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PLO 평화협정 조인 1993년 오늘 미국 백악관에서 이스라엘과 PLO, 즉 팔레스타인 해방기구의 적대관계를 청산하는 역사적인 평화협정이 조인된다.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PLO의장, 그리고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시몬 페레스 외무장관과 PLO측 협상대표인 모하메드 압바스가 협정서에 서명했다. 이 협정은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서의 PLO 자치를 인정하는 등 평화공존을 주요 내용으로 담았다. 이날 서명식에는 10여개 나라의 고위 인사 2천50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를 주관한 클린턴 대통령은 서명식 연설을 통해 이 협정이 충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 팡파르 우리나라 영화사상 최대 규모의 영화잔치인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996년 오늘 개막됐다.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500여 명의 국내외 초청인사와 관객 6천여 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이 영화제는 같은 달 21일까지 아흐레 동안 31개 나라에서 출품한 171편의 작품을 선보였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이후 해마다 열려 서구 영화에 억눌렸던 아시아 영화의 발굴과 세계화에 크게 기여
양귀비꽃 / 타까미 쥰 이미 나는 땅 속에 드러누워 있다 이마빼기 언저리에 개가 똥을 싼다 좋아 좋아 새가 조그만 주둥이로 땅벌레를 쪼아댄다 땅속의 나도 어쩐지 근질근질하다 이제 그뿐이랴 내 가슴에 나무 뿌리가 가차없이 침입해오련만 나는 내 송장 위의 즐거운 경치를 몽상하고 싶다 고흐의 묘지처럼 꽃을 심어주지 않겠나 내가 오베르에 참배했을 때 팬지꽃이 피어 있었지 묘지 옆 고흐가 그렸던 보리밭에는 어린 보리이삭 사이에 빨간 양귀비꽃이 피어 있었지 내 머리 위에 그 양귀비꽃을 심어주게 하얀 양귀비꽃 열매에서는 아편을 뽑을 수 있지 마약 헤로인을 뽑을 수 있지 - 일본현대 대표시선 / 1997년/ 창작과비평사 머리 위에 양귀비꽃을 심어주라니 얼마나 멋진 당부인가? 그것도 어린 보리이삭 사이 빨간 양귀비꽃이라니? 한 번 시인은 영원한 시인이다. 양귀비꽃으로 피어 아편이나 헤로인으로 누군가의 몸속에 흘러들어 뜨거운 시혼을 불태우고 싶은가 보다. 이쯤 되면 죽음이 두렵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이마 위에 개가 똥을 싸고 어쩐지 근질근질한 시인의 몸을 새가 부리로 쪼아대고 시인은 땅 속에서 땅위의 즐거운 경치를 몽상하게 될 것이다. 죽음이 삶을 물고 삶이 죽음을 물고
‘산성일기’라는 기록물이 있다. 조선 중기에 병자호란 당시의 일을 한글로 기록한 일기체 기록물로 작자와 저작연대는 밝혀져 있지 않다. 인조가 피신한 남한산성이 포위돼 청군(淸軍)에게 항복하기까지 약 50여 일간의 기록이다. 어떤 면에서는 김훈의 베스트셀러 소설 ‘남한산성’보다 더 감동적이다. 현장에서 국난을 지켜본 자의 피눈물 나는 기록이기 때문이다. 정묘호란 이후 병자년 겨울 청나라의 침략과 정축년 정월 ‘삼전도의 치욕’이라고 불리는 인조가 청나라 왕에게 무릎을 꿇고 항복하기까지의 과정을 소상하게 기술하고 있다. 역사에 가정(假定)은 없다고 했지만, 기울어져 가는 명나라 대신 청나라와의 관계를 중시한 광해임금을 친명파들이 주축이 된 인조반정으로 축출하지 않았더라면 이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수많은 백성과 군사들이 죽지 않았어도 될 일이다. 외교, 국방, 특히 국가 지도자의 국제 정세판단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역사다. 병자호란으로 남한산성에서는 추위와 굶주림, 군사작전 실패로 전투 중에 많은 병사와 백성들이 죽었다. 그 원혼들은 지금도 산성 어딘가에서 위로를 받지 못한 채 떠돌고 있을지 모른다. 그 오욕의 현장이지만 지금 남한산
