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목격한 일이다. 출근길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들이 꽤 있었다. 대부분 차례차례 앞문으로 승차했는데 한 사람이 뒷문으로 올라탔다. 얌체 같은 행동이었지만 뒷문으로 탔던 경험이 다들 있어서인지 아니면 두세 정류장만 가면 지하철로 환승하는 분들이 많아서인지 승객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이때 젊은 버스 기사가 “뒷문으로 타지 마세요!”라며 한마디를 했다. 매우 짧고 굵은 지적이었다. 내가 듣기에 퉁명스러운 말투였다. 그렇다고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런 경우 보통은 못 들은 척하거나 “죄송합니다!”라고 대응할 텐데 이 승객의 반응은 다소 논쟁적이었다. 자신에게 쏠린 시선이 민망했을지도 모른다. 복잡한 버스 안을 헤치고 운전자석으로 가더니 “말을 왜 그따위로 하냐. 다른 지역 버스는 별말 없는데….”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볼멘소리를 들은 기사는 당황했다. 그러나 물러서지 않았다. “뒷문으로 타면 위험합니다. 안전 때문입니다.” 이 말도 틀리지 않았다. 만약 “앞문 승차, 뒷문 하차”라는 기사의 안전 수칙 준수와 “앞문으로 하차할 때도 있고, 뒷문으로 승차할 수도 있지”라는 승객의 임기응변식 대응이 계속 맞선다면 출근길 분위기는 이상해졌을 테고, 두 사람…
동물행동학자들에 따르면 동물의 식생활을 통해서 그들의 짝짓기나 가족의 형태를 예측한다. 인간은 채식성이었던 유인원 선조로부터 갈라져서 진화된 후, 수백만 년을 지내오는 동안 점차 육식과 채식을 함께 먹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의 치아와 손톱은 여전히 유인원과 같은 모양이어서 호랑이처럼 날카롭지 않다. 인간이 사냥에 뛰어난 것은 이와 손톱이 아니라 커다란 뇌 덕분이었다. 신체 구조는 사냥하기에 불리하지만, 우리의 선조들은 도구를 사용하고 협동 작업을 통해서 성공적인 수렵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한다. 또한 식물의 뿌리나 과실을 채집하는 데도 도구를 사용하였고, 이를 위해서도 역시 커다란 뇌가 필요했다. 이처럼 식량을 구할 때도 인간은 다른 동물보다 두뇌를 훨씬 많이 활용하는 것이다. 침팬지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식량을 구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먹으며, 새끼 침팬지에게 그 방법을 가르친다. 침팬지는 도구를 만들어 사용할 줄 안다. 인간이 익혀야 하는 기술 그리고 그것을 가르쳐야 하는 부모의 역할은 침팬지보다 훨씬 많다. 그 결과, 부모의 책임은 매우 무거워지고 아이를 키우기 위해 모친은 물론이고 부친의 보살핌도 중요하게 되었다. 오랑우탄의 수컷은…
극우화, 난민 유입,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으로 정신없는 와중에도 유럽연합 의회는 2024년 세계 최초의 포괄적 인공지능 규제법인 ‘유럽연합 인공지능법’(EU Artificial Intelligence Act)을 가결해 2026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건강 논란에 시달리는 노구의 바이든 대통령조차 2023년 ‘AI 행정명령’을 발령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이용과 발전을 위한 정책과 원칙의 기초를 놓았다. 우리나라 제22대 국회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는 총 6개의 AI 기본법안들이 계류 상태에 있다. 안철수 의원 등 12인이 발의한 ‘인공지능 산업 육성 및 신뢰 확보에 관한 법률안’, 정점식 의원 등 108인이 발의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 민형배 의원 등 13인이 발의한 ‘인공지능기술 기본법안’, 권칠승 의원 등 15인이 발의한 ‘인공지능개발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안’ 등이 그것이다. 현재 발의된 인공지능 법안들의 내용이 타당하다거나 충분하다는 것은 아니다. 내용이 뭐라도 좋으니 일단 기본법은 통과되어 있어야 고쳐나갈 수라도 있지 않느냐는 생각도 단정하지는 못하겠다. 그러나 여야가 인공지능 법 정책을 두고 지
반찬가게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최근 고물가로 인한 식재료 가격과 외식비 상승이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한다. 물가는 지난 2022년 1월부터 지속 상승하고 있어 서민들은 생활에 압박을 느끼고 있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외식비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을 보면 김밥 가격은 2년 전에 비해 15.6% 증가했다. 짜장면 가격은 지난 3월 7069원에서 4월 7146원으로, 칼국수는 9115원에서 9154원으로, 냉면 가격은 1만1538원에서 1만1692원으로 올랐다. 1인 가구의 증가, 시간을 절약하고 효율성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 등도 중요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반찬가게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집밥’을 선호하는 사람이 증가하자 편의점들도 소포장 반찬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지난 4월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이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3~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집밥 취식 및 반찬 전문점(가게) 관련 U&A(Usage & Attitudes) 조사'를 실시했다. 이 결과 응답자의 65.1%가 집에서 먹는 집밥을 선호하며 평소 식사를 할 때도 외식이나 배달보다는 집밥을 먹는 경우가 많은…
