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중교통은 참 극적으로 발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쟁 직후부터 60년대에 이르기까지는 2.5t 군용트럭을 개조해서 만든 버스가 대중교통의 중심역할을 하다가 6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버스다운 버스가 생산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 생산된 시내버스는 조악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일반시내버스도 에어컨과 히터가 제대로 달려서 나오고, 버스의 엔진도 출력이 좋아지고, 여러 가지 안전장치들이 부착되어 훨씬 안락하고 편안한 대중교통이 되었다. 60년대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내버스의 서비스가 과연 우리 국민들의 소득에 맞춰서, 그리고 기대에 부응해서 서비스의 질이 향상되었는지는 의문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여전히 버스 기사들은 승객 입장보다는 자신의 운행 편의를 바탕으로 거친 운행을 하고 있으며, 서비스의 질은 아직 선진국 수준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특히 차량은 선진국 시내버스에 비하면 턱 없이 싸구려이고 수준에 못 미친다. 비록 저상버스를 개발하여 운행하고 있다고 하나 선진국 버스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 그 중에서도 조금만 투자하면 기술적으로 훨씬 나은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분야가 실내 온도조절시스템
픽션보다 /하재연 웃음을 떠올렸던 순간은 순식간에 일어난 듯 바뀌어서 사라진다. 떨어져 있는 머리카락들 아침 햇빛이 이상하게 비춘다. 꿈속에서 나는 아주 여러 번 살아왔다. 내가 나였을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 하재연 시집 <세계의 모든 해변처럼> 문학과 지성사 영화에서는 인간의 삶이 메트릭스라 한다. 장자의 호접몽은 내가 나비의 꿈을 꾸는 건지 나비가 내 꿈을 꾸는 건지 모른다고도 한다. 환상이랑 허구는 분명 다른 개념이지만 때론 우리의 삶이 환상인지 허구인지 혼란스러운 순간을 맞닥뜨릴 때가 있다. 가령 매일 같은 공간이었지만 잠에서 문득 깼을 때 갑자기 낯설게 느껴진다거나 처음 와 보는 곳인데 혹시 이곳에서 살았던 것 같은 데자뷰. 순간순간 보이는 헛것들. 매일 밤마다 꾸는 꿈들… 이 불가사의한 것들이 온전히 내 것이라고 생각하기에는 해석이 불가능해 보일 때가 많다. 어디 그것뿐이랴. 삶의 속성을 들여다보면 현대인들의 삶은 소설보다 훨씬 더 픽션 같은 경우가 흔하디흔하다. 그러니 시인은 ‘내가 나였을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나도 그렇다.
흔히 욱일승천기로 불리는 일본제국주의 깃발의 정확한 명칭은 ‘욱일기(旭日旗)’다. ‘욱일승천(旭日昇天)’은 사전적으로 “떠오르는 아침 해처럼 세력(勢力)이 성대(盛大)해짐”을 이르는 한자성어다. 따라서 일본 제국주의 상징인 햇살모양의 깃발은 ‘욱일기’로 부르는 것이 옳다. 욱일기는 일본의 국기에서 진화한 제국주의 산물이다. 일본기의 빨간색 동그라미가 주변으로 퍼져나가는 의미를 형상화했다. 침략야욕이 물씬 느껴진다. 욱일기는 일본이 한창 탈(脫)아시아를 선언하고, 서구문물을 받아들이던 메이지유신(明治維新) 당시 일본군 군기에서 기원했다. 마음이 찜찜한 것은 현재도 일본 국군격인 자위대가 욱일기를 사용 중이라는 점이다. 1945년 연합군에 무조건 항복한 일본은 일본군을 해산했고 욱일기도 자취를 감추었다. 하지만 불과 7년 만에 일본이 자위대라는 이름으로 군대를 부활하면서 해상자위대(해군)부터 욱일기를 다시 게양했다. 현재는 육상자위대 또한 첨단무기에 욱일기를 달고 시위 중이다. 욱일기를 바라보는 한국과 중국, 그리고 동남아국가들은 착잡하다. 욱일기를 볼 때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만행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당시 일본군은 일장기와 욱일기를 앞세워 침략전쟁