우리나라 학부모들이 사교육비에 치여 살고 있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학교폭력의 기승으로 혹시 내 자녀가 어떻게 되는거 아닌가 하는 부담까지 떠 안아야 하는 학부모들은 죽을 지경이다. 여기에 생각지도 못했던 공교육비 부담이 예사롭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2년 교육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GDP 대비 공교육비 비율은 8.0%로 OECD 평균 6.3%를 웃돌고 있다. 문제는 민간이 부담해야 하는 몫이다. 공교육비 비율 중 정부가 부담하는 비율은 4.9%로 OECD 평균 5.4%보다 낮은 반면 민간 부담률은 3.1%로 OECD 평균 0.9% 보다 3배 이상 높았다. 3.1%라는 수치는 OECD 34개 회원국을 포함, 조사대상 42개국 중 가장 높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1년 OECD 교육지표 개발 이후 12년째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공교육비의 민간 부담률은 초·중·고교, 대학교 등 각급 학교의 교육비 가운데 등록금 등 민간이 지불해야하는 정도를 말한다. 민간 부담률이 높다는 것은 정부의 지원이 부족해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정도가 크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대학 등록금은 가
대한민국은 성폭력에 고통받고 있다. 일련의 ‘묻지마 범죄’와 여성,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으로 인해 시민들은 충격과 분노, 불안감을 호소한다. 경찰청 ‘2011년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총 범죄 건수는 175만여 건으로 전년보다 3만2천여 건(1.8%) 감소했다. 그러나 이는 음주와 무면허운전 등 교통범죄가 전년 대비 약 6만 건이 감소한 데 기인한 것으로, 강력범죄는 오히려 증가했다. 특히 강간·강제추행 등 성폭력 범죄는 1만9천489건으로 전년 대비 1천233건(6.7%) 늘었다. 하루 평균 53건에 달한다. 특히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이다. 2011년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최근 4년 간 아동대상 성범죄 증가율’은 조사 대상 5개국 한국·미국·독일·영국·일본 중 한국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 인구 10만 명당 아동 대상 성범죄 발생 건수는 최근 4년 간 69%나 증가했고, 신고되지 않은 범죄까지 포함하면 하루에도 수많은 성폭력 피해 아동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생활이 곤궁해지면 아내의 훌륭함을 깨닫게 된다. 집안이 궁색해지거나 어려워지면 어진 아내의 내조의 필요성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는 말이다. 사기(史記)에는 집안이 가난하면 어진 아내를 그리워하게 되고, 나라가 혼란하면 훌륭한 재상을 떠올리게 된다(家貧思賢妻 國亂思良相, 가빈사현처 국난사양상)라는 내용이 있다. 또 재상을 임명하는데, 다섯 가지를 주의점을 말하고 있다. 평소에 지낼 때는 그와 가까운 사람을 살피고, 부귀할 때에는 그와 왕래가 있는 사람을 살피고, 관직에 있을 때에는 그가 천거한 사람을 살피고, 곤궁할 때에는 그가 하지 않는 일을 살피고, 어려울 때에는 그가 취하지 않은 것을 살피라 했다. 재상에 뽑힌 성자(成子)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자기 소득 중 10%만을 쓰고 90%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쓴 어진 재상의 적임자였다. 태평하고 잘 다스려져 갈 때보다 어려운 때를 만났을 때 유능하고 현명한 사람이 필요해진다는 말인 것이다. 요즘엔 현모양처(賢母良妻)라는 말이 쓰이지 않는 것 같다. 시대가 바꿨다고 하지만 왠지 이 말은 오래 전에나 쓰였던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것은 여성은 남성에게 손종해야 한다는 관념을 내포하기도 하고 남녀 간의 역할에 대
