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예방의학, 남한은 치료중심 의학이다. 북한은 1966년 보건의료를 ‘예방의학’이라고 규정했다. 예방의학은 병이 생기지 않도록 방지 하는 것이고, 치료중심 의학은 이미 발생한 병의 회복에 중점을 둔다. 예방의학은 환자가 발생하기전 의사가 담당구역을 찾아가 예방하고, 치료중심 의학은 환자가 의사를 찾아간다. 찾아가고 찾아오는 시스템이 잘 되어 있으면 의사나 환자도 좋겠다. 북한에는 의사담당구역제가 있다. 이 제도는 1948년부터 시행되었다. 의사에게 담당구역을 맡겨 구역내 주민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것이다. 의사는 담당구역으로 나가 방역과 위생에 대한 상식을 전달한다. 의사와 간호사는 약품과 주사기를 챙겨가지고 담당구역 학교에 찾아가 예방접종을 했다. 아버지가 자주 왕진가방을 메고 다녔던 기억이 있다. 다녀오면 가방안에 환자들..
국회의원 총선거가 5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아침에는 예비후보자들의 출근 길 인사를 어디서나 볼 수 있고, 도시의 유동인구가 많은 건물에는 후보자의 사진과 슬로건이 담긴 대형 현수막이 촘촘히 붙어 있다. 유권자들은 총선 경쟁이 정점으로 진입한 것을 쉽게 체감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경기장이라 할 수 있는 선거구 획정이 미뤄지고 있다. 여야 후보자들의 경기는 이미 시작됐는데 정작 경기장은 없는 형국이다. 선거 때마다 반복됐던 국민 참정권 훼손 사태가 이번 총선에서도 여지없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직전 선거였던 21대 총선 때도 선거일 39일 전에야 선거구가 획정되서 국민적 비난을 받았지만, 이번 총선은 그보다 더 늦게 선거구 획정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우려의 배경에는 두 가지 원인이 지목되고 있다. 하나는 선거구 획..
가수 나얼이 영화를 보고 관람인증을 SNS에 남겼다가 "팬으로서 실망이다"는 거센 비판이 쏟아지자 댓글창을 닫아버린 일이 있었다. 강원래도 같은 영화를 보러가서 휠체어가 못들어간 문제를 토로했다가 "봐도 왜 그걸 봐서 난리냐"는 댓글 테러를 불러왔다. 이 사달은 그 영화가 이승만전대통령의 생애를 그린 다큐영화 ‘건국전쟁’이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다분히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 영화에 어디 비난만 따르겠는가? “엔딩자막이 올라가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는 사람, “세상에 한 나라의 초대 대통령이 동상하나 없이 이토록 홀대받는 나라가 또 있을까?”라며 개탄하는 사람도 있다. 개인취향에 달린 문제는 빼고 팩트는 짚고 넘어가자. 이승만 동상은 많았고 지금도 있다. 한국전쟁이 끝나자 ‘국부로 모셔야 한다’며 살아있는 이승만의 동상을 전..
