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래와 멀미 /주미경 20층 아파트로 이사한 날부터 증조할머니는 자꾸 멀미가 난다고 했다. 완도에서 파래 한 통 올라온 날 바닥에 흘리고 입가에 묻히고 오물오물 파래를 씹던 할머니 “어제까지 시상이 캄캄하고 어지럽더니 이제야 바로 보여야.” 할머니 눈가에 비릿한 바닷물 멀미도 그쳤다. - 주미경동시집 ‘나 벌레야’ /문학동네·2015 우선 사투리부터가 정겹다. 언젠가 국어학자들과 술자리를 한 적 있었다. 이야기 중에 ‘사투리를 어찌 생각하느냐, 내 생각엔 각 지방 방송국들이 그 지방 사투리로 뉴스나 대담 프로그램 등을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좋은 생각이라고들 하면서 술자리가 농익었던 기억이 난다. 처음엔 할머니가 20층 고층으로 옮긴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파래를 씹으며 어지러움이 가신다. 고향이 그리운 것이다. 고향을 잃어버린 것은 할머니뿐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고향을 잃어버렸다. 파래가 상징하는 고향, 고향이 상징하는 자연, 그리고 공동체를, 파래처럼 파릇한 마음으로 그려본다. /조길성 시인
김진홍 두레공동체운동본부 대표 이스라엘 농업부는 끈기 있는 연구 결과 오렌지가 알칼리 토양에 강한 작물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높은 품질의 오렌지를 생산할 수 있을까 하는 연구에 몰두하였다. 화학비료를 주고 농약을 치는 식으로는 국제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고품질의 오렌지를 생산할 수 없음을 알고,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오렌지를 재배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였다. 그러려면 양질의 퇴비가 생산되어야 하는데 사막에서 퇴비를 구할 수 있는 길이 없었다. 끈질긴 연구와 실험 결과 1㏊(3천평)당 젖소 70마리와 돼지 300마리에서 나오는 퇴비가 필수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1㏊당 젖소 70마리와 돼지 300마리를 사육하고, 그 부산물을 발효시켜 오렌지 밭에 뿌려 질 높은 오렌지를 생산하는 시스템을 발전시켰다. 몇 해 전 유럽을 여행할 때에 과일가게에 들렀던 적이 있다. 오렌지를 사려하니 스페인산이나 프랑스산에 비해 두 배나 비싼 오렌지가 있었는데, 이스라엘산이었다. 이 오렌지는 왜 이렇게 비싸냐고 물었더니, 가게 주인이 하나 먹어 보라며 맛보기로 주기에 그 자리에서 먹어보았다. 그 맛은 보통 오렌지 맛이 아니라 꿀처럼 단맛이었다. 이스라
국제보자기포럼 EPM 참가 동행기 보자기는 물건을 싸서 들고 다닐 수 있도록 네모지게 만든 작은 천을 의미한다. 우리 선조들은 예로부터 물건을 싸서 두거나 싸서 옮기고 보관하는 풍습을 가지고 있었고, 이는 작은 물건 하나라도 소중하게 다루고자 하는 절용의 미덕이 담겨있는 상징적 행위였다. 회초리를 싸 두던 회초리보, 갓난아이를 감쌌던 포대기, 전통혼례에 쓰이는 기러기를 싸는 기러기보까지, 일상적인 물건부터 시작해 가장 중요한 것을 보관할 때 쓰였던 보자기는 선물을 전하는 사람의 감각과 인격을 드러내는 도구였다. 이처럼 곳곳에서 흔하게 쓰였던 보자기는 물성 자체로는 대수롭지 않은 물건으로 취급받았지만, 포용성, 융통성, 가변성, 생태성 등 현대디자인이 지향해야 할 가치관을 두루 갖추고 있어 세계인이 주목하는 디자인으로 각광받고 있다.특히 받는이를 생각하며 한땀 한땀 정성을 들여 완성한 보자기는 어느 화려한 디자인보다도 특별한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어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열린 유럽 최대의 섬유행사 EPM(European Patchwork Meeting)에서도 한국 보자기는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프
다행스런 일이다. 사립유치원들이 집단휴업을 전격 철회했다. 어린이집들이 아이들을 볼모로 집단 휴업을 했던 사태의 충격이 아직도 있는데 유치원의 휴업 결정으로 그동안 학부모들이 애를 태웠다. 그것도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가 내부 견해차로 휴업 선언-철회-철회 번복-공식 철회를 거듭하면서 학부모들의 갈피를 잡지 못하게 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발을 동동 굴렀던 학부모들은 마음을 놓았지만 씁쓸한 뒷 맛이 남는다. 언제 또다시 이같은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교육부도 학부모들의 따가운 시선으로 한유총이 책임감을 느꼈기에 다시는 이런 논란을 일으키지 않으리라고 본다고 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어른들의 일로 인해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이들이 피해를 입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다면 대화로 풀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특히 사립유치원들이 주장하는 국공립유치원 증설 중단, 재정지원 확대, 설립자 재산권 강화를 위한 재무회계규칙 개정 등은 한 순간에 이뤄질 일이 아니다.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서 막무가내로 어린 아이들을 볼모로 삼는 행태는 교육자가 할 행동이 아니다. 한유총의 이같은 휴업철회 결정에는 교
