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70년대까지만 해도 요즘과 같은 시기가 가장 힘들었다. 저장해 놓은 식량이 다 떨어지고 대체식량인 보리는 아직 수확하기 이른 때라 먹을 것이 없어서였다. 당시 서민들은 풀뿌리와 나무껍질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예부터 이 시기를 1년 중 빈곤함이 가장 극에 달했다고 해 ‘보릿고개‘라 불렀다. 그리고 ‘보릿고개가 태산보다 높다’라고 했다. 춘궁기를 지내기가 오죽 힘들었으면 이런 말까지 생겨났을까 생각하면 짠하다. 그때 그 시절을 회상하는 노래가 인기다. “아야 뛰지마라 배 꺼질라/가슴 시린 보릿고개길/주린 배 잡고 물 한 바가지 배 채우시던/그 세월을 어찌 사셨소/초근목피의 그 시절 바람결에 지워져 갈 때/어머님 설움 잊고 살았던 한 많은 보릿고개여(중략)”가수 진성이 부른 ‘보릿고개’ 라는 노래다. 코로나19로 먹고 사는 문제가 반세기전 보릿고개를 넘던 어려움을 연상케 한다고 해서 서민들이 많이 부르고 있다. 사실 작금의 우리네 경제 상황은 과거 춘궁기 보릿고개 그 이상이다. 당장 중소 자영업자들의 속내를 들여다봐도 ‘적막강산(寂寞江山)’이 따로 없다. 평균 매출과 순이익이 40% 이상 줄었다. 소상공인들 중 63.4%는 현 상황이 지속될
인간은 자신을 합리화하는 존재다. 미국 사회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는 이 같은 심리를 일찍이 ‘인지부조화’라 규정했다. 그는 ‘합리화에는 여러 가지 덫이 있다’고도 했다. 스스로 현실을 왜곡하고 자기 중심적 사고의 결과물을 끊임없이 생산해 내는 것도 그중 하나며 기억의 왜곡도 포함된다고 했다. 한 예로 잘못된 물품을 구매한 경우 어떻게든 자신의 결정이 옳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여러 가지 수단을 강구하는데 인지부조화의 일종이라고 한다. 자기 합리화 현상은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더 많이 나타난다고 사회학자들은 지적한다. 특히 성(性)과 관련한 사건 사고 발생시, 가해자로 지목됐을 경우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약자 일 수밖에 없는 여성에게 남성우월주의의 굴레를 씌워 정당성을 강조하거나, 심지어 ‘원인제공’이란 ‘아전인수’격 주장도 서슴지 않는 것도 그 중 하나다. 물론 반대의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에 만연된 남성들의 이러한 성관련 인지부조화로 인해 그동안 많은 여성들이 피해를 당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리고 음지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억울함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와 많이 다르다. ‘미투’ 운동 덕분이다. 아울러 이 운동은 우리에게
최근 세계경제가 마치 거대한 원유의 늪에 빠진 형국이다. 따라서 가뜩이나 코로나19로 피폐해져가고 있는 실물경제가 검은 기름을 덮어 쓴채 허우적거리는 모습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원인은 세계 각국이 빗장을 걸고 경제활동을 멈춘데서 찾을 수 있다. 안 그래도 취약한 세계 경제가 골 깊은 침체 수렁에 빨려들면서 소비와 생산이 감소하고 원유 사용량이 급감, 기름이 남아돌고 있어서다. 유가가 대폭락 하는 현상도 원인중 하나다. 엊그제, 오는 5월 원유선물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권을 기록했다. 37달러나 된다. 이렇게 될 경우 원유 생산업체가 돈을 얹어주고 원유를 팔아야 하는 상황에 빠지게 되는데 1배럴의 원유를 사서 가져가면, 원유 생산업체가 되레 37달러의 웃돈까지 얹어 준다는 의미다. 참으로 ‘세상에 이런 일이’ 라고 아니 할 수 없다. 단순히 생각하면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돈을 받고 가지고 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저장 할 곳이 없어서다. 지금도 산유국은 물론 수입국들 대부분이 넘쳐나는 원유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유시설, 저장시설, 파이프라인, 심지어 바다 위의 유조선도 원유로 가득 채우는 비상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감당
시각장애인의 ‘눈’ 안내견의 역사는 깊다. 로마시대 폼페이 벽화에서도 발견된다고 하니 꽤 오래된 것을 알 수 있다. 20세기에 와선 안내견양성소도 생겼다. 1917년 독일에서 세워진 세계 최초 안내견학교가 그것이다. 1차세계대전중 실명한 자국 상이군인을 돕기 위한 것이었다. 우리나라에 첫 안내견이 들어온 것은 1972년 이다. 이후 1993년 삼성화재가 독일과 같은 안내견학교 문을 열었고 지금까지 수많은 시각장애인들의 희망을 배출했다. 현재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안내견 대부분은 ‘천사견’이라 불리는 리트리버 종이다. 귀여운 외모만큼 성격이 온순하고 사람을 잘 따르며 충성심도 강하다. 여러 과정을 통과해 정식 안내견이 되면 시각장애인의 성격 등을 고려해 적합한 파트너를 찾는다. 파트너가 선정되면 8년 정도 함께 생활하게 된다. 안내견을 대할때나 맞닥뜨렸을 때 예의가 필요하다. 보행 중인 안내견을 쓰다듬는 등 접촉은 피해야 한다. 리트리버는 특성상 사람을 좋아해 주인이 아닌 낯선 이도 잘 따른다. 때문에 시각장애인의 보행에 영향을 줘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예외도 있다. 주인에게는 말을 걸어도 괜찮은 경우다. 특히 신호등이 바뀌는 건 말해줘도 된다.