책을 읽지 않는 한국인 작년 프랑스 여행에서 제일 부러웠던 것은 프랑스인들의 독서 사랑이었다. 2017년 OECD 성인 1인당 월간 독서량 통계에 따르면, 미국 6.6권, 일본 6.1권, 프랑스 5.9권에 비해 한국은 0.8권으로 최하위이다. 한국인들이 책을 안 읽는 가장 큰 이유는, 일 때문에 바쁘고, 각종 디지털 영상 매체로 보는 콘텐츠 때문이라고 한다. 디지털도서나 오디오북을 듣기도 하지만 나는 아직 종이 책을 선호한다. 한 장씩 넘기는 종이의 감촉과 남은 부분보다 읽은 부분이 점점 더 두꺼워지는 부피감을 뿌듯하게 느낄 수 있고,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고책에서 찾아내는 보물들 책읽기에 속도가 붙은 요즘 나는 거의 매주 책을 산다. 책값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얼마전부터 최근서적이 아닌 경우에는 중고책을 사서 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새 책 같은 중고책을 선호했는데 재고가 없어서 허름한 중고책을 사서 보니 밑줄 친 것에 눈길이 갔다. 이 사람은 왜 이 문장에 밑줄을 쳤을까? 그 책의 맥락을 짚어가며 읽는 데에 그 밑줄이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어떤 책에는 속표지나 페이지의 여백에 독자의 생각을 적어놓은 메모도 발견되었다. 그런 책을 만나면 그 책의 전 주인과 일면식도 없지만 오래된 벗 같은 친밀감이 느껴졌고, 그것이 사소한 발견의 즐거움이 되기도 했다. 내가 구입한 중고책 중 사소한 발견의 백미는 파리 여행서적이었다. 그 책의 전 주인이 얼마나 꼼꼼하게 파리여행을 계획하고 실행했는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책의 비닐 표지 안에는 파리 지도와 면세점 할인쿠폰도 들어있었고 다녀간 곳마다 책갈피와 메모가 있었다. 어떤 페이지에는 가족에게 줄 선물리스트와 구입처도 적혀있었다. 그 책이 나의 파리 여행에 큰 도움이 된 것은 물론이다. 중고책 읽기의 활성화를 위해 우리가 도서관에서 빌리는 모든 책들은 중고책이다. 한 권의 책을 한 명만 읽고 묵혀두는 것은 낭비이다. 심지어 읽지도 않은 채 전시용으로 서가에 꽂혀있기만 하는 책이 얼마나 많은가. 여러 명이 읽어서 허름해지고 밑줄이 그어지고 여백에 독자의 생각이 적힌 책은 그야말로 보물이다. 작가나 출판사들은 자신들의 수익이 줄어든다고 생각하여 중고책 읽기 활성화를 꺼려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독서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 독서인구가 2배 증가하고 1인당 독서량이 2배 증가하도록 값싼 중고책을 권장하고 쉽게 사고팔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책의 판매부수에는 중고책도 포함되어야 한다. 중고책을 읽다보면 종종 소장하고 싶은 책을 만나서 새 책을 구입하는데 그것이야 말로 아깝지 않은 행복한 소비가 아닐까? 자, 이제! 오늘 읽고 싶은 책 몇 권을 중고책 사이트에서 주문하라. 그 책을 읽기 시작하면 중고책의 매력, 그 사소한 발견의 뿌듯함에 동감하게 될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제3기 병상수급 기본시책’을 통해 지역별로 병상 수를 관리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지방정부들이 의료기관 개설 허가를 내주는 과정에서 병상 수급 관리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이다. 오는 2027년이면 병상 과잉 공급이 예측되므로 300병상 이상 대형병원은 사전에 복지부 장관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별 적절한 병상 수 안에서 병원 개설 허가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300병상 이상 영종 국립 대학병원 유치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와 관련 경기신문(14일자, 인천판 1면 ‘‘희망고문’ 그만하고 새로운 대안 제시 필요’)은 ‘영종국제도시 엄마들의 모임:영맘’ 온라인카페에 올라온 게시글을 소개했다. “2026년부터 영종구로 바뀐다는데, 한 구에 대학병원도 하나도 없고(중략) 202..
요즘 국민의힘은 중진들의 공천 문제로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공천 경선 과정에서 동일 지역 3선 이상의 중진들에게 15%의 패널티를 주기로 했을 뿐 아니라, 일부 중진 의원들에게는 지역구를 옮길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아직까지 중진들의 반발은 그다지 심한 편은 아니다. 부산 진구 갑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5선의 서병수 의원에게는 부산 지역의 북·강서 갑으로 지역구를 옮길 것을 요구했고, 재선의 김태호 의원에게는 자신의 지역구인 경남 산청군·함양군·거창군·합천군 대신 경남 양산 을에 출마할 것을 요청했는데, 두 사람 모두 당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경남 밀양시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3선의 조해진 의원에게는 김해 출마를 요청한 상태다. 이렇듯 보수정당이 중진 의원들의 지역구를 '재배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1대 총선..
