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초 /김선향 고인 침을 모아 알약 한 개를 삼키는 시간 회전목마를 타고 있는 딸을 버리고 엄마가 사라지는 시간 파도가 집 한 채를 잡아먹는 시간 잠복한 형사에게 불법체류자의 꼬리가 밟히는 시간 골프채를 휘둘러 창문을 깨부수고 도주하는 시간 범퍼에 부딪힌 고라니가 허공으로 솟구쳤다 떨어지는 시간 차안(此岸)에서 피안(彼岸)으로 넘어가는 시간 - 시집 ‘여자의 정면 불교에서는 시간의 단위를 청정(淸淨)으로부터 무량대수(無量大數)까지 수십 단계로 나눈다. 그 중 우리가 흔히 일상에서 차용해 쓰는 용어가 순식(瞬息), 찰나(刹那), 수유(須臾) 정도 아닐까 한다. 모두 짧은 시간을 일컫는 말이다. 특히 순식간이라는 말의 순(瞬)은 눈 한번 깜박거리는 시간, 식(息)은 숨 한번 내쉬는 시간이라니 시인의 ‘0.2초’와 가장 잘 근접한 개념일 것이다. 시인은 이 짧은 시간이 일상적인 틀마저도 깨부술 수 있는 엄숙한 순간일 수 있다는 데 착안한 것 같다. 모녀의 정을 끊을 수도, 집 한 채가 파도에 휩쓸리기도, 불법체류자가 수갑을 차게 될 수도, 고라니가 로드 킬로 숨질 수도 있는, 어쩌면 생의 모든 순간이 그렇게 지극히 고귀하고 소중
7월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다. 전국의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 등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주당 근로시간은 이날부터 최장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었다. 주 52시간제는 일주일에 기본 40시간, 연장·휴일근로 12시간만큼 일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기본 시간은 통상임금만큼, 연장·휴일근로는 통상임금의 1.5배만큼 임금을 받는다. 다만 평일 야간근로나 휴일 8시간이 넘는 근로(초과 시간만큼)는 통상임금 2배가 법이 정한 임금이다. 정부 조사를 보면 현재 월 고정급여 근로자 총 1천500만명 가운데 주 52시간을 넘겨 일하는 근로자는 103만명(특례업종 제외)이다. 주 52시간 근로 단축이 시행되는 업체는 상시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 3천627개다. 대기업·중견기업과 일부 중소기업을 합친 숫자다. 국내 전체 사업장 354만여곳 중 0.1% 남짓하다. 대부분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해 인력 채용을 늘리고 근로체계를 개편할 여력이 있다. 그러나 근무와 휴무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근무시간을 줄이면서도 생산량이나 업무량을 유지할 묘안이 없어 사업장마다 혼란을 겪고 있다. 어디까지를 근무로 볼 것인가에
요즈음은 운전하기가 겁이 난다. 언젠가 아내가 운전을 하고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여자라고 얕잡아 보았는지 규정 속도를 유지하고 가는데도 뒤에서 빵빵거리고 속도를 재촉했다. 그래도 규정 속도를 지키고 달리자 아내의 차 바로 앞에서 아슬아슬하게 차선변경을 했다. 아내는 브레이크를 밟아 겨우 충돌을 면했다. 그러자 바로 뒤차가 또 빵빵 대더니 차선을 옆으로 바꾸었다. 그러고 나서 조수석의 사내와 함께 아내를 향하여 주먹질을 해댔다. 그들은 요금소를 나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가 차를 세우더니 시비를 걸어왔다. 우리는 험악한 그들의 인상에 짓눌려 무조건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를 했다. 차가 밀리는 상황서도 빵빵대는 사람 차선병경이나 속도문제, 그리고 주정차 문제로 주먹질이 오가고 심지어는 칼을 들고 위협을 하거나 망치를 들고 나와 상대 차의 유리창을 깨트리면서 행패를 부리는 운전자도 간혹 있다. 또 앞에서 빨리 안 갔다고 창문을 열고 욕설을 해대는 운전자가 있는가 하면 우회전의 경우 끝 도로를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들 때문에 들어갈 상황이 아니거나 차가 밀리는 경우에도 뒤에서 빵빵대고 빨리 나가라는 사람들도 많다. 초행길에서 부득이 한 사정
‘판화하다- 한국현대판화 60년’ 경기도미술관은 오는 9월 9일까지 ‘판화하다 - 한국현대판화 60년’ 전시를 개최한다. 많은 작가들이 작업매체로 사용한 판화는 20세기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한국현대판화의 역사 60주년을 맞아 기획한 이번 전시는 한국현대판화를 대표하는 작가 120명의 작품을 통해 한국현대판화의 흐름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조망해보는 자리로 마련된다. 작품과 판재 사이에 존재하는 찍는 행위와 과정에 초점을 맞춘 전시는 ‘각인하다’, ‘부식하다’, ‘그리다’, ‘투과하다’, ‘실험하다’ 섹션으로 구성됐다. 각인작업은 판 아래에 이미지를 새겨 평면과 조각의 중간 단계에 위치한다. 깎임, 긁힘, 찍힘 등을 통해 이미지를 얻는 이 방식은 회화와 다르게 판 아래의 이미지를 오래 보존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각인하다’ 섹션에서는 목판에 내면과 외부의 세계를 추상형태로 환원한 김형대, 김상구, 이승일, 주성태의 작품을 비롯해 동판에 풍부한 음영 변화를 부
현재 수원시 인구는 124만480명(2017년 말 기준, 외국인 포함)이다. 경기도 내에서는 수원시와 더불어 용인시와 고양시가 100만 명을 넘어섰고, 경남 창원시도 100만 명이 넘는다. 성남시도 조만간 100만 도시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들 도시는 지금도 50만 도시 취급을 받고 있다.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인구 50만 이상 도시의 사무 특례가 규정돼 있다. 그러나 100만 명이 넘은 대도시와는 맞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의 행·재정적 능력, 산업구조의 특성, 인구 규모에 따른 특성 등을 실질적으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최대 규모의 기초자치단체인 수원시의 예를 들어보자. 전기한 것처럼 수원시의 인구는 지난 연말 기준 124만480명이다. 공무원이 2천987명이니까 공무원 1인당 주민 수는 415.2명이나 된다. 2018년도 예산은 2조7천293억 원이다. 그런데 울산시의 인구는 118만5천645명이다. 하지만 공무원은 6천66명, 공무원 1인당 주민 수는 195.4명밖에 되지 않는다. 2018년도 예산은 5조8천618억 원이나 된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이게 우리나라의 중앙행정이다. 수원시가 울산시보다 인구가 더 많은데