인면수심의 아동성범죄와 스토킹 범죄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성범죄 지원센터를 이용하는 피해자들의 절반 이상이 ‘미성년자’인 것으로 나타나 충격이다. 미성년자 성폭력 예방 및 사후 조치가 이뤄지고는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입법 조치가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다른 성범죄와 달리 가중처벌 근거가 부족한 미성년자 스토킹의 경우 대책이 더욱 정밀하게 마련돼야 할 사항으로 지적된다. 지난해 성폭력 등 피해자 지원센터인 ‘해바라기센터’를 이용한 2만3419명 중 미성년자는 총 1만1736명으로서 전체 이용자의 과반인 50.1%를 차지했다. 13세 미만도 31.1%인 7277명에 달했다. 성별로는 여성이 1만9142명으로 81.7%를 차지했고, 남성은 3965명으로 16.9%였다. 성폭력 피해자와 가해자와의 관계에서 ‘아는 사람에 의한 피해’가 62.5%, 1만542명으로 가장 많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수원지검 안산지청 형사2부는 며칠 전 60대 남성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피의자는 지난해 8월 공원에서 피해 아동에게 접근, 간식을 미끼로 유혹해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 뒤 성폭
1988년 10월 8일 영등포 교도소에서 충남 공주 교도소로 이감되던 중 탈주해 서울 한 복판에서 인질극을 벌이다가 경찰이 쏜 총에 사살당한 지강헌은 ‘무전유죄 유전무죄’를 외쳤다. 지강헌은 징역 17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는데 혐의사실은 상습절도였다. 범죄를 미화하거나 동정할 의도는 없지만 절도 혐의로 징역 17년을 선고받았으니 ‘무전유죄’라 억울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지강헌의 인질극이 벌어진 지 4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다.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고 카카오 의장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것을 보면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조금은 희석된 것 같다. 하지만 ‘전’이 희석된 자리에 ‘검’이 들어찬 것은 아닌가 싶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확실한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매일 신문 1면을 장식하고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은 가관이다. 댓글 팀 운영이 폭로되더니 급기야 여당 유력 인사가 현직 법무부 장관에게 자신이 기소된 사건의 공소취소를 청탁하였다는 폭로까지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이던 시절 민주당 소속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댓글 조작, 일명 드루킹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문재인 정권의 청와대 민정수석실 인사들은 울산지방경찰청에 수사를 청탁했다는 혐의
2024년 현재, 우리는 유튜브 전성시대를 살고 있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앱으로, 심지어 카카오톡을 제쳤다. 실로 대단하다. 이러한 시대에 살고 있는 나는 유튜브가 축복이자 저주로 느껴진다. 축복이라고 느끼는 이유는 과거에는 상상도 못 했던 정보와 지식을 손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 방 침대에 편하게 누워 과학, 역사, 문학, 철학 등의 유명 인사의 강의나 인터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세상이다. 학문적, 인문 소양적 즐거움뿐만 아니라 오락적인 측면에서도 그렇다. TV에서만 볼 수 있었던 옛날 드라마, 오래된 예능은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신상(?) 영상들까지. 각종 분야와 국경을 뛰어넘은 영상들이 셀 수도 없이 있다. 우리는 유튜브 덕분에 유익하고 재미있는 영상을 무엇이든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유튜브는 저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유튜브에는 대단한 사람들이 너무 많고 그들의 콘텐츠를 너무나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유튜브가 없던 시절에도 대단한 사람들은 있었겠지만, 실제로 내 눈에 보이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눈앞에 보이는 수많은 대단한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자꾸 '나'가 초라해진다. 이런 초라함을
