 저녁은 쓸쓸하다. 그 무렵 혼자된 노인은 있는 곳이 어디든 아마 더욱 외롭고 쓸쓸할 것이다. 하물며 바람까지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날리는 날, 기다려도 찾아 주는 이 하나 없는 어스름 속에서는 아마 온몸이 눈물을 흘렸으리라. 혹여 무거운 침묵 속에 빠진 문고리를 잡아당기며 그만 생을 떠나는 상상을 하지는 않을까. 그러나 노인이여, 그동안 온갖 풍상을 견뎌왔듯이 그대는 말라가는 시래기다발을 잡고 고독한 울음을 참아야 한다. 다시 빗방울이 찾아와 머위 잎을 깨끗이 씻기는 날이 올지니. 바람에 문풍지 떨리고 달빛이 스며드는 방에 홀로 앉아 우주의 소리에 겸허하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하지 않는가! /송소영 시인
지금까지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사례 중 가장 의외로 받아들이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1969년 7월 21일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아닌 미국의 우주선이 달에 착륙한 날을 무엇 때문에 임시공휴일로 지정을 했는지 알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재미있는 사례도 있다. 한일월드컵이 폐막한 다음 날인 지난 2002년 7월 1일은 우리 축구가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4강에 진출한 것을 자축하기 위해 지정된 임시공휴일과 88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1988년 9월 17일 지정된 임시공휴일이 그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포함 그동안 정부 지정 임시공휴일은 모두 56차례 있었다. 각종 선거와 국민투표일 37차례, 대통령 취임일 8차례 등 국가적인 요인이 대부분이었다. 1962년 4·19와 5·16기념일, 박정희 전 대통령 내외의 국장일까지 합치면 더 그렇다. 휴일은 아예 없어도 그렇지만 흔해도 곤란하다는 얘기가 있다. 공휴일이 늘어나면 긍정·부정 효과가 함께 나타나기 때문이다. 특히 특별한 날을 임시로 정해 공휴일로 삼을 경우 더욱 그러하다. 긍정적인 효과로는 민간소비 활성화로 내수가 진작되고 경기가 살아나며 휴가 분산 및 관광소득 증대까
주말에 시골읍내에 가면 가끔 5일장을 만나게 된다. 장터 모습은 어릴 적 같지는 않지만 여전히 호떡, 각종 튀김, 호미를 비롯한 간단한 농기구들, 그리고 여러 가지 색의 플라스틱 그릇들, 체육복, 채소, 심지어 푸줏간까지 노상으로 나온다. 한 바퀴 시찰하는데 한 시간이면 넉넉하다. 본 것 또 보고 그 다음 장날에도 똑같은 풍광과 똑같은 품목, 똑같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그 누구와도 눈인사조차 않고 눈 구경만 하고 장터를 빠져 나온다. 시골사람들의 활기차게 살아가는 모습과 집에서 기르거나 지역에서 채취한 온갖 것들이 한 자리에 모여 북새통을 이룬다. 그래도 이 안에는 터의 위계와 질서가 있고 엄연히 상도덕이 살아있다. 장터를 갈 때는 양복을 입고 가면 뭔가 어울리지 않을 것 같고 불편하기도 하니 집에서 편하게 걸치고 있던 체육복 차림에 봄날 햇빛 가릴 모자와 색안경을 끼고 장 안을 어슬렁거리게 된다. 초로에 색깔 있는 체육복에 칼라로 영어글씨가 새겨진 운동모자를 쓴 것은 봐주겠지만 그 차림에 색안경까지 썼으니 누가 봐도 참 가관이었을 것이다. 이 가관을 사실은 본인만 모르고 있다. 행인들의 눈길을 의식할 즈음 강남 오빠스타일이라서 바라보는 줄 천부당만부당한 착각
충남 당진에 거주하던 79세 어르신이 안양에 사는 딸네집에 찾아와 최근 심해진 다리통증에 대해 호소하였다. 최근 동네 마을회관까지 가는 길에 다리가 저려서 버스 한 정거장 거리도 안 되는데 2~3번은 앉아서 쉬어야 된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 어르신은 주말에 응급실을 통하여 입원하게 되었고 입원 후 시행한 몇 장의 X-ray 사진은 그간 어르신의 생활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인간의 몸은 아쉽게도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노화가 진행되는데, 척추는 노화가 시작되는 속도가 빨라 젊은 나이인 40대 이전, 빠르면 20대 중반부터 시작된다. 노화의 진행에 따라 척추 뼈나 후관절, 주변부의 인대들이 두껍게 되고 커지면서 몸통이라고 할 수 있는 척수의 통로인 척추관도 좁아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뿌리에서 파생되는 가지가 지나가는 통로인 추간공도 좁아짐에 따라 허리통증뿐만 아니라 엉치(엉덩이)나 다리 밑으로의 통증을 더 호소하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하지의 방사통, 즉 하지의 저린 증세가 허리디스크와 척추관 협착증 모두에서 발생을 하게 되는 것인데, 척추관 협착증이 허리디스크와 다른 점은 바로 ‘파행’이라는 단어로 설명
