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임종 침상에서 /노재연 구시월 볕에 익어 붉디붉던 옷 벗긴 감 별빛에 물든 서리 고명처럼 얹히더니 상자에 곱게 누운 채 명상에 잠긴 곶감 하나 익산과 수원을 열차로 달리던 긴박한 시간들이 기억난다. 시간이란 속도와 싸우면서 틀과 구조 속에서 박사과정을 숨죽여 걸었던 추억이 철도레일에 흔적을 지운다. 얼마 전 시인의 어머님을 문상하고 돌아온 익산의 하늘을 보았다. 바람 불고 그리움들이 빛으로 내려앉은 시인의 어머님의 마지막 길을 마주했다. 삶의 여정을 읽는 순간 눈물이 났다. 어머니들은 모두 정직했고 가난했다. 고인의 미소처럼 조용했고 스산한 외로움들이 밀려들었다. 누구나 슬프지 않은 이별은 없다. 영혼의 생명과 숨결을 지니고 고단하고 힘겨울 때 어머니는 유일한 안식처였다. 삶을 추구하면 꿈이 사라지고, 꿈을 꾸다보면 현실에 흠이 된다. 왜 후회와 아픔이 없겠는가? 시인은 어머님이 바라시는 대로 삶에 충실했고 뜻을 다했다. 주검을 통해 우리에게 남는 것은 깊은 성찰과 교훈을 안겨준다. 길은 끝났지만 여행은 아직 남아있지 않은가? /박병두 문학평론가
원숭이에게 바나나와 100억 원짜리 수표를 놔두고 둘 중하나를 선택하라면 어떨까? 누구에게 물어도 물어보나한 물음이라며 면박만 당할 질문이다. 수표가 사람에게는 어마어마한 능력이지만 원숭이에게 그냥 종이쪽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만약 원숭이도 수표의 위력을 알고 있다면 보나마나 수표를 집어 들 것이다. 불행하게도 원숭이에게는 상상력이 없다. 수표가 곧 먹이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을 못하기에 어리석기 짝이 없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문학은 그 어떤 분야 못지않게 수준 높은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다. 한편의 시를 쓰려한다면 일단 상상부터 해야 할 일이다. 상상으로 현상과 사물과 관념 등을 꿰뚫어 보고 알맞은 낱말을 찾아 선택하고 조합할 수 있어야만 한편의 시가 완성될 수 있다. 소설도 마찬가지다. 상상력으로 주제를 선정하고 그에 알맞은 소재를 찾아내 대입시키고 플롯을 만들어 현상과 사물과 관념 등을 적절한 낱말과 문장으로 묘사할 수 있어야 완성될 수가 있다. 또 시조나 수필 등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물리적인 힘만으로는 사자나 호랑이를 이길 방법은 없다. 고도의 격투기술을 소유한 무술자라도 본능으로 싸우는 사자나 호랑이를 당해 낼 재간이 없다. 그렇지만 사람은
겨울도 이제 막바지로 가고 있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이 시기에는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바로 해빙기이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생활 주변에 위험요인은 없는지 다시한번 꼼꼼히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한 겨울의 토양은 지표면 사이에 남아 있는 수분이 얼어 붙어면서 부풀어 오르는 이른 바 ‘배부름 현상’이 나타난다. 그러다가 해빙기가 도래하면 얼었던 토양을 형성하는 입자사이의 물이 녹아내리면서 지반을 약화시킨다. 이 때문에 지반침하가 생기면서 건축물이나 공사장의 각종 시설물에 균열, 붕괴, 낙하물 추락 등 안전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해빙기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점검 수칙은 첫째, 집주변 오래된 대형빌딩, 건축물의 균열이나 지반침하 등으로 기울어진 곳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둘째, 건물공사장이나 지하 굴착 공사장 주변에는 추락 또는 접근금지를 위한 표지판이나 안전팬스가 제대로 설치돼있는지 다시한번 확인하자. 셋째, 절개지나 낙석 위험지역을 점검하여 토사가 흘러내릴 위험이 없는지 살펴보자. 넷째, 도로위 지뢰 ‘포트홀(pot hole)’을 특히 주의하자. 해빙기엔 겨울철