이제야 올림픽이 완전히 끝났다. 어제 ‘2012 런던 패럴림픽’의 선수단이 귀국함에 따라 완전히 막을 내린 것이다. 8월 29일부터 9월 9일까지 장애인 선수들이 모여 기량을 겨룬 ‘2012 런던 패럴림픽’에서 한국선수단은 금메달 9개, 은메달 9개, 동메달 9개로 종합 순위 12위를 달성했다. 그러나 이런 성적보다도 우리에게 의미있게 다가온 것은 런던 패럴림픽 폐막식의 시상 장면이었다. 10일 열린 런던 패럴림픽 폐막식은 8만여명에 이르는 비(非)장애인들의 박수와 환호로 아름다운 밤을 만들었다. 특히 얼굴의 만면의 미소를 띤 노년의 한국 여성인 ‘황연대 박사(74)’가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자 전광판은 그의 성취과정을 보여줬고 관중의 환호성은 최고조에 달했다. 황 박사는 품위있는 태도로 대회 MVP격인 ‘황연대 성취상’을 수여했다. 황 박사는 ‘한국인 최초 장애인 여의사’다. 어린시절 소아마비로 장애인이 됐으나 갖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1963년 대학졸업후 의사로 활약했다. 본인의 인생이 ‘인간승리의 전형’이었으나 황 박사는 자신의 삶보다 장애인들이 당면한 차별과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평생을 헌신했다. 국내 대표적인 장애인단체를 설립했고, 장애인 복지향상과
실학의 선구자 다산을 필두로 도내의 여러 실학자들에 대한 연구와 자료수집 등을 통해 실학정신을 되돌아보길… 지난 3일이 다산 정약용 선생의 탄신 250주년 기념일이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조선 후기에 실학을 집대성한 인물이다. 학문을 받아들임에 있어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자세를 가졌기 때문에 청나라에서 새롭게 전래된 경전 해석 방법인 고증학이나 서양에서 전래된 서학 등 새로운 학문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러나 고증학의 실증적 태도 등 객관적인 학문 자세는 따랐지만, 실증이라는 수단에만 빠지지 않고 실용이라는 목적도 추구했다. 즉, 인간과 사회가 보다 풍요롭게 사는 것을 추구한 것이다. 정약용 선생은 국가 경영에 관련된 모든 제도·법규에 대해 준칙이 될 만한 것을 서술한 <경세유표>와 지방의 관리인 목민관이 백성을 다스리는 요령과 본받아야 될 만한 것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목민심서>, 죄인을 처벌할 때 유의해야 할 점과 법을 적용할 때의 마음가짐 등을 제시한 <흠흠신서> 등 정치·사회·경제와 많은 저작을 남겼다. 한편 그는 역사와 지리에도 깊은 관심을 두고 주체적인 입장에서 연
“집에 도착할 때까지는 아직 여행이 끝난 것이 아닙니다. 돌아가시는 길, 여행의 마지막을 마음껏 즐기시기 바랍니다.” 료칸에서의 휴식을 끝내고 귀가하는 손님들을 향해 배웅인사를 건네는 오카미(女將), 사에키 마유미 씨의 말솜씨가 따듯하고 센스있다. ‘오카미(女將)’는 일본전통 료칸의 안주인을 부르는 말이지만 요즘은 전문 오카미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료칸의 접객업무 총책임자로 보면 무방하다. 우리나라 모 다큐프로에서 소개됐던 사에키 마유미 씨는 일본 군마현에 위치한 마츠노이 료칸의 오카미다. 음식을 준비하는 일, 이부자리를 준비하는 일 등 료칸 운영에 있어 손님들의 접객업무를 총괄하고 진두지휘하는 일이 그의 업무다. 오전 8시 30분에 출근해 퇴근을 하는 오후 10시까지, 12시간이 넘는 고된 업무지만 일하는 내내 마유미 씨의 얼굴엔 미소가 가시질 않는다. 그가 외국방송국에서 다큐까지 제작해 방송할 정도로 유명세를 탄 이유는 무얼까? 사에케 마유미 씨는 오카미로 일한지 불과 3년 만에 일본 여행업자들이 선정한 ‘서비스의 달인 59인’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오카미다. “해도
뜰에 익지 않은 감이 떨어진다 아흔의 아버님은 그걸 주워 들고 멍하니 바라보시며 손을 떨고 계신다 - 조영일 시조집 ‘시간의 무늬’ /2008년/동방기획 가을이면 고향 뜰에서 봄직한 풍경이라고 고개 끄덕이고 미소로 돌아서기에는 가슴을 툭 치는 깊은 울림이 있는 시조(時調)다. 구순(九旬)의 어르신이 주워 든 감 한 알에서 시인은 세월의 무게만큼 다 익지 못한 회환의 떨림을 함께 노래하고 있다. 덜 익은 감을 들고 떨고 계시는 아버지의 손에서 시인도 독자도 함께 떨림을 느끼게 된다. 내 손에 쥐어진 생애의 열매들, 잠잠히 보면 설익은 채 그냥 떨어져 버린 낙과는 아니었을까? 우리가 지내 온 시간을 값으로 계산한다면 얼마만큼 잘 여물어야 할까? 아무리 잘 살아도 잘 산 것 같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떨어지는 감 한 알에도 한 생애를 돌아보게 하는 시인의 노래는 오늘도 분주한 우리를 잠잠히 하늘을 바라보게 한다. 오래된 경전(經典)처럼 결코 흥분되지 않게 ‘시간의 무늬’를 돌아보게 하는 시편이다. /김윤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