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중국에서는 격투기 강사와 태극권 ‘고수’가 대결을 벌였는데 20초만에 태극권 고수가 KO패했다. 승리한 격투기 강사는 “중국 무술은 시대에 뒤떨어졌으며 실용성이 없다”고 폄하하면서 자존심 강한 중국 태극권 수련자들을 자극했다. 물론 태극권은 실전무술이 아니라 수련용이라면서 태극권의 패배를 당연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모든 무술은 자기 자신을 지키고 상대방을 이기려는 데서 출발한다. 좀 잔인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최근 MMA(종합격투기)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엔 아주 옛날부터 전해져 오는 실전무예가 있다. 바로 ‘무예24기’다. 무예24기는 18가지 지상무예에 마상무예 6가지를 포함한 실전무예로서 정조대왕의 명에 의해 출간된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에 수련자를 위한 자세한 설명과 그림들이 수록돼 있다. 무예24기는 전 세계에서 유례(類例)를 찾아보기 힘든 호국 군사무예로써 신라 이전부터 존재한 우리의 고유검법 본국검과 조선세법(예도)부터 중국·일본의 검법까지 망라하고 있다. 정조대왕은 무예24기를 조선최고의 정예부대인 장용영 군사들에게 익히도록 했다. 그 무예24기가 수록된 ‘무예도보통지’는 지난해 5월 북
1305년 북이탈리아의 파도바라는 도시에는 ‘스크로베니 예배당’이 헌당되었다. 외관은 다소 단조로워 보이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면 반전 드라마가 펼쳐지는데, 내부의 동서남부 벽면에는 예수와 마리아의 일생, 천당과 지옥의 모습, 7가지 미덕과 7가지 악덕이 그려져 있으며, 이는 당시 교회의 가르침을 총체적으로 시각화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무엇보다 이 공간이 지닌 위대함은 시각적 환영으로 인해 공간이 스스로 무한대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벽화들의 배경과 천장은 영롱한 푸른색으로 통일되게 채색되어 있고, 각 작품의 드라마틱한 상황들은 이 푸른색 배경으로 말미암아 우주로 뻗어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공간 입구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벽에도 매우 뛰어난 착시 효과가 연출되었는데, 아치형 벽면을 채운 각각의 벽화가 확장된 공간감을 형성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그 중 양쪽 벽면의 두 칸에는 가상의 궁륭과 창문이 그려져 있어 이를 삼차원 공간처럼 인지되도록 했다. 스크로베니 예배당의 벽화를 그린 이는 르네상스의 거장 조토 디 본도네(Giotto di Bondone)다. 르네상스 예술의 성격과 시작점에 대하여 학자들 간에 의견이 분분하지만 조토로 인해 르
지구대에 근무하다 보면 일 평균 2~3명 정도 무인단속 카메라에 찍힌 용지를 가지고 와서 ‘벌금’을 납부하러 왔다고 한다. 하지만 용지에는 벌금이라는 용어는 없고 과태료와 범칙금으로 나누어져 있는 것으로, 지구대에 방문하는 민원인은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몰라서 헷갈려 한다. ‘과태료’란 형벌의 성이 없기 때문에 벌점을 부과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며, 차량을 운행하다 무인카메라 및 무인 단속 장비 등을 통해 신호위반·속도위반 등 위반 사항이 있을 경우, 차량 소유주에게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범칙금’이란 교통법규(속도위반, 신호위반, 주차위반)를 위반하였을 때, 교통법규를 위반한 현장에서 경찰관이 위반자에게 직접 부과하는 것이다. 범칙금은 벌점이 있는 조항을 위반했을 때는 벌점이 부과될 수도 있으며, 부과된 범칙금을 납부하지 않은 경우 경찰서는 해당 사건의 처리를 법원으로 이관하게 되고, 이관된 사건은 즉결심판에 회부되며, 이때부터는 범칙금이 아닌 벌금이 부과된다. 지구대 및 경찰서에 방문이 어렵다면 인터넷을 통해서도 확인이 가능한 방법이 있다. 경찰청에서 제공하는 교통범칙금 인터넷…
나는 30여 년 전부터 기초 일본어학습자를 대상으로 틈틈이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일본어를 시작하는 학습자를 조금씩 도와준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인데, 학창시절부터 봉사활동에 눈을 떠 물질적인 기부는 쉽지 않지만 재능기부로 봉사를 하면 더 의미가 클 것 같아 13년 전부터 포천시청과 고양시에서 무료강좌를 운영하고 있어서 이제는 어엿한 일본어강사로 변신하게 된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에 영어로 학력고사를 준비하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2학년 봄방학 때 일본어로 바꾼 후 암기하는 방식으로 일본어를 공부하다보니 과정은 생략한 채 결과만을 아는 불균형의 공부법으로 애를 많이 먹었다. 대학에 진학한 후로는 교양일본어를 배우는 학과동기나 동아리 선배들을 대상으로 ‘시험대비일본어’ 강습을 했고, 국문학과 일문학을 전공하여 2개의 학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에는 기업체나 약사회 등 단체에 출강하여 무료수업으로 수강생을 가르쳤으며, 포천시와 고양시에서 청소년과 시민을 대상으로 한 평생교육 강좌에 사활을 걸고 있다. 내가 일본어를 무료나 실비로 가르치는 데에는 단 하나의 목표나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일본이 우리를 지배했