어렵게 준비한 공무원 시험을 치렀는데 자신의 답안지가 분실됐다고 연락받은 수험생의 심정은 어떨까. 게다가 내가 제출한 답안지는 채점도 되지 않은 채 합격자가 발표됐다면 또 어떨까. 이같은 기가 막힌 일이 인천시 지방공무원시험에서 벌어진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지난 5월24일 인천시는 ‘2018년도 제1회 인천시 지방공무원 임용 필기시험’을 진행했다. 인천시와 각 기초자치단체에서 일할 8~9급 공무원 611명을 뽑는 시험이었다. 인천시가 채점을 위해 답안지 수거 상자를 개봉하는 과정에서 17명의 수험생 답안지를 분실한 사실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부원여중 14시험실에서 시험을 본 17명 수험생 답안지를 폐기대상인 문제지 상자에 버린 것이다. 그야말로 말이 안 되는 일이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답안지 분실 후 한달동안 쉬쉬한데다 해괴망측한 수습책을 내놓은 점이다. 인천시는 답안지가 사라진 17명의 수험생에게 연락했다. 8월11일 재시험에 응하면 점수 5점의 가산점을 더 주고, 이들 17명 중 1명은 반드시 합격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이같은 방침은 인천시 고문 변호사 3명에게 법률 자문을 의뢰한 결과이며 응시생 17명도 이 방안에 동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뜨겁다. 남북은 물론이고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나타나고 있다. 예년에 비해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실천 방안도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철옹성 같던 북한의 변화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으며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폐쇄하고 개방을 추진중이다. 4·27 남북은 정상회담을 통해 ‘판문점 선언’을 이끌어 냈으며, 상호 적대행위와 비방 중지를 합의 했고 후속조치로 남북은 군사분계선에 설치한 확성기와 전단 살포를 중지했다. 우리 정부는 민간의 대북 전단 살포까지 중단키로 했다. DMZ 에서의 평화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차원이다. 수년전 탈북단체가 파주·연천에서 대북전단 풍선활동을 하자 북한군이 고사총을 발사하여 연천군 지역에 총탄이 떨어진 바 있다. 이로 인해 접경지역 주민들의 불안과 DMZ 부근에서의 국지전 발발도 우려되곤 했다. 탈북단체에서는 폐쇄된 북한지역 주민을 위해서는 대북 전단을 통해 북한의 실상과 정보를 알려주고 김정은 정권의 인권유린 행위에 대해서도 낱낱이 알려야한다며 풍선활동 중단을 용인하지 않고 있다. 풍선활동은 정치적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며
경찰은 여성의 안전과 몰카 피해 방지를 위해 노출이 심한 여름철 불법촬영 및 영상물을 유포하는 디지털 성폭력 범죄에 대해 집중 단속하고 있다. 그동안 캠페인과 단속 등 범죄근절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지만 디지털기술의 발달로 몰래카메라 범죄는 감소하지 않고 더욱 교묘하게 일상 속으로 스며들어 우리의 삶을 망가뜨리고 있다. 몰카범죄는 피의자가 현장에서 검거되지 않는 이상 피해사실을 알기 어렵고 불법촬영에 노출됐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유포돼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몰카범죄를 방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미온적 처벌이 아닌 원칙에 부합하는 강력한 처벌이다. 성폭력범죄의 처벌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의 관한특례법(카메라 등을 이용해 촬영하거나 유포)에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되어 있지만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도둑촬영 범죄자의 구속률은 불과 3%미만의 미미한 수준이고 그나마 상습범이 아니거나 전파력이 많지 않을 경우 집행유예나 대부분 가벼운 벌금형 아니면 기소유예 정도 받는 실정이다. 이러한 양상이다 보니 불법촬영 범죄가 근절되지 않고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된다. 이제는 불법촬영해서 유포하면 강력한 처벌을 받
최근 사회지도층 인사의 지나친 요구와 권리 주장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한다.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에 대한 고찰과 재조명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오늘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유래와 그 의미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은 귀족의 역사가 깊은 유럽에서 생겨났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신분이 높은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도덕적인 책임이나 의무를 뜻하는 프랑스 말이다. Noblesse는 중세 프랑스어 단어인 Noblece가 근대를 거치면서 변화한 것이다. 그 어원은 라틴어에서 고귀함 또는 집정관을 배출한 적이 있는 고귀한 혈통을 지닌 가문을 뜻하는 Nobilis에서 찾을 수 있다. Oblige는 중세 프랑스어 단어 obligier에서 비롯되었다. 그 어원은 라틴어에서 속박이나 의무를 나타내는 Obligare에서 찾을 수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정확한 표기법이 정해져 있지 않아 ‘노블레스 오블리제’ 표기를 많이 사용했으나, 2002년 4월 ‘정부&m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