지난해 12월 환경부와 국방부, 한국환경공단은 인천 부평미군기지(캠프마켓) 반환공여구역 환경조사 결과와 정화방안을 설명하는 정부합동설명회를 개최한 바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캠프 마켓에선 발암성 물질인 다이옥신이 일본·미국 토양오염기준의 10배가 검출됐고 석유계총탄화수소(TPH)는 우려기준의 49배를 초과했으며 구리는 194배, 납은 255배를 초과했다고 밝혔다. 불소, 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 포리클로리네이티드비페닐(PCBs) 등 기타 토양오염물질도 기준을 초과했다. 그런데 문제는 부평 미군기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잘 알려진 사례가 서울 용산 미군기지 오염이지만 경기도내 미군기지에서도 심각한 오염이 발생했다. 지난 2008년부터 2017년 10월까지 주한미군기지 공여구역 주변 지역에 대한 조사를 110차례 실시했는데 이 결과 기지 63곳 중 32곳의 주변 지역에서 기름찌꺼기(석유계총탄화수소·TPH), 납, 아연, 크실렌 등 각종 오염원들이 환경기준을 초과해 검출됐다. 이는 2017년 10월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인천 연수갑)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주한미군 공여구역 환경기초조사 실시내역’ 자료에 의한 것이다. 앞으로 미군 반환기
지금 국민들은 실업의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다. 기업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 속에 몸부림치고 있고, 기업이나 가계는 한순간 한순간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어렵다. 하루에도 실업자가 수 없이 늘고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수없이 간판을 내리고 있다. 이처럼 경제는 곪고 실업대란이 벌어지는데도 가장 앞장서야 할 정치권은 진보니 보수니 따지며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인들은 제 앞가림 외에 하등 의미가 없다는 건지, 아니면 국민들이 흘리는 고통의 눈물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인지. 그들을 보면 ‘나만 살면 그만이다,’는 극단적 이기주의 외엔 달리 설명이 안된다. 대부분 국민들은 바로 이런 모습은 정치와 국민들이 따로 라는 증거라며 국민의 진정한 관심사가 뭔지 정치권 전체가 깊이 생각하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실업의 고통 속에 있는 국민들은 우리 가족이 죽느냐 사느냐 참담한 상황이다. 원래 정치란 국민들의 고통을 최소화하고 눈물을 흘리면 닦아달라고 고안해낸 정치가 안닌가, 그런데 지금 정치는 도대체 국민을 어떻게 보고 생각하는 것인지 매우 불안하고 의심스럽다. 시시각각 실업자 수는 사회안전망을 보장할 수 없을 정도로…
4월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됐지만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예상치 않았던 북한과의 정상회담이 일단 합의됨으로써 한반도의 긴장이 해소되고 화해무드가 조성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그러나 원만한 회담의 성사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적지 않다. 샌더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최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의 말과 수사에 일치하는 구체적인 행동을 볼 때까지 이 만남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구체적이고 검증할 수 있는 행동을 봐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실험 금지 및 비핵화 의지 등 약속한 일련의 사항들에 대해 약속들과 일치하는 구체적인 행동 없이는 북미회담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 점이 주목되는 것이다. 