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무쌍한 밤이었다. 무슨 조화인지 저녁부터 시작된 출구조사 결과는 곧바로 실제 검표에서 뒤집어지더니 업치락뒤치락 종잡을 수 없는 판세가 이어졌다. 12시쯤 되어 추세만 확인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새벽5시에 확인해보니 대한민국은 밤새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금강 이남(호남)은 푸르렀고 조령 아래(영남)는 붉었다. 서울경기를 휩쓴 바람에도 강남벨트는 완강했다. 표면적으로는 범야권(민주연합+조국혁신)이 187석을 차지하며 압승한 선거가 맞다. 그러나 이 결과로는 대한민국의 큰 변화는 기대할 수 없다. 여권 입장에서는 원래 초토화될 것이라 예측했던 선거에서 그래도 선방했다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개표방송의 보수논객 왈 “범야권이 200석을 넘지 못해 여권은 개헌저지선을 지켰다. 국민들은 대통령에게 회초리를 들었지만 몽둥이를 든 것은 아니다. 야권이 착각하면 안된다.” 그래, 여소야대가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고, 보기에 따라선 국민의힘은 21대 103석에서 이번에 108석으로 늘렸으니 헛배가 부를지도 모르겠다. 당장 겉으로는 “국민들의 준엄한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하겠지만 만일 대통령이 내심이라도 이렇게 생각한다면 대한민국의 앞날은 심각할 수밖에 없다. 압도적인 제1당의 당대표를 범죄자 대하듯이 무시했던 대통령의 태도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국회에서 통과될 개혁법안은 조자룡 헌 칼 쓰듯이 휘두르는 대통령의 거부권 아래 휴지조각이 될 것이다. 검찰발 야권지도자 먼지털기는 중단없이 이어질 것이다. 선거는 마음대로 못하지만 칼잽이들은 맘대로 부릴수 있으니 말이다. 걱정스럽다. 진심으로.. 나는 야권이 200석을 넘겨야 비로소 정치가 복원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야 최소한 국회가 만든 법을 거부할 수 없으니 타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이다. 장관급 인사중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사람이 대체 몇 명이나 있었던가? 오죽했으면 대통령 호위무사 역할을 하던 조선일보마저 11일자 사설에 “오만 불통 尹 민심이 심판, 남은 3년 국정 어떻게 되나”라고 올렸을까? 지난 2년간 대한민국에 정치는 없었다. 정치의 부재는 대한민국의 위기를 불러왔다. 위기의 대한민국 경제는 실상 IMF 직전보다 심각하다. 월간 경매건수가 1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서울 아파트 매물은 8만 건을 훌쩍 넘긴지 오래다. 국제유가는 곧 90달러를 넘길 것이고 100달러 전망까지 나온다. 2017년에는 세계 5위였던 국제무역수지 수치가 작년 상반기 200위로 추락했다. 실리적인 균형외교를 팽개치고 탈중국을 떠들어대며 미일 몰빵외교로 급선회한 결과이다. 뼈빠지게 뛰어다녀도 생계가 막막한 사람들이 차고 넘친다. 정치의 근본은 국민들을 제대로 먹고살게 만드는 것이다. 막힌 곳을 뚫는게 정치이거늘 지난 2년은 외려 ‘싸움은 붙이고 흥정은 말리는’ 조폭 패거리들의 영역싸움에 다름 아니었다. 대한민국 불행의 원인은 정치를 외면한 검찰정권 탓이었다. ‘대파’와 ‘조국’이 선거 내내 화두였다. 두 단어는 현 정권의 무지와 무능, 그리고 검찰독재를 상징했다. 그러나 대파꽃이 필 무렵 거센 동남풍에 막히면서 ‘대파혁명’은 좌절되었다. 하여 범야권 압승이라는 결과를 보면서도 걱정스럽다. 깡패들 특징이 다급하면 더 성질부리는 법. 이제 더 많이 인상쓰고 겁박하겠구나.. 야당, 국민들과 경제까지 싸잡아 피의자 다루듯이 할 것 같아 걱정이다. 어쩌나? 괜찮다. 대파꽃말이 ‘인내’란다. 인내.. 다들 수고 많으셨다.