‘국민 여러분, 경기도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한국시간 오늘 새벽, 저의 둘째아들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군복무 중 후임병을 폭행하는 죄를 지었던 제 큰아들이 또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는 것 입니다. 독일 베를린 출장 중인 저는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가장 빠른 비행기로 귀국하겠습니다. 그리고 자세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18일 새벽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자신의 장남이 마약관련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본인의 페이스 북에 올린 글 전문이다. 남 지사의 장남은 좋지 않은 일로 이미 국민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바 있다. 남 지사 스스로 밝혔듯이 그의 장남은 지난 2014년 군복무 당시 부대 후임병을 폭행하고 추행하는 등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군사 법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제대 뒤 대학을 자퇴하고 모로코·아랍에미리트로 봉사활동을 떠나기도 했고 현재는 회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런데 또 다시 지탄을 받는 화제의 인물이 된 것이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장남은 필로폰 투약을 인정했다고 한다. 또 그의 소변을 간이검사한 결과 필로폰 양성반응이 확인됐으며 그의 집
수원화성의 지소(紙所)는 종이를 만드는 곳으로 수원화성의 외부시설 중 하나이다. 이 건물에 사용한 내역이 화성성역의궤에 상세하게 수록되어 정조의 건축 중 의미 있는 건물로 볼 수 있다. 특히 왕의 건물에만 사용하는 취두(鷲頭, 용마루 끝에 있는 장식기와로 상당히 위계가 높은 건물에 사용)와 용두 및 잡상을 사용한 기록이 있어 그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지소는 소(所)의 일종으로 특수행정 구역인 향·소·부곡에서 향과 부곡은 주로 농업에 종사하고 소는 물품을 만드는 기술 집단을 가리키는 것이다. 소의 종류로는 금소(金所)·은소(銀所)·동소(銅所)·철소(鐵所)·사소(絲所)·주소(紬所)·지소(紙所)·와소(瓦所)·탄소(炭所)·염소(鹽所)·묵소(墨所)·곽소(藿所)·옹기소(甕器所)·어량소(魚梁所)·강소(薑所)등이 다양한 공장이 생활에 필요한 제품들을 생산하였다. 수원 지소는 이렇게 많은 공장 중 하나인데 특별히 격을 높인 이유는 무엇일까? 한반도의 종이역사는 통일신라시대부
아무리 조심해도 아동 실종사건은 매년 발생한다. 그렇다면 이런 안타까운 일을 사전에 예방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바로 지문이다. 모든 사람의 지문은 서로 다르고 지문은 평생 변하지 않는다. 성인이 되면 자신의 지문번호를 부여받게 되는데 이는 신분확인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하지만 성인이 되기 전에는 부모님이나 법정 대리인의 신청에 의해 지문을 사전등록 할 수 있고 이것이 경찰청에서 진행하는 실종아동 등의 예방을 위한 사전등록 사업이다. 이 사업은 2011년 시범사업부터 진행하여 2017년까지 진행하고 있다. 경찰청은 유관기관인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과의 협력을 통해 각 시설에 홍보가 진행되며 어린이집과 초·중·고등학교 등으로부터 신청을 접수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문 사전 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절차를 거쳐야 할까? 3가지 방법이 있다. ▲보호자가 직접 ‘안전 Dream’앱(또는 안전드림 홈페이지)에서 본인 인증 후, 지문과 사진을 직접 등록 ▲현장방문 단체등록의 방법은 경찰관서 또는 민간 등록 인력이 어린이집, 유치원, 특수학교 등 시설에 직접 방문하여 등록 ▲보호자가 등록대상 아동 등을 데리고 경찰관서
최근 서울 및 수도권 지역 유흥가에서 유됐던 웃음풍선, 일명 해피벌룬의 처벌규정이 신설됐다. 해피벌룬의 주 성분은 아산화질소로 이를 흡입하면 일시적인 환각효과를 발생해 술에 취한 듯 정신이 몽롱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듯 한 느낌을 받는다. 문제는 아산화질소는 보통 마취 보조가스의 주성분으로 이를 과다 흡입할 경우 구토·호흡곤란·저산소증을 유발한다. 지난 4월 경기도 수원시 한 호텔에서는 아산화질소 과다흡입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건까지 발생됐다. 이에 환경부는 지난 7월 25일 아산화질소를 환각 물질로 지정하는 화학물질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개정안을 살펴보면 화학물질관리법 시행령 제11조(환각물질) 법 제22조 제1항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물질’이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물질을 말한다. ▲톨루엔, 초산에틸 또는 메틸알코올 ▲제1호의 물질이 들어 있는 시너(도료의 점도를 감소시키기 위하여 사용되는 유기용제를 말한다), 접착제, 풍선류 또는 도료 ▲부탄가스 ▲아산화질소(의료용으로 사용되는 경우는 제외한다.) 앞으로 아산화질소를 섭취 또는 흡입하거나 이러한 목적으로 소지하는 것과,…
해에게로 가는, 그녀 /박하리 가끔씩 눈부신 빛이 가물가물해지는 얼굴 뒤로 벽에 매달린 시계바늘 그림자를 쫓는다 한 숟갈 바람이 하늘길 따라 구름을 잡는다 구름이 얼굴들 사이로 사라진다 얼굴들 툭툭 떨어지다가 꽃이 되어 사라진다 시계는 그림자 위를 그저 뱅글뱅글 돈다 하늘은 더 붉게 물들고 뜨거워지더니 손끝으로 가볍게 인사하며 떠난다 그녀의 가슴에 새로운 해가 뜬다 - 계간 ‘열린시학’ 여름호에서 우리는 많은 사람들과 관계하며 살아간다. 가까운 사람이 아무도 없어 혼자인 듯 보이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두루두루 가까운 사람 천지이다. 가끔은 뜨겁게 사랑했다가도 때가 되면 얼음처럼 차가워지는 사람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자신을 반성하면서 주변을 돌아보면 그들은 언제든 내 곁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신호를 받아주거나 보내지 않으면 끝내는 사라질 수도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을 챙기면서 다시 시작하게 되면 새로운 해는 언제든 뜨기 마련이다. /장종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