경찰은 지난해 2월 전국 일선 경찰서 청문감사실에 ‘범죄피해자 전담경찰관’를 배치했다. 또 피해자 권리 보호와 신속한 피해회복을 위해 타 기능들과 긴밀한 공조도 펼치고 있다. 이로써 피해자들에 대한 경제적·심리적 지원 등 실질적인 피해회복과 지원이 이뤄지는 결실을 맺고 있다. 특히 경찰청은 올해 ‘범죄피해자 평가제도’를 도입했고, 예산 1억8천400만원을 확보해 피해평가도구·기법 및 범죄피해 평가매뉴얼을 개발했다. 올 4월 서울과 경기청을 시작으로 전국 지방청에서 순차적으로 시범실시된다. 대상은 살인, 강도, 중상해, 각종 치사사건 및 데이트폭력, 상습가정폭력 피해자와 유족 등이다. 이번 제도는 강력범죄 피해자 대다수가 심각한 심리적·사회적 고통을 경험하는데도 범죄사실과 연관이 없다는 이유로 형사절차에 미반영되는 실정 때문에 도입됐다. 제도가 시행되면 사건 직후 전문가가 조속히 개입, 범죄로 인한 피해자의 신체·심리·사회 등 2차 피해를 종합평가 후 이를 사건기록에 첨부하게 된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시행 중인 제도다. 피해자들은 조사과정에
날씨가 따뜻해지고, 옷차림이 얇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여성들의 특정 부위를 노리는 남성 등 성추행과 관련된 사건들 증가하는 모습이 보인다. 특히 비좁은 공간에 신체 접촉이 불가피한 대중교통인 버스, 지하철이 그 주무대가 되고 있다. 시기적으로는 4~6월 최다 성범죄가 발생하고, 시간적으로는 출근시간인 8시에서 10시사이, 퇴근시간인 저녁 6시에서 8시사이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사진, 동영상 촬영 버튼을 눌러도 소리가 나지 않는 앱을 사용하는 방법, 구두코에 숨긴 몰래카메라를 여성 다리사이에 밀어 넣는 방식 등 그 방법과 수단은 날로 지능화 되어가고 있다. 그럼 이를 사전예방하는 방법은 없을까? 첫 번째로는 이런 상황에 처했을때는 항의하거나, 즉각적으로 대처하는게 좋다. 불쾌감을 표시하고, 몸을 이리저리 돌리거나 이동을 하며 ‘그러지 마세요’, ‘뭐하는 거에요’ 하는 등의 적극적으로 제지하는 게 좋다. 두 번째로는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든사람들이 나서서 신고를 해야 한다. 현재 탑승한 차 번호나, 지하철이라면 객차번호와 범인 인상착의, 특징 등을 기억해 두고 곧바로 신고를 한다. 세 번째로는 몰래카메라 예방을 위
박근혜 대통령이 3년 만에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소통 행보라고 했다. 4·13 총선이 여당의 참패로 끝난 뒤인지라 세간의 관심은 박 대통령이 과연 달라진 모습을 보일 것인가에 모아졌다. 결론은 비교적 쉽게 났다. 달라진 것은 없었다. 물론 박 대통령은 앞으로 국회와 협력하고 각 정당과도 소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막상 관심 사안들에 대해 대통령이 꺼낸 말들을 접하노라면 놀라울 정도였다. 우선 총선 결과에 대해, 국회에 변화와 개혁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한 국민이 양당체제를 3당체제로 만들어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대단히 독특한 평가였다. 세상은 대통령과 친박에 대한 심판이라고 말하고 있는 선거 결과이건만, 대통령만은 국회 심판이었다는 새로운 학설을 들고 나온 것이다. 자신은 친박이라는 말을 만든 적도 관여한 적도 없다며 자기들의 정치를 위한 선거 마케팅이었다고 했다. 그러면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이 말했던 ‘진실한 사람’은 누구였는지, 자신의 최측근들이 ‘진박 마케팅’을 진두지휘한 것을 몰랐는지 묻게 된다. ‘배신자&rs
지자체는 사업추진에 앞서 자연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수원시가 많은 예산을 들여 대표적 명소인 파장동 노송지대 일원에 ‘노송지대 녹음형 수목식재공사’를 추진하여 자연을 크게 훼손시키고 있어 문제다. 수백년 된 소중한 노송의 훼손이 염려되기 때문이다. 공사가 진행되는 구간에는 기본적인 안전펜스조차 설치하지 않고 있다. 수원시는 지난달 사업비 6억여 원을 투입하여 수원 파장동 노송지대 일대에 ‘노송지대 녹음형 수목식재공사’를 실시 중이다. 오는 5월 마무리될 예정인 이 사업은 자연문화 유산인 노송지대 노송길 복원을 통한 정조의 효심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 산책길 조성을 명목으로 추진된다. 순성토 운반, 식생매트까리, 소나무 등 6종의 35주를 비롯해 맥문동 16만본, 개나리 등 2종 3천500주를 식재할 계획이다. 이곳은 1973년 7월 경기도 지정 지방기념물 제19호로 지정되었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유산으로 역사적이나 학술적 가치가 높아 원형보존이 우선시 돼야 한다. 그러나 평탄화 작업이 진행되면서 공사로 인한 환경훼손이 우려되고 있다. 공사구간은 각종 공사차량들이 점거해 작업하여 시민안전위협은 물론 노송훼손이 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