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바늘 /정숙자 총알이 나를 뚫고 지나가네 내 몸에선 피 한 방울 나지 않네 어떤 멍울도 흉터도 없어 의사를 찾아갈 필요도 없네 나는 훨씬 먼 곳에 와 있네 총알은 너무 먼 곳에서 날아왔기에 닳아 버린 것이라네 총알이란 예전엔 흉기였지만 이제 한갓 기호일 뿐이라네 얼마나 힘들어 조준했을 것인가 그러나 나는 영 총알하고는 셈이 맞지 않는 속에 와 있네 이 총알이 누가 보낸 것인지 알 수도 없네 그렇지만 총알인 것만은 확실하네 옛날 옛날에 봤던 기억이 있네? - 정숙자 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中에서 이 시를 읽다보면 아방가르드의 색체가 짙게 채색되어 있는 느낌이다. 아울러 물체를 세심하게 관찰하여 분석하는 힘이 고스란히 응축되어 있다. 총알이 나를 관통했어도 피한 방을 나지 않고 흉터가 없다니 이는 어쩌면 허무주의가 빚어낸 산물인 것이다. 총알이 너무 먼 곳에서 날아왔기 때문에 가는 바늘처럼 닳아 버려 느낌표 같은 기호로 변했다면 흉기는 아니지만 악마의 바늘이 되어 먼 옛날 상처 입은 기억을 반추하게 하는 흉기가 될 수도 있다. /정겸 시인
입동(立冬)으로 접어들면서 날씨가 하루하루 쌀쌀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난방을 위한 다양한 전열기구를 사용하는 빈도가 급격히 늘면서 화재예방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돌아왔다. 겨울철은 습도는 낮고 공기는 건조해 화재가 발생하기 쉬운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에 전국의 소방관서에서는 선제적 재난 대응태세를 확립하고 대형화재를 줄이기 위한 사전 예방활동을 강화하여 겨울철 화재방지와 인명·재산피해 최소화를 위한 겨울철 종합소방안전대책을 추진 중에 있다. 하지만 화재로 인한 인명과 재산피해를 줄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동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최근 5년간 인천시 겨울철 화재를 분석해보면 부주의로 인한 화재가 41.4%로 가장 높았다. 여기서 부주의 화재의 세부 원인을 살펴보면 담배꽁초 29.24%, 화원방치 17.3%, 음식물 조리 16.3%, 용접·용단 8.0%, 쓰레기 소각 6.9%순이다. 이는 우리가 평소에 화재예방에 대한 작은 관심만 가지면 얼마든지 예방이 가능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불’이란 것은 예기치 못한 곳과 예기치 못한 시간에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화재
사상 처음으로 하루 전에 수능시험이 연기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포항지역의 지진 때문이었다. 가장 큰 피해자 중의 하나가 학교였다. 지진 당시만 해도 정상적으로 수능을 치르겠다던 교육부가 포항교육청 등의 건의를 받아들여 수능시험을 1주일 연기했던 것이다. 포항지역의 수능시험장은 14개다. 이 중에 10개 학교가 외벽에 금이 가고 유리창이 깨졌다. 일부 학교는 파손 정도가 심해 아수라장이 된 곳도 있었다. 그나마 학생들의 큰 피해가 없어서 다행이지만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전국 초·중·고교 등 각급학교의 내진설계율은 25%대에 불과하다. 그것도 내진성능 확보율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보다 큰 피해가 발생한다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내진보강을 완료하는데 유·초·중등학교는 4.5조 원, 국립대학은 0.5조 원 등 모두 5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교육부는 안전하고 쾌적한 학교환경 조성차원에서 내진보강 예산을 연차적으로 확대 투입키로 하고 수 천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했으나 국가예산 사정으로 언제 완료될 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아직 사업체계도 확실하게 정립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학교시설의 내진보강을 위한 투자 확대는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오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는다. 한국e스포츠협회 회장과 명예회장을 지낸 전 전 수석은 2015년 7월 롯데홈쇼핑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으로 3억 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제삼자 뇌물수수)를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여권의 고위 인사가 부패 혐의로 검찰 포토라인에 서게 된 것은 처음이다. 초대 정무수석이 정부 출범 6개월 만에 낙마해 검찰 조사를 받게 됨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은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 검찰이 자신에 대한 소환 방침을 밝히자 전 전 수석은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누가 될 수 없다면서 사의를 표명했다. 전 전 수석은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 “제 과거 비서들의 일탈행위에 대해 다시 한 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그 어떤 불법행위에도 관여한 바가 없음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검찰이 전 전 수석을 제삼자 뇌물수수 혐의로 소환한다는 소식에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인 청와대 정무수석을 향해 칼끝을 겨누자 ‘검찰발 사정한파’가 본격적으로 휘몰아치는 게 아니냐며 잔뜩 긴장하는 것 같다. 특히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여권…
전국 고교(2천358교) 중 야간자율학습(‘야자’) 실시 학교는 1천900개교(80.5%)! 그중 995개교는 밤 10시까지지만 11시가 넘도록 공부하는 학교도 245개교(12.9%)! 이 싸늘한 밤에도 학생들이 열정적으로 ‘야자’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렇게 말해 미안하지만 마음 든든하기보다는 그 고생이 남의일 같지 않다는 느낌이다. 아예 1학년 때부터 실시한다는 41개교 학생들은 ‘자율’의 의미나 알고 참여하는지조차 의심스럽다. “붙잡아둔다”고도 표현하지만 무슨 공부를 그토록 하는가 싶고 꼭 해야한다면 밤낮없이 한곳에 모여앉아 있기보다 다양한 곳에서 ‘더 자율적으로’ 공부하면 안 되는지, 어떻게 그리 획일적·전체적인 자율을 좋아하는지 두려움마저 느끼게 된다. 또 교육학이란 결국 어떻게 가르쳐야 더 효과적인지 고민하는 학문일 텐데 “오래 붙들고 있을수록 좋다”면 그게 누구든 굳이 소용도 없는 그런 학문을 할 이유가 있을까 싶다. 앨빈 토플러는 방한 때마다 “한국은 아직도 교육을 풀빵 찍듯 하고 있다&rdq
11월 19일은 세계 아동학대 예방의 날이다. 아동학대 예방의 날은 전 세계에 아동학대 문제를 부각시키고 그 필요성을 알리고자 여성세계정상기금이 2000년 11월 19일 처음 제정하였으며 우리나라는 2012년 아동복지법 개정에 따라 아동학대 예방의 날이 법적으로 명시되었다. 아동학대란 만 18세 미만 아동을 신체적·정신적으로 학대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하며,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아동학대 발생건수는 2014년 1만27건, 15년 1만750건, 16년 1만2천여 건으로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아동학대 사건의 80%가 가정 내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통계는 우리의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제자리걸음이라는 방증으로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만든다. 우리사회에는 아직 자녀훈육이라는 명분하에 체벌을 가하는 것이 용인된다는 잘못된 사회인식이 여전히 만연하다. 그로 인해 우리 주변에서는 아동학대를 목격하더라도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법적 신고의무자 뿐만 아니라 사회 공동체 일원 하나하나가 학대범죄의 심각성을 깨닫고, 스스로가 아동학대 신고의 주체라는 인식의 전환이 우선시되어야 할 것이다.