경기도가 지난해부터 청년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해외연수 지원책인 ‘청년 사다리’ 프로그램을 올해는 대상을 청소년까지 확대한다는 소식이다.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 해외연수의 기회를 제공하는 ‘경기 청소년 사다리’ 사업 참여자 95명을 공개 모집하고 있다. 젊은 세대에 견문을 넓힐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척박한 땅을 일구고 씨앗을 뿌리는 일만큼 소중하다. 이제 시작했으니 더욱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 ‘경기 청소년 사다리’ 사업은 경제적 취약계층 청소년을 대상으로 해외연수와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해 진로 탐색과 자기 계발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사업 지원 대상자는 경기도에 주민등록상 주소를 두고 있으며,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정 청소년 중 중학교 3학년~고등학교 2학년 및 동일 연령 청소년(2007~2009년생..
“그 책임이 저한테 있지는 않지 않나” 지난 1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부산 유세 현장에서 한 말이다.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왜 내가 책임져야 하냐는 응석이었다. 물론 그는 하루 만에 “잘못이 있고 문제가 있다면 그 책임은 모두 저에게 있다”라며 태세를 전환하기는 했다. 지난 4일에는 금융감독원이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후보 딸의 대출의 ‘위법성이 확인됐다’라고 발표했다. 이에 발맞춰 새마을금고 중앙회는 대출금 회수 조치와 함께 관련 사항을 수사기관에 통보했다. 조사 이틀만에 위법성을 결론 내린 것이나, 22대 총선 사전투표 전날 서둘러 발표한 시점을 의식한 것인지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금감원이 야당 후보 검증 이슈에 과도하게 나서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앞서 이복현 원장은 “금융위나 행안부, 대통령실 등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고 혼자 판단했다”라며 “제가 책임져야 하니까 판단해서 의견을 드린 것이고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원들의 선택을 받은 것도 아니고 의원들에 의해 추대 혹은 용산으로부터 임명된, 더욱이 총선에 출마도 하지 않은 비대위원장이 윤석열 정부의 실정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진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일주일만 기다리면 총선이 치러진다. 그런데 그 일주일을 못 참고 선거기간 한복판에 참전하여 야당 후보에게 ‘위법’이라 딱지를 붙인 이복현 원장은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금감원 원장 임기는 3년이다. 이복현 원장은 2022년 6월 취임해 2년 가까이 재임하고 있다. 게다가 그와 같이 외부에서 임명된, 더욱이 금융 관련 경력이 전무한 원장 중 임기를 모두 채운 경우는 드물다. 백번 만번 고민하고 고민해 봐야 겨우 “선거 개입 의도는 없었을 거야”라는 생각이 들까 말까 한 선거기간 한복판 야당 후보에 대한 조사결과 발표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진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책임이 언급되는 또 다른 이가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다. 고등법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상태에서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다. 현재 조국혁신당의 지지율과 그의 순번을 고려해보면 무난한 당선이 예상된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조국혁신당은 “범죄자연대 방탄동맹”이라 비난했다. 조국 대표가 감옥에 가지 않기 위해 출마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국 대표는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되어 감옥에 가면 “그동안 정치하느라 못 읽은 책도 읽고 운동도 하다 나오겠다”라며 맞받아쳤다. 그의 딸 조민은 관련 소송을 모두 포기함으로써 의사 면허와 석사·학사 학위를 모두 포기하고 고졸이 되었다. 조국과 그의 딸 조민의 행동이 책임지는 모습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하며 2인자로까지 불리다 여당 비대위원장으로 직행해 놓고는 “정부의 실정이 내 책임이냐?”라며 응석 부리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이나 정치인도 아니면서 정치 한복판으로 뛰어들어 놓고는 “내가 책임진다”라며 책임질 수도 없는 발언을 내뱉는 이복현 원장의 그것은 책임지는 모습이 아니다.