즉, 비핵화 등과 관련한 북한 측의 가시적 조치가 없다면 정상회담이 불발될 수도 있다는 언급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 노동당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새벽에 안전보장회의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한 것도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는 것이지만 과연 얼마만큼의 진정성 있는 선언일지는 두고봐야 할 대목이다. 예전에도 북한은 수많은 약속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바뀌면 식언(食言)을 일삼아온…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LG아트센터에서 아주 독특한 셰익스피어 작품을 관람했었다. 이 무대에는 단 한 명의 여성 배우도 등장하지 않았던 것이다. 남성 배우들이 여성 분장을 하고 여성 배역을 능청스럽게도 소화했다. 셰익스피어 작품에서 종종 등장하곤 하는 바로 그 장면, 남녀가 서로에 대한 순수한 열정에 사로잡혀 불같이 사랑에 빠지는 신이 그날에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한 귀족층의 부인이 아름다운 소년을 보고 사랑에 빠져 그를 뒤뜰로 유인했다. 그를 유혹하며 사랑을 갈구하는데, 돌연 이 배우가 상대와 자신의 옷을 찢으며 상남자가 되어 버린 것이다. 객석에서는 웃음이 빵 터져 나왔다. 고귀하신 부인이 갑자기 헐크로 변했으니 말이다. 배우들은 어쩌면 그리도 천연덕스럽게 남성과 여성을 넘나들며 위트를 치고 있을까. 재미로 치면 말할 것도 없고, 평소 여성이라는 굴레에 갇혀 표출하지 못했던 감정이 속 시원하게 해소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영국의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는 셰익스피어를 일컬어 남성과 여성을 자유롭게 오고갔던, 성정체성을 뛰어넘어 진정한 위트와 휴머니즘을 실현했던 작가라고 논평한 적이 있었다. 물론 그 기저에는 인간과 여성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자리잡고 있었을
소금은 오랫동안 세계 각국에서 부(富)의 상징이었다. 중국 진시황은 소금 전매 수입으로 군대를 양성 했고,로마 역시 소금세로 전쟁비용을 조달했다. 봉급(salary)과 병사(soldier)라는 말이 소금(sal)이란 라틴어에서 나온 건 병사들 봉급을 소금으로 지급했던 까닭이다. 그런가 하면 선사시대 이래 소금 생산지는 교역의중심이었다. 6~7세기까지 작은 어촌이었던 베네치아가 10세기 이후 번창한 것도 소금 덕이다. 또 소금 때문에 수많은 교역로가 생겼는가 하면 전쟁과 혁명도 일어났다. 마크 쿨란스키가 쓴 책 '소금'에 따르면 신대륙이 발견되기 전까지 유럽의 무역은 제노바와 베네치아의 소금 패권에 좌우 됐고, 프랑스 대혁명과 미국 독립전쟁의 원인 중 하나도 실은 소금이라고 돼 있다. 소금이 귀한 대접을 받은 것은 소금 없이 사람이 살수 없을 정도로 생존의 필수성분을 함유하고 있어서다. 체액 속 염분(0.9%)이 부족할 경우 산소 공급이 제대로 안돼 피로해지고 심하면 전신 무력상태에 빠진다. 또 소금 속 요오드의 결핍은 갑상선 확대와 함께 신경과민,심장 박동 이상,근육 약화를 유발한다. 용도 또한 다양하다. 치료는 물론 생활속에서 활용할수 있
이름 없는 부도 /고은영 오솔길 한적한 곳에 들꽃처럼 혼자 피고 혼자 지다 처연히 장식한 이름 하나 어느 시절이 골짝 지키며 수행자로 살았을 가난한 삶의 흔적이여 바람에 스쳐오는 온화한 체취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살다 간 이승의 고요처럼 저승의 한 고요히 흐르네 시인의 작품을 접하면서 자유란 어떤것인가? 하는 혜안을 보게 된다. 여기서 다시 행복이란 무엇인가? 사람은 누구나 잘살기 위해서 돈도 벌고 그렇게 살아야 할 인생이다. 저 마다 행복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고 기다리는 일들도 하나의 운명이다. 自由는 법이 보장해야 하지만 自遊는 마음과 자연이 일치되고 가질 때 누리는 것이다. 행복이란 자유의 조건에 들어가 있지만 누구나 행복할 수는 없지만 그 행복을 위해 오솔길을 걸을 수 있는 시인의 시선과 같다. 어쩌면 시인은 주름진 자화상을 찾고 지나가는 것들에 대한 치유와 위로를 한순간이나마 깊은 절정의 대화를 자신에 묻고 있다. /박병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