우리는 흔히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곤 한다. 짧은 거리를 전력 질주하는 단거리 달리기와 달리 마라톤은 42.195㎞라는 최장 거리를 달리는 만큼 완주를 위해서는 철저한 페이스 조절이 필요하다. 성공적인 인생을 위해서도 이와 같이 철저히 계산된 전략이 필요한데, 인생에서 마라톤의 페이스 조절과 같은 전략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재무설계(Financial Planning)일 것이다. 재무설계는 안정적인 미래, 성공적 인생을 위해서 돈을 어떻게 벌어서 어떻게 쓸 것인지를 예측하고 계획을 세워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는 과정이다. 재무설계는 투자, 은퇴, 부동산, 보험, 증여상속, 세금 등 다양한 분야가 포함되는데 이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의 주요 관심사는 아무래도 투자설계일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투자설계는 ‘목적자금의 형성과 형성된 자금의 관리에 관련된 분야를 다루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설계를 통해 장기투자, 분산투자, 전문가에 의한 투자를 할 경우 효율적인 자산관리와 운용을 할 수 있다. 투자설계는 크게 3단계 형태로 수립되는데, 1단계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재무목표와 투자우선순위, 투자기간, 위험허용 수준 등을 파악하는…
기쁨의 반어가 슬픔이나 분노일 수 있지만 짜증일 수도 있다. 문재인의 대통령 당선에 혹자는 기뻐했고 혹자는 짜증을 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인해 대부분의 국민이 분노를 했으나 그래도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국민의 40% 이상이 기뻐했으니 어느 정도 위로가 된 셈이다. 물론 끝까지 더 짜증을 내고 있는 국민들도 있을 것이다. 언젠가부터 대수롭지 아닌 말과 사건을 대할 때 마다 말끝에 ‘아 짜증나네’라고 말하는 것이 유행인 적이 있다. 정말 짜증이 나서 내뱉는 말도 있겠지만 습관처럼 접미사로 사용하고는 했다. 기뻐하며 살아보았던 기억이 가물한 탓인지 요즘은 아주 사소한 일에도 ‘아 짜증나네’라는 말을 함으로써 주변에 웃음을 주어 주변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경우도 더러 있다. 광화문 촛불은 국민들의 분노를 축제로 승화시켰고 시위 후 맥주 한잔이 이를 더 했다. 큰 축제이든 작은 축제이든 축제는 짜증을 기쁨으로 반전시키고 활력을 주어 살맛나게 하는 특성이 있다. 우리 선조들은 농주 한잔에 간단한 가락과 춤으로 힘들고 괴로운 노동을 기쁨으로 맞이했다. 어쩌면 시청 광장에서 태극기를 흔들던 사람들도 그들의 슬픔을 그런 식으로 극
영화 ‘007 시리즈’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는 실존인물이다. 물론 영화속 배역처럼 살인 면허를 가진 스파이도, 영국의 비밀공작원도 아니다. ‘서인도제도의 새들’이란 책을 쓴 유명한 조류학자다. 그렇다면 어떻게 ‘제임스본드’가 007영화 주인공의 이름이 되었을까. 잘 알려졌듯이 ‘007 시리즈’는 영국 작가 이언 플레밍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 그는 1953년 ‘카지노 로열’을 시작으로 영국 정보기관 MI6 소속 스파이 007 제임스 본드를 주인공으로 하는 12편의 연작소설을 썼고 모두 영화화 됐다. 이런 그가 첫 작품을 쓸 때 줄거리를 구상하며 자메이카별장에 있었다고 한다. 새를 유난히 좋아 했던 그는 새 관련 책을 읽다가 우연히 저자 이름에 눈길이 갔고 저자에게 소설 속 비밀요원 이름으로 써도 되겠냐고 묻자 흔쾌히 수락해 탄생했다는 것이다. 그 후 플레밍과 조류학자 제임스 본드는 친구가 되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24편의 영화가 만들어진 007은 올해 55주년을 맞았다. 시리즈 마다 세계정복을 노리는 악당에 맞선 주인공의 화려한 액션, 기발한 무기, 요염한 본드걸을 등장 시켜 많은 영화팬들에게 진한 기억을 새겨 놓았고 특히 올드팬들에겐 잊지 못할 추
찬물을 줄 수 없는 날 /윤종환 엄마가 화분에 물 좀 주라고 컵에 찬물을 담아주셨어요 여기에 뜨거운 물도 섞어주세요 엄마가 그랬잖아요, 감기 안 걸리려면 따뜻한 물 많이 먹어야 한다고 내 친구들도 아프면 안 돼요 - 시집 ‘별빛학개론’중에서 어른의 눈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어른의 눈은 평생의 경험을 통해 산 지식을 쌓아올린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경험의 산물이 항상 생의 본질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천진난만한 어린아이들의 티없는 생각에 무릎을 치는 일도 있지 않은가. 옳고 그름이 문제가 아닌 세상이 열리고 있다. 옳고 그름을 따질 수도 없고 따져보았자 결과도 없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이 시대 어른은 어린아이에게서 배워야 한다. 적어도 자신이 아니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더 소중하지 않은가. 어린아이의 순진한 발상에 미소가 핀다. /장종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