사회적경제는 경제활동으로 인한 이윤추구뿐만 아니라, 돌봄, 환경, 빈곤, 저출산 고령화 등 사회문제 해결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사람 중심의 경제라 할 수 있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소셜벤처 등이 대표적인 사회적경제 조직형태이다. 경제 주체들이 자유롭게 생산과 거래를 하며 경쟁과 효율을 중시하는 시장경제와 달리 사회적경제는 사회적 목적과 민주적 운영원리를 중시하는 경제활동으로써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로 운영되고 구성원 간 이익을 공유하고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사회 기여 등 사회적가치를 추구하는 경제이다. 사회적경제는 지금처럼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더욱더 빛을 발하며 국가적으로도 사회적기업 육성법 제정(2007) 및 협동조합기본법 시행(2012) 등으로 적극적으로 육성해 왔다. 하지만 현 정부는 사회적기업의 자생과 도덕적 해이 방지를 내세워 올해 사회적경제 예산을 전년 대비 56.6%를 삭감했지만, 정부가 직접 나설 경우, 훨씬 많은 예산과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정부와 공공이 할 일을 사회적경제가 앞장서서 길잡이 역할을 해 나가도록 공공부문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또한, 지역경제와 국가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라도 사회문제 해결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회적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경제 정책이 필요하다. 사회서비스 현장에서 접하게 되는 사회서비스 종사자와 서비스 이용자들은 열악한 사회서비스 제공 환경 개선을 원하고 있다. 서비스 종사자들은 불안정한 일자리 문제와 어렵사리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를 전달하고 확산하고 싶어도 쉽지 않은 여건 등으로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사회서비스에 대한 이용자들의 체감도가 낮은 수준이지만 사회서비스 혁신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확대되고 있다. 혁신을 통해 정책 중심, 종사자 중심 서비스에서 이용자 중심의 사회서비스 방식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사회서비스 연구 과정에서부터 서비스 종사자와 이용자의 참여 기회를 늘려야 하며 정부의 사회서비스 분야 R&D 투자 또한 큰 폭으로 확대해 가야 한다. 저출산, 고령화, 근로 빈곤, 계층 양극화 등 새로운 사회위기에 대한 정부의 대응 실패를 사회적기업과 서비스 종사자들이 성공적인 비즈니스모델로 되돌려야 하며 이 과정에서 정부는 사회서비스 품질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영속적으로 고도화시켜 가는 노력을 기울여 가야 한다. 사회서비스 시장은 민간 사업자의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은 시장이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 공급 주체 유입 등 민간 사회서비스 공급 기반을 다변화하고 보상 체계 개선 등 동기부여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시장경쟁을 통해서 사회서비스의 품질향상이 쉽지 않아 보이나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기술 기반의 사회서비스 발굴과 복지와 경제가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의 서비스 체계 구축이 필요하며, 사회서비스 혁신을 주도하는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일어서야 한다. 혁신 기반의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감과 자긍심을 가지고 사회서비스 혁신을 선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사회적경제 주체들의 사회적 책임과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질 때 사람 중심의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사회적 시장경제가 활성화되고 발전해 갈 것이다.
제22대 국회의원을 뽑는 4·10총선이 끝났다. 신고간난(辛苦艱難) 끝에 금배지를 얻은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안타깝게 고배를 마신 낙선자에게는 위로를 보낸다. 이번 22대 국회가 할 일은 아주 많다. 그 중 매우 중요한 일은 초고령사회에 대처하는 일이다. 특히 급증하고 있는 홀몸노인을 보살피는 것이 시급하다. 고령 홀몸노인들은 언제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올해 1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약 950만 명이다. 이는 전체 인구의 18.4%다. 홀로 사는 노인가구도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 동향 조사를 통해 본 노인가구 소득과 지출의 변화’에 따르면 2022년 전체 가구 대비 고령자 1인 가구 비율은 8.7%였다. 2012년 5.9%였으니 10년 사이에 2.8%포인트가 상..