오는 4월 24일에는 재·보궐선거가 실시된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예정되어 있는 서울 노원구병, 부산 영도구, 충남 부여·청양군을 포함하여 총 12개 선거구에서 선거가 실시된다. 이번 선거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통합선거인명부와 투표용지발급기의 도입을 통하여 투표구의 개념을 전국으로 확장시키는 첫 무대가 된다는 점이다. 지난 대선 시 제기되었던 투표시간 연장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통합선거인명부의 도입은 국민의 참정권 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통합선거인명부란 각 선거 시마다 구·시·군별로 각각 작성하던 종이 선거인명부를 전산화하여 하나의 명부로 통합·관리하는 선거인명부를 말한다. 이를 도입하면 기존에 자신의 주소지의 투표구에서만 투표할 수 있는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 전국 어느 투표소에서나 투표할 수 있게 된다. 전국투표소를 도입하기 위한 가장 큰 난점은 중복투표 방지문제인데, 선거인명부를 전산화하고 이를 전국의 통합선거인명부와 실시간으로 연동시킴으로써 중복투표를 막을 수 있다. 또 하나의 난점은 투표용지인쇄의 문제였다. 각 선
본보가 기획물로 연재하고 있는 ‘수원, 관광에서 길을 찾다’ 기사를 보면 답이 나온다. 관광산업이야말로 국가와 각 지자체가 더욱 정성을 들여 키워나가야 할 효자상품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관광거리가 없다’고 한탄할 일도 아니다. 관광거리는 만들어 나가면 되는 것이다. 부산의 달동네인 감천마을이나 통영 동피랑마을 등은 지역민들조차 외면하는 낙후된 마을이지만 이제 유명세를 타면서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전통시장도 관광거리가 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수원 팔달문 인근 시장들이다. 특히 순대타운이나 못골시장, 통닭거리 등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한번쯤 들르는 명소로서 지역경제 발전에 보탬이 되고 있다. 실제로 수원시가 2011년 한 해 동안 벌어들인 관광수입은 수원시 1년 예산의 2.7%에 달하는 총 493억여원이나 됐다. 이는 274억여원을 올린 2010년보다 두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기에 관광수입이 이처럼 늘어난 것일까? 사실 예전에 수원을 찾는 관광객들은 반나절이나 몇 시간 정도 화성 일부만 휙 둘러보고 인근의 놀이시설이나 서울, 또는 유명관광지로 떠났다. 따라서 수원에서는 소변만 보고 간다는 한탄도 나왔었다. 그런데 이제 사정이 달라졌
안전행정부가 지방의회 의정비 결정방식을 바꿀 방침이라니 반갑다. 매년 조정할 수 있도록 돼 있는 현행 방식을 4년마다 정하는 것으로 변경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대신 해마다 공무원 봉급인상률만큼 자동 인상토록 하겠다고 한다. 의정비 결정주기 조정은 그동안 지방의회 의정비 인상을 둘러싸고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었던 논란과 잡음을 잠재울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이라 판단된다. 경제난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시민들은 아랑곳 않고 해마다 제 밥그릇 챙기기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던 꼴을 보지 않을 수 있게 됐으니 시원하다. 안전행정부에서 할 일은 아니나 국회의원 세비도 이런 변경 조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방의회 의정비는 각 지자체의 의정비심의위원회에서 지역주민의 여론을 수렴해 결정하도록 하는 게 기존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여러 지역의 의회가 설문조사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꼼수를 쓰는가 하면, 시민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높은 인상률을 관철시키려고 무리수를 두는 일이 해마다 되풀이되곤 했다. 그렇지 않아도 하는 일 없이 세금만 축내는 지방의원들이라는 부정여론이 팽배한 터에 이런 행태는 더욱 큰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모든 지방의회가 그런 건 아니다. 지난해
영국에서는 투자자의 수익과 사회문제 해결을 동시에 실현하는 ‘사회혁신채권(Social Impact Bond)’이 활성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영국뿐만 아니라 여타 유럽국가 및 미국, 일본에서도 그 도입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사회혁신채권’의 기본 원칙은 국가 또는 지역사회 차원의 다양한 사회문제를 사회적기업 또는 시민단체에게 해결하도록 하고, 이들의 관련 사업성과에 관한 정량적 평가를 토대로 투자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정부 또는 지자체가 지급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자체가 투자자에게 채권을 발행하여 모은 재원으로 NGO에게 청년취업 지원사업을 위탁한다고 하자. 이 사업을 통한 신규 고용은 청년들의 수입과 소득세 및 사회보험료 등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게 한다. 또 이와 같이 정량적으로 계산한 사회적 편익이 처음 투입한 재원 규모를 상회하게 되면, 지자체가 채권매입자인 투자자에 대해 투자 수익을 지급한다. 반대의 경우에는 지자체가 투자 수익을 지급하지 않아 투자자가 손해를 입게 된다. 즉 ‘사회혁신채권’은 실효성 있는 사업에만 비용을 지불하는 사회서비스 공급 방식을 가능케 한다. 사회문제 해