최근 빈번하게 회자되고 있는 커뮤니티케어는 노인, 장애인 등 돌봄이 필요한 주민들이 살던 집에 거주하면서 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누리며 지역 사회에서 어울려 살 수 있도록 주거, 보건의료, 요양, 돌봄, 독립생할 등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지역주도형 사회서비스 정책을 말한다. 요양시설에 가지 않고 ‘내 집에서 노후 보내기’, ‘살던 곳에서 노후까지’ 등 지역 통합돌봄에 대한 수요가 점점 늘어가고 있지만, 노화, 장애, 질병, 사고 등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정책수립과 입법 과정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현재 논의 중인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안’에는 정책수립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가 통합지원 대상자 욕구에 맞는 통합서비스를 제공하고, 가족과 보호자에 대한 지원 및 보호, 주민 참여 활성화 등..
경기도 28개 산하기관의 2023년도 청렴도가 4년 만에 전년도보다 소폭 하락했다는 씁쓸한 뉴스다. 경기도는 지난 2015년부터 전국 최초로 산하 공직유관단체를 대상으로 기관별 청렴 수준을 파악하고 부패 취약 분야를 발굴·개선하기 위한 청렴도 평가를 실시해왔다. 이번 청렴도 평가에서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은 1등급, 한국도자재단·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은 최하위 5등급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도민들의 실생활과 가장 근접해있는 기관 공직자들의 청렴 의식 제고를 위한 특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2023년 경기도 공직유관단체 종합청렴도 평가’ 결과, 종합청렴도 점수가 전년보다 0.22점 하락한 8.55점(10점 만점)을 기록했다. 이번 평가는 기관의 규모와 특성에 따라 현원 60인 이상 기관(Ⅰ그룹)과 현원 60인 미만 기관(Ⅱ그룹)은 종합청렴도, 현..
우리나라는 대통령제 국가다. 경제 수준과 정치적 성숙도를 등가할 수는 없겠지만, OECD 국가중 대통령제를 채택한 나라는 미국과 우리나라 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랑스도 대통령제를 채택하고는 있지만, 대통령중심제와 내각책임제가 절충된 이원집정부제로 순수한 의미의 대통령제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 미국은 권력의 집중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가 치밀하게 마련돼있다. 의회와 행정부는 각각 심사권과 거부권을 통해 서로를 견제한다. 의회는 법률안 제출권을 독점하고 예산 편성 초기부터 관여한다. 의회와 협조하지 않고는 아무리 대통령이라고 해도 법률 하나, 예산 한 푼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는 구조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부에게도 법률안 제출권이 있다. 예산은 행정부가 전부 편성하고 의회는 심사 과정에서 수정하는 정도의 권한만 가진다. 게다가 의회 구성원, 즉 국회의원이 국무위원(장관)에 선임되어 내각에 참여하기도 한다. 권력의 추가 대통령에게 기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이유다. 아무리 권력을 분배한다고 해도 대통령제는 필연적으로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행정부가 예산을 전적으로 편성하고 법률안도 만든다. 국회의원을 데려다 장관으로 삼기도 한다. 그러니 한국의 대통령제가 제왕적인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제왕적 대통령제는 심각한 부작용을 만들어낸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양당정치다.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야당이 똘똘 뭉쳐야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여당은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중심으로 똘똘 뭉치게 된다. 결국 집권 여당과 야당이라는 두 당만이 실질적으로 존재하게 된다. 미국도 한국도 양당제가 고착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 대부분이 다당제인 것 역시 우연이 아니다. 4월 22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합종연횡이 활발하다. 제3지대를 외치며 기존 정당에서 뛰쳐나오는 이들은 4년마다 보아오던 풍경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다른 모습이 보인다. 다들 “양당정치의 타파”를 외치고 있다. 그런데 양당정치의 타파를 외치는 이들 중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는 없다. 양당제가 필연인 대통령제, 특히 한국과 같은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제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고 다당제를 추구하겠다는 것은 불가능의 추구다. 그렇기에 제3지대를 외치는 이들이 양당제 폐해의 개선이 아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금빼찌 몇 개 얻어 보겠다는 심산이 아닌지 의심된다. 우리는 이미 충분한 경험을 했다. 대통령제에서 양당제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소수정당은 존재 자체로만 의미를 찾을 수 있을 뿐이다. 거대 양당이 장악한 국회에서, 특히 20석 이상을 얻어야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대한민국 국회에서 소수정당이 정책적 의미를 찾기는 어렵다. 게다가 지금처럼 기존 정당에서 뛰쳐나가 새로운 당을 만든 이들은 결국 다시 거대 양당으로 흘러들어가곤 했다. 그간의 경험은 충분히 이번이라고 다르지 않을 것이라 예측해 준다.