경기 북부 특별자치도 설치(경기분도)와 관련한 입법이 제 22대 국회로 넘어갔다. 지난해 여야 의원들이 각각 국회에 제출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안' 등이 폐기되는 수순이다. 제21대 국회에서 강원특별자치도, 전북특별자치도에 관한 입법이 이루어져 각각 지난해와 올해 특별자치도가 출범하게 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것은 메가시티서울을 추구하는 여당과 경기분도를 주창하는 경기도의 입장이 상충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국민의힘(김기현 대표)은 김포시를 비롯 서울 인접 도시를 서울에 편입하는 일명 '메가시티서울'을 당론으로 추진하였다. 메가시티서울은 서울이 거대도시화하여 경쟁력있는 도시를 지향한다. 메가시티 동경, 런던, 파리, 뉴욕을 살펴보자. 최근 동경 수도권의 인구(4351만 명)가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5%이다. 런던대도시권의 인구(1437만 명)는 전체의 21%, 일드프랑스의 인구(1230만 명)는 전체의 20%이고, 뉴욕 대도시권의 인구(2090만 명)는 전체의 6%이다. 이에 비해 서울 수도권의 인구(2600만 명)는 전체의 50.6%에 달한다. 서울 수도권의 인구가 너무 많다. 지난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공공기관 지방 이전 때 보다 수도권 인구집중도가 더욱 심해졌다. 도시경쟁력의 면에서 보면, 일본 모리기념재단 도시전략연구소가 발표한 '2022년 세계 도시경쟁력' 순위에서 런던 1위, 뉴욕 2위, 도쿄 3위, 파리 4위, 서울 7위이다. 인구수가 적지만 싱가포르가 5위 암스테르담이 6위이고, 인구가 많은 상하이가 10위이다. 이것은 인구수로 도시경쟁력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도시는 적정한 인구와 함께 교통과 인프라, 산업과 도시역량, 문화 등의 면에서 능력을 갖추게 될 때 경쟁력이 높아진다. 지금 우리나라의 수도권은 인구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직장을 잡는 것은 더욱 어려워지고 높아지는 주택가격으로 집을 마련하기는 더욱 힘들다. 경제적 불평등은 심해지고 결혼과 출산은 감소하여 지속가능한 도시를 기대하기 어렵다. 경기 북부지역은 수도권이지만 수많은 규제로 인해 모든 분야에서 낙후되었다. 재정자립도(2023년)가 전국평균 45%인데 비해, 경기 북부 10개 시군의 재정자립도는 27.3%(경기도 전체 60.5%)이다. 경기 북부지역에는 의과대학 하나도 없다. 접경지역에 거주한다는 이유만으로 주민들에게 불이익을 감수하게 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가 아니다. 경기 북부지역은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이 적용되는 지역이므로 특별하게 대우 되어야 한다. 경기분도가 메가시티서울과 연관되면 그 뜻이 왜곡된다. 메가시티서울은 지방의 소멸을 더욱 가속화시킨다. 경기분도를 정략적으로 판단하지 말고 강원특별자치도, 전북특별자치도의 경우처럼 여야가 협치하여 처리해 주기를 기대한다.
오늘은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날. 유권자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제발 정직하고 부끄러움을 아는 후보를 뽑아 국회를 상식의 장으로 만들어 주길 소망해 본다. 이번 총선을 통해 유권자들은 정치인들의 민낯을 낱낱이 봤을 것이다. 자질이 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많았다. 정치를 해서는 안 될 사람도 있었다. 국민의 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한동훈이 그 한 예일 것이다. 정치를 속성으로 배워서 그런 것인가? 70년대 생이라고 보기에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의 레토릭은 구태의연했다. 운동권 청산과 종북몰이로 총선판을 흔들려 했고 “벚꽃이 피면 김포는 서울이 된다” “국회를 세종시로 옮긴다”, “내일 사전투표하면 구리가 서울 된다” 등 실현 불가능한 공약을 눈 하나 깜짝 않고 마구 던졌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 정..