최근 대학마다 추진하는 현장실습이 산학협력 핵심 프로그램으로 서서히 자리 잡아가고 있다. 지난 1년간 전국 대학에서 현장실습에 임한 학생은 10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현장실습은 예년 2만∼3만명에 비해 어림잡아 5배나 급증한 것이다. 교육전반 패러다임이 산학협력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도 상당수 대학에서는 산학협력 기반으로의 체질개선이 더딘 것 같아 더 많은 노력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본다. 현장실습은 이론교육과 일선실무를 접목해 현장 적응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대학마다 한 달간 또는 일정기간 동안 학점과 연계해 운영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실습·멘토비, 실습안전보험료 등 실비도 국비에서 지급되는 곳이 늘고 있다. 이 같은 실습을 통해 어떤 학생은 졸업도 하기 전에 바로 취업된 사례가 있고, 졸업 후 취업 약속을 보장받은 학생도 있다. 어떤 기업은 계속 더 많은 학생들을 보내 달라고 요청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현장실습의 취지대로 학생들이 경험을 쌓고 적성과 희망에 따라 취업으로 이어지는 바람직한 교육제도다. 교육부는 특히 지난해부터 교통특성화 대학으로 부
4월이 오면 /최화숙 봄비 타고 꽃바람 몰고서 싱그러운 4월이 목련 가지 끝에 오면, 잔솔가지 너머엔 먼저 온 봄이 물결을 반짝이며 흐르고 아이가 냇물에 발벗고 들어서면 낯간지러운 조약돌이 흩어지는 봄날 개나리 움트는 소리는 나른한 춘곤을 밀어낸다. 4월은 날씨가 맑고 밝은 ‘청명’과 봄비가 내려 백곡이 윤택하다는 ‘곡우’에 이르는 절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영국을 대표하는 현대시인인 T. S. 엘리엇은 <황무지>라는 시에서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시인들이 봄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잔인한 봄을 노래했다. 그가 살던 유럽 사회는 자본주의가 만연하기 시작한 현대사회였고, 그 과정에서 삶의 소중한 가치들이 훼손되었다. 그는 이러한 현대성을 나타내고자 ‘4월을 잔인한 달’이라 했던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 시는 4월의 아름다움을 한껏 담아내고 있다. 싱그러운 공기를 머금고 내리는 봄비와 잔솔가지에 맺힌 빗방울들을 보노라면 세상살이의 각박함을 훌훌 털어버리게 한다. 봄이 오면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를 들으며 세파에 얼어붙은 마
‘철의 여인’으로 불리며 강력한 지도력을 선보였던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총리가 뇌졸중으로 사망했다. 87세의 고령에 치매를 앓던 그는 1979년부터 1990년까지 10년이 넘는 집권기간 동안 ‘영국병’을 치유한 것으로 각광을 받았다. 타협 없는 소신으로 무장한 채 무기력한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모든 분야에 경쟁체제를 심었다. 국민생활과 밀접한 가스, 상수도, 전기, 석유, 전화, 항공사 등의 정부 독점사업을 민영화했다. 한때 그의 리더십은 ‘벤치마킹’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함께 신자유주의의 선봉장이던 그에게 모두가 너그럽지는 않다. 무엇보다 살인적 실업자 양산과 강압적 정책, 그리고 확대된 빈부격차 등은 재임 당시부터 반발을 샀다. 특히 그의 강력한 카리스마의 단면이라는 광산노조 와해는 긴 그림자를 남겼다. 강성노조와 대립 끝에 타협 없는 승리를 이끌어 냈으나 영국에서 광산업은 사라졌다. 또 빈틈없는 민영화는 수백만 명을 거리로 내몰았다. 10년 권세를 끝장낸 것은 내분이었다. 강성으로만 치닫는 그에게 국민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하자 집권당 내부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죽음이 알려진 날에도 영국 일부에서는 축배소리가 나올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