한국에 찾아오는 외국인들은 우리나라의 자연환경과 4계절의 뚜렷함에 모두가 부러워하고 있다. 꽃이 만발하는 포근한 봄, 신록이 무성한 여름, 풍성한 수확의 계절인 가을, 차가운 눈바람과 함께 맨몸을 드러내는 앙상한 나뭇가지에서 우리는 4계절의 운행과 변하지 않는 규칙성을 발견하곤 한다. 게다가 가까이 있는 도시 주변의 산들은 우리들에게 편안한 휴식처를 언제나 제공해주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4계절에 변화에 맞추어 한국인은 계절의 특성에 알맞게 의식주를 계발하며 생활화하여 왔었다. 그리하여 우리들은 나무와 흙으로 한옥을 짓고 여름 장마비의 습기를 줄이기 위해 대청과 누마루를 만들었다, 한옥의 시원함은 이러한 장치 이외에도 집 뒤의 언덕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찬 기운이 마당의 더운 기운과 어울려 대류현상에 그 원인이 있다. 뿐만아니라 음식과 옷에서도 우리들은 독창적인 디자인과 재질로 한국적인 아름다음을 이루어 내었다. 오늘날 한류문화의 중심에는 한국의 다양한 음식과 독특한 먹거리도 포함된다. 나아가 추운 겨울을 이기기 위해서는 따뜻한 온돌방을 만들었다. 이처럼 한국인들의 생활문화가 4계절의 영향으로 인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기에 날이 갈수록 한국을
경기도가 최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반지하주택 관련 법령 개정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김성중 경기도 행정1부지사와 염태영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수원시무) 등 국회의원 8명, 민간 전문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한 이날 토론회에서 ‘반지하 거주민 주거 상향 3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반지하주택 거주민의 거주여건 개선을 위해 ‘건축법’,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을 개정하자는 것이다. 경기신문(15일자 3면, 道 반지하 거주민 주거 상향 위해 ‘3법 개정’ 필요해)은 ‘주거 용도로써 반지하주택의 문제점에 대해 공감하고 반지하 거주민들의 주거 상향을 위해 합리적인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토론자들의 주장을 보도했다. 특히 “반지하주택 문제를 해결하려면 건축물 노후도와 기반 시설 등을 종합 고려해 지원하는 등 더 근본적인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 “반지하주택 거주자 생활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지원사업도 병행해야 한다”며 3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한 염태영 의원의 목소리를 전했다. 반지하 거주민 주거 상향 3법’ 개정 문제가 이날 처음 거론된 것은 아니다. 도는 지난해 9월 25일 국회의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출마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 유세 중 총격을 당했다. 유력 대선 후보이자 전 대통령에게 총알이 날아가는 장면이 생중계로 방송됐다. 연설을 시작하고 불과 몇 분 만에 벌어진 일이다. 총성이 울렸고 단상에 몸을 숙인 트럼프 전 대통령 주위로 경호원들이 에워쌌다. 연단 뒤에서 유세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한 것처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총성은 이후에도 몇 차례 더 이어졌다. 청중석에서 부상자가 있는 듯 비명이 들렸다. 잠시 뒤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어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의 오른쪽 귀와 얼굴에 피가 묻은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지자가 보이게 얼굴을 들었고 주먹 쥔 오른팔을 더 높게 들어 보였다. 현장 유권자들이 USA를 크게 외치며 환호했다. 11월 대선을 불과 넉 달 앞두고 벌어진 초유의 암살 시도 사태가 미국 정치 판도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커진다. 죽음 앞에서 살아 돌아온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렬한 인상이 투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보인다. 한편 이번 사건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는지 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