22대 총선투표일, 선택의 날이 왔다.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혼란스럽고 처절했던 선거전이 모두 끝나고 드디어 유권자의 선택만 남았다. 현명한 투표의 가치는 더없이 높아졌다. 한 번 더 생각하고 신중하게 찍어야 한다. 저열했던 선전·선동·악담질은 모두 다 잊고, 누가 과연 나라의 입법기관이자 지역 대표로서 적격인지 정신을 가누고 제대로 판별해내야 한다. 우리의 미래를 개척해줄, 좀 더 깨끗하고 유능한 인물이 누구인지 찾아내야 한다. 돌이켜 보면, 이번 총선에서 비전을 겨루는 건강한 정책경쟁은 처음부터 아예 없었다. 시종일관 험담·악담이 판을 치는 저질 드라마가 하염없이 펼쳐졌다. 오직 상대방의 오물통을 찾아 발로 차고 뒤엎으면서 유권자들을 악취 나는 시궁창 속에다 가두려고 발싸심하는 최악의 선거전이었다. 이합집산 소용돌이 끝에 펼쳐..
22대 총선 사전투표율은 31.28%에 달했다. 4년전 21대 26.7%를 크게 웃돌았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치러진 지난 총선 최종투표율 66.2%를 넘어설 가능성이 아주 높아졌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언론의 그릇된 관행들은 더 심해졌다. 한국경제신문은 영화 시나리오급 예측 기사로 넘쳤다. 사전투표가 끝나고 본투표를 3일 앞둔 일요일 오후 ‘“이러다가 조국이 대통령 노릇?“...‘돌풍’ 지켜보는 민주당의 속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조국혁신당의 예상 의석수가 11∽17석을 얻을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민주당 의석수와 합쳐 180석을 넘긴다면 패스트트랙 추진, 필리버스터 종료 권한 등을 얻는다고 했다. 또 민주당이 단독 과반에 실패하면 조국혁신당과 손을 잡고 150석을 확보해 각종 법안과 예산안, 임명동의안을 쉽게 통과시킬 수 있다고 했다. 기사에 야당이 승리했을 때 우려가 가득했다. ’민주당 1당 되면 국회의장은 추미애?...”‘이재명 거수기’ 될라“‘라는 제목의 기사도 거의 비슷한 시간에 내보냈다. 당선될 경우 6선이 될 후보자는 민주당에서 추미애, 조정식 후보 2명이다. 국민의힘은 정진석, 이상민 후보 등 6명에 이른다. 이 기사는 ’추미애 같은 강경파를 의장에 앉혀 대여 투쟁 선봉에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고 걱정했다. 지난 21대 국회의장을 맡았던 박병석 김진표 의장은 합리적 중재자였다고 추켜세웠다. 반면, ’추미애가 만약 국회의장이 된다면 최소한의 공정성이 발휘될 수 있을지 의심이 든다‘고 했다. 도가 넘는 기사였다. 3월 28일 저녁 7시. 이 신문은 놀라운 여론조사를 기사화했다. 여론조사기관 피앰아이에 의뢰해 3월 24∽28일 시행한 조사라면서 민주당 전현희-국민의힘 윤희숙 후보가 출마한 서울 중·성동갑 지역의 지지율을 기사화했다. 윤희숙 후보가 5.8% 앞선다고 보도했다. 직전(22일∽24일) 조선일보 의뢰로 케이스탯 리서치서는 민주당 전 후보가 오차범위를 넘어 16%포인트 앞서는 곳이었다. 더욱이 3월 9일 이후 16번의 조사에서 윤 후보가 전 후보를 한 번도 앞서지 못했다. 윤 후보가 앞선 조사 결과가 나왔다면 검증에 검증을 해야 했다. 조사방법이 모바일웹 조사방식으로 특이했다. 문자메시지 설문에 답하는 방식이었다. 응답률이 50%에 육박했다. 전화를 활용한 조사와는 큰 차이가 있었다.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는 조사기관에 응답자 전화번호 및 거주하는 행정동 정보‘를 요구했다. 요구에 응하지 않아 조사결과는 위법이라고 31일 발표했다. 한국경제는 이 내용을 야당 지지자의 반발 때문이라는 제목으로 4월 1일자에 기사화 했다. 다음날은 ’”쌍팔년도 아닌데“ 한국, 전화 여론조사할 때...美·英선 웹조사‘라는 기사를 또다시 냈다. 쌍팔년식 기사는 아닌지 자성이 먼저다. 유권자는 물론 독자에게도 독선은 혐오의 대상이다.