경쟁에서 근소한 차로 패배한 사람들은 쉽게 승복하지 못한다 특히 선거에선 더욱 그렇다. 따라서 승·패가 갈린 후에도 다양한 방법 동원, 뒤집기를 시도하는 일도 다반사다. 2000년 11월7일 공화당의 조지 W 부시와 민주당의 고어 후보가 맞붙은 대선이 끝났다. 하지만 선거 후 36일 동안 승자를 확정하지 못했다. 당락이 걸린 플로리다 주에서 부시가 간발의 차로 선거인단 25명을 확보하자 민주당은 재검표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고어 측은 결과가 뒤집힐 것이라 자신했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이 5 대 4로 재검표 중단을 결정했다. 당선보다는 사회 통합이 더 중요 하다는게 이유였다. 결국 고어는 승복했고 부시는 취임했다. 우리 총선역사 에서도 ‘불복’사례는 흔하다. 대표적인 것이 16대 총선 경기 광주군 선거다. 당시 개표에서 한나라당 박혁규 후보와 새천년민주당 문학진 후보는 밤새 엎치락뒤치락을 거듭한 끝에 단 3표 차이로 박 후보가 당선됐다. 그러자 문 후보가 당선무효소송을 냈고 법원의 재검표 결과 3표에서 2표로 한 표 줄이는데 그쳤다. 박 후보의 최종 당선이 확정되면서 문 후보는 ‘문세표’ ‘문두표’ 라는 슬픈 별명까지 얻었다. 서울 동대문을 선거구에서 11표 차
우리의 새 학년은 원래 7월부터였다. 1895년 발표된 교육법령 ‘한성사범학교규칙’에 따른 것이다. 그러던 것이 일제강점기 일본을 따라 4월이 됐다. 1945년 광복 직후 미군정이 들어와 1학기를 9월 1일에 시작하고, 2학기를 3월 1일에 시작하는 가을학기제로 바꿨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에는 매년 한 달씩 앞당기는 방법으로 학사일정을 조정, 1953년부터 다시 4월 신학기제를 시행했고, 1961년 박정희 정권이 출범하면서 현재와 같은 3월학기제가 정착돼 60년 가까이 유지되고 있다. 이처럼 봄 학기제를 운영하는 나라는 OECD국가중 우리와 일본이 유일하다. 반면 미국 유럽은 물론이고 중국까지 9월학기제를 운영 하고 있으며 세계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한국 학생이 외국 학교로 전학하거나 진학하면 한 학년을 건너뛰거나 한 학기를 더 다녀야 한다. 외국 학생이 한국에 와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일찍부터 9월학기제 전환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학기제를 바꿀 경우 ‘학제의 국제 통용성’ 효과가 있을 것이라게 이유다. 반면 9월학기제를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경제적 사회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우선 시행 첫해에는 초등
다문화가구 30만 시대다. 가족 구성원 수는 96만명에 이른다. 거기에 이주 노동자, 국내 체류 해외국적동포 등을 모두 합치면 205만 5천여명의 외국인이 국내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 중 4%가 외국인인 셈이다. 20년 뒤인 2040년 다문화 가정 비율이 20%를 넘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선진국과 다름없이 인종과 문화가 융합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 중심에는 결혼이민자들이 있다. 2010년 14만1천여명에서 2018년 15만 9천여명으로 늘어 증가율이 꽤 높은 편이다. 결혼이민자는 여성수가 절대적이다. 전체의 83.2%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적별로는 중국 베트남 일본 필리핀 순이다. 최근에는 캄보디아·몽골·태국·우즈베키스탄등 국적이 다양해지고 있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이러한 결혼이민자 수가 가장 많은 곳이다. 작년기준 4만5천여명으로 국내 전체 결혼이민자수(15만 9천여 명)의 약 28%를 차지하고 있다. 국적별로는 80%(3만 6천여명)가 중국·베트남 등에서 이주해 온 이민자들이다. 통계에서 보듯 우리사회는 단일민족·문화라는 말이 더 이상 전유물이 아닐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이 아직도 순혈주의에 빠져 있는 것 또한 사실이