총선이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이번 선거만큼 무분별한 공약이 남발된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해 10월 김기현 집권당 대표는 뜬금없이 김포를 서울에 편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큰 파장이 일었다. 서울 위성도시에는 집권당 예비후보들이 ‘서울 편입을 나서겠다’는 펼침막을 다투어 내걸었다. 구체적인 실행 계획 없이 불쑥 발표했다가 사실상 유야무야됐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뉴타운 개발을 자극해 수도권 의석 111석의 73%인 81석을 휩쓸었던 2008년 18대 총선을 방불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새해 들어 민생토론회란 이름으로 집권당 선거를 지원하고 있다. 1월 4일(공매도 언급)부터 2월 10일(소상공인·중소기업)까지 10차례에 이어졌다. 3월 초까지 모두 15차례 안팎으로 예정돼 있다. 부처 업무보고 형식을 띠지만 메가톤급 계획들이 발표됐다. 대통령실은 선거와 관련이 없다고 부인하지만, 액면 그대로 믿는 국민은 거의 없다. 조선일보는 1월 17일자에 “여도 야도 ‘닥치고 선심’, 만약 다 실현된다면 나라 경제 결딴 날 것”이라 사설을 실었다. “대통령이 연일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며 “시장을 흔들만한 메가톤급 정책을 ‘깜짝 쇼’하듯 풀어놓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사설의 인터넷판에는 1월 15일 대통령의 수원시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3차 민생토론회 사진이 같이 실렸다. 대통령의 포퓰리즘을 비판하는 의도였다. 그러나 같은 사설에 민주당의 양곡관리법 재추진 내용과 문재인 정부 이야기를 끌어들였다. 초점은 흐려지고, 효과가 반감됐다. 반면, 동아일보는 1월 18일자에 “총선앞, 한달새 20건 쏟아낸 ‘감세-현금성 지원’”이란 제목의 1면 머릿기사와 “결국 ‘아니면 말고’식이 되어가는 김포시 서울 편입”이란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에 비판을 집중했다. “김포시 서울 편입을 골자로한 ‘메가시티법’이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며 “집권당의 정책이 공수표로 끝나가고 있다”고 했다. 이 신문은 다음날도 한 달 새 20건 쏟아낸 용산의 감세·현금 지원은 ‘선심 릴레이’라고 질타했다. “지난해 59조원의 세수 펑크가 난 상황이고, 올해도 경기 부진으로 세수 확보가 쉽지 않아 나랏빚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선심정책은 건전재정 기조를 역행한다며 배제되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가와 국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정치 권력이라면 선거에서 지더라도 나라를 위해 재정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 했던 발언도 인용했다. 보수언론을 대표하는 두 신문이 같은 사안을 비판하는 방법이 크게 차이가 난다. 조선이 취한 양비론은 기계적 균형을 유지해 저널리즘의 기능을 올바르게 수행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 언론의 고질적인 구습이다. 독자보다는 취재원 눈치를 보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비판받은 정치 진영은 경쟁상대도 비판을 받았다며, 언론의 비판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유권자에게 정치 허무주의만을 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