이 늦은 밤에도 누군가는 잠을 자지 않나 보다. 나처럼 깨어있어 연거푸 소식을 보내오다니. 일박이일 네 번 째 김장을 했다. 밤새 완성한 자작시, 증축한 집을 자랑하고, 숨 막히게 고되다는 그녀의 하소연에 이어 막장봉 산행에서는 힘이 펄펄 넘치다가도 마침내 토론토 시청 앞 광장에서 스카프를 나부끼기까지의 소식들. 끝없는 그들의 데이트 제의에 마침내 굴복, 환하게 웃는 이모티콘 한 장에 몇 줄 댓글을 띄우고서야 잠을 청하는 것이 요즘 내 달달한 데이트의 꼴이다.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내 데이트에는 장점이 참 많다. 일대다수의 만남에도 남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 나이의 제한도 없고 그 상대의 성별에도 개의치 않는 인터넷만 열린다면 그야말로 자유분방한 그들과의 만남. 더하여 데이트 비용조차 준비할 필요가 없으니 이보다 더 경제적 일수는 없다. 온전히 나를 다 드러낼 필요도 없는, 공감코드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만남이 가능한, 바쁘고 정신없는 나에게 어쩌면 가장 적절한 제3의 소통 방법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 갖가지 장점에도 가끔씩 불안해지는 건 마치 내가 새로운 형태의 현대판 히키코모리가 될 것 같다는 걱정에 이르러서다. 사회생활에 적응을 못하고 집안에만 틀
삶에서 기쁨과 만족감을 느끼며 흐뭇해짐을 행복이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기쁨+만족감=행복’이라는 등식이 성립된다. 기쁨과 환호, 그리고 만족. 이 모두는 결국 자아(自我)에 달려있다. 영국의 철학자 그린(Green, T. H.)은 인생에 있어 궁극적인 목적은 자기 본연의 능력과 개성을 충실하게 발전시켜 완벽하게 이루려 하는 자아실현에 있다고 주장했다. 자아실현을 위해 내달리는 것이 인간의 욕구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자아실현을 위한 환경은 마련되어 있는지 의문이 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행복지수’를 살펴보면 한국은 2011년 24위에서 2015년 28위, 2017년 2월 발표한 순위는 32개국 중 31위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띄고 있다. 유엔의 세계행복보고서(2017 World Happiness Report) 역시 한국의 2014~2016년 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5.84점으로 전 세계 155개국 중 56위에 머물러 있다.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순위가 28위이니 경제척도와 행복척도는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에 더해 통계청에 따르면 대표적인 소득분배지표인 한국의 지니계
청어는 예전부터 서민에게 친숙한 이름이었다. 값이 싸면서도 맛이 좋고, 그리고 영양가가 풍부해 일반 사람들이 청어를 즐겨 먹어서다. 가난한 선비들이 잘 먹는 물고기라 하여 ‘비유어(肥儒魚)’라고 불릴 정도였다. 청어는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많이 잡혀 동해안에선 ‘등어’, 전남에선 ‘고심청어’, 경북에선 ‘눈 검쟁이’ ‘푸주치’라고 불렸다. ‘동국여지승람’엔 이러한 청어가 겨울철 영일만 하구에서 가장 먼저 잡힌다고 기록돼 있다. 경북 포항지역 어민들은 이 청어로 과메기를 만들었다. 과메기의 유래는 여러 가지로 전해지고 있다. 그중 청어의 눈을 꼬챙이에 꿰어 바닷바람에 말려 먹기 시작해 그 어원이 관목(貫目)이라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목’을 구룡포 방언으로 ‘메기’라고 발음해 ‘관메기’라고 하다가 ‘과메기’로 굳어졌다는 것이다. 영일만 근해에서 많이 잡히던 청어의 어획량이 1960년대 후반 급격히 줄어들고 그나마 잡히는 고기마저 일본으로 수출되자 꽁치가 청어의 자리를 대신했다. 꽁치는 과메기로 만드는 기간이 열흘 이상이던 청어보다 살의 두께가 얇아 사나흘이면 충분할 뿐만 아니라 비린 맛도 거의 없어 일찍부터 일반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지금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