민주주의 선거는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만들지 않는 다는 말이 있다. 거기엔 승자가 다 가질 수 없고, 패자가 다 잃지 않는 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당장의 승리가 영원할 수 없고 승자라 하더라도 다음 선거를 대비해야 하는 ‘게임 룰’ 때문이다. 패자 또한 마찬가지다. ‘게임 룰’ 속에는 언제든 역전이 가능한 기회가 주어져서다. 선거의 공정함으로 본다면 결과에 따른 ‘깨끗한 승복’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정치판에서 이러한 승복 문화가 잘 정착되어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특히 대선에서의 승복연설은 1860년 에이브러햄 링컨에게 패한 스티븐 더글러스가 행한 이래 미국이 자랑하는 전통중 하나일 정도다. 국민들은 이들을 ‘위대한 패배자’로 부르며 미국을 초일류로 만든 ‘리더의 품격’이라 평한다. 국가지도자 뿐만이 아니다. 상·하의원들을 비롯 선출직 정치인들 대부분도 마찬가지다. 해서 선거 과정 속에 두쪽난 여론과 심각한 사회분열의 치유를 위해 빠른 승복을 택한다는 그들의 정치문화를 많은 나라가 부러워하기도 한다. 승복의 사전적 의미는 ‘납득하여 좇는다’다. 패자의 언어지만, 굴복·복종과 다른 것은 자의적 선택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승복하기 싫더
‘금배지’ 국회의원의 상징으로 여긴다. 하지만 재료는 ‘금’이 아니라 ‘은’이다. 무게 6g의 은 덩어리, 지름 16㎜에 불과한 3만5천원짜리 금도금 배지를 많은 사람들이 왜 그토록 달려고 하는 걸까. 아마도 배지를 다는 순간부터 부여되는 갖가지 특권 때문일 것이다. 그 특권은 모두 200여 가지가 넘는다. 2억3천48만원의 연간 세비도 그중 하나다. 금액으로만 따지면 국민 1인당 GDP 대비 5배 수준이라고 하니 이보다 큰 특권은 없을 듯 하다. 세계적으로도 일본의원(2억3천700만원)에 이어 ‘넘버 2’여서 더욱 그렇다. 보좌진 비용도 국가에서 대신 내주는 특권을 누린다. 국회 의원회관에 45평 규모의 사무실이 제공되고, 차량유지비와 유류비는 물론 4급에서 9급까지 7명의 보좌진 급료도 세금으로 부담한다. 이들을 임명할 수 있는 인사권(임면권)도 있고 지급액이 연간 4억8천만원에 달하지만 감사는 없다. 어디 그뿐인가. 의원사무실 운영비와 전화요금, 우편요금까지 지원된다. 의정활동 지원 매식비(밥값), 정책홍보·정책자료 발간비 등은 신청한 액수만큼 지원받을 수 있다. 지역구 의원들에게는 정책자료 발송료도 지원해 준다. 이렇게 따질 경우 의원 1인당 연간 7
해방된 지 75년 동안 국가가 하지 못했던 일을 경기도가 나서서 추진하는 일이 있다. 임정 초대 국무총리였던 이동휘 선생과 연해주에서 활동했으나 이름조차 남겨지지 않은 독립운동가들의 기념비 건립 사업이 그것이다.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주러시아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의 제안에 따라 블라디보스토크 포크롭스키공원 인근에 오는 8월까지 이같은 기념비를 건립할 계획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일제 강점기 시절 러시아 연해주지역에서는 활발한 항일운동이 일어났다. 최초의 대한민국 임시정부인 대한국민의회가 1919년 2월 이곳에서 수립됐다. 대한국민의회의 중심인물은 이동휘, 최재형, 문창범, 김철훈 등이었다. 대한국민의회의는 만주와 국내의 항일세력들과 함께 만세운동 등 독립운동을 전개했으며 상해임시정부와 통합한 후에는 발전적으로 해체했다. 연해주에서는 의병운동도 활발했다. 이범윤, 최재형, 홍범도, 안중근 등 의병장들이 활동했다. 이들은 국내 진공작전까지 실시했는데 안중근 의사는 1909년 조선에 을사늑약(乙巳勒約)을 강요하고 헤이그특사사건을 빌미로 고종을 강제로 퇴위시키는 등 조선 식민지화를 주도한 원흉 이토오히로부미를 하얼빈에서 처단하기도 했다. 노인동맹단 강우규 의사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