여론조사! 선거 결과를 어느 정도 맞출까? 이제 총선이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전 투표도 끝났고, 이제 본 투표만 남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이른바 ‘깜깜이’ 기간이지만, ‘깜깜이’ 기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각종 여론조사가 쏟아져 나왔었다. 이런 여론조사들의 결과에 따라, 각 정당들은 일희일비했다. 그런데 각 정당이 일희일비할 정도로 여론조사가 정확할까는 의문이다. 대선 당시, 여론조사는 비교적 정확히 결과를 예측했었다. 그런데 문제는, 총선 관련 여론조사의 경우, 총선 결과를 정확히 맞추는 경우는 드물었다는 데 있다. 지난 2012년 19대 총선 당시를 돌이켜보면, 이명박 정권 5년 차이었기 때문에 대통령 지지율은 24% 정도였고(한국갤럽 기준),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정권심판론의 기세는 엄청났었다. 당시 여론조사 상당수는 야당 과반 의석을 점쳤었다. 그런데 결과는 새누리당 152석이었다. 2016년 총선은 정반대 상황이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분열로, 각종 여론조사 지표는 새누리당의 압승을 가리켰다, 새누리당 180석 이상의 결과를 예상한 여론조사들이 다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야권의 승리였다. 21대 총선 당시에도 여론조사의 예상이 정확했다고 말할 수 없다. 결국 253개(이번에는 254개) 지역구의 승패를 여론조사가 정확히 예상하기는 힘들고, 그래서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그뿐만이 아니라, 투표율이 높으면 민주당에게 유리하고, 낮으면 국민의힘에게 유리하다는 주장도 일종의 편견일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투표율이 높으면 젊은 층들이 대거 투표하기 때문에 민주당에게 유리하다는 논리는 최소한 현재 상황에서는 설득력이 없다. 지난 29일 발표된 총선 전(前) 한국갤럽의 마지막 정례 여론조사(3월 26일부터 28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 15.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나타난 주관적 정치 성향 조사 결과를 보면, 20대의 경우, 보수 27%, 중도 37%, 진보 22%였고, 30대는 보수 29%, 중도 35%, 진보 28%였다. 이런 상황은, 젊은 층이 투표하면 민주당에게 유리하다는 주장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오히려 투표율이 ‘극단적’으로 높을 경우, 보수 정당에게 유리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여론조사의 전체 국민의 이념 성향을 보면, 보수는 32%, 중도는 29%, 진보는 28%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투표율이 70%에 근접할 경우, 이런 우리 국민의 주관적 정치 지형이 선거 결과에 상당 부분 반영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지나치게 신봉하거나 투표율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논리적 타당성을 가지기 힘들다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정치 지형에서 투표율이 갖는 의미를 생각하거나, 지역별 여론조사보다는 전국 단위 조사를 ‘참고’하는 것이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데 합리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