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유야무야됐던 후분양제가 또 추진돼 건축시장에서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부가 최근 아파트가 80%의 공정률을 보였을 때 분양하는 주택 후분양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주택 후분양제도는 우선 실수요자의 선택권 확대 및 시장안정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향인 동시에 주택투기를 차단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기도 하다. 소비자가 집을 어느 정도 확인한 다음 분양을 신청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같은 정부의 의지는 또한 분양권 전매 등을 통해서 투기가 활개 칠 수 있는 맹점이 상존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던 선분양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후분양제를 도입할 경우 우려되는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후분양제가 시행되면 건설사들은 완공 때까지 계약금이나 중도금 등을 받을 수 없어 건설자금을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건설자금 조달을 위한 금융비용 등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간 비용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돼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조합 등 시행사로서는 공사비를 모두 자체 조달해야 하므로 금융비용이 많이 늘어나 사업성이 악화된다고 판단해 사업을 미룰 수 있다. 이런 경우가 늘면 주택 신규
눈물처방 /김윤환 안압이 오른 후에 의사 왈 신경 쓰지 마세요 무리하지 마세요 뭐 그리 신경 쓸 일도 무리할 일도 없는 나에게 참 과분한 처방이다 얼핏 들으면 신경 좀 쓰고 살아라, 힘 좀 쓰고 살아라 양심에 독촉하는 듯 들려 약 처방에 인공눈물약이 들어있네 하루 대 여섯 번 눈물을 넣으란다 얼마나 울지 못했으면 얼마나 눈물이 말랐으면 눈물약이라니 참, 눈물이 난다 우리가 사는 시대는 욕망의 종점만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사랑의 대상인 사람에 대해 곁눈질로 보는 눈의 오남용(誤濫用)이 범람하고 있는지 모른다. 눈물을 흘리기보다 눈에 불을 뿜는 치열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대상(對象)이 무엇이건, 혹은 누구인건 그 뚫어져라 쳐다보던 눈에는 안압이 오르고 마침내 스스로 생성되지 못한 눈물을 인공으로 넣어야 하는 모순의 삶에 지쳐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간만이 지닌 눈동자 흰자위의 순기능과 흘릴만한 눈물의 저수량과 배수의 기능을 회복하는 일이다. 자신은 물론, 이웃과 약자, 지연과 역사의 아픔에 대하여 눈길을 주고 눈물을 흘리며 오독이나 난독이 아닌 정독(精讀)의 눈을 회복하는 일이 필요하다. 시(詩)가 예술의 영역안에서 시인은 물론, 사
온통 가을이다. 갈대숲이 있어 좋다. 활짝 핀 은색 빛으로 바람을 빗질하고 여름내 웃자란 초목을 쓰다듬는 것이 영락없는 가을의 파수꾼이다. 익을 대로 익은 풀씨와 출렁이는 갈 볕 그리고 조용조용 스미는 그리움이 있어 행복하다. 가을이 오면 더러는 여행을 떠나기도 하지만 나는 천변을 서성이는 것을 좋아한다. 잔잔해진 물살과 가끔씩 허공으로 튕겨지는 물고기 그리고 천변에 핀 갈대가 무엇보다 좋다. 여름엔 끝없는 푸르름이 좋고 하늘이 높아지면 멀대같은 큰 키와 은빛 출렁임으로 습지를 평정하는 갈대가 좋다. 헐렁한 바지를 입고 허적허적 걷으며 언뜻 보기에는 막걸리처럼 텁텁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속이 꽉 찬 야무진 사내 같은 풀이 갈대다. 쉬이 꺾이지도 않고 발치에 이런 저런 생물들은 품고 있어서 더 정이 간다. 가을은 상상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차 한 잔 들고 잔잔한 음악에 취해있다 보면 가슴 한쪽이 시려온다. 옷깃을 여며도 마음을 단속해도 속절없이 파고드는 허전함은 어쩔 수 없다. 풀물 빠져 파삭해진 잎들이 씨앗을 멀리 좀 더 멀리 보내는 것처럼 그리우면 그리운 대로 고독하면 고독하도록 방치하면 된다. 이 순간이 아니면 언제 이토록 나에게 충실할 수 있겠는가. 강
지난 8월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9.4%로 1년 전 보다 0.1%포인트 상승하여 1999년 8월 10.7% 이후 최악의 상태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 실업률 통계에는 휴직자, 구직 단념자 및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은 비경제활동 인구로 보고 포함하지 않고 있다. 이들을 모두 실업상태라고 본다면 실질적으로 청년실업률은 크게 올라갈 것이다. 특히 취업을 희망하는 수많은 청년들이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이상 현상은 우리사회의 청년취업 문제와 더불어 사회체제의 비정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 전체가 해결방안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책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이 공공부문의 일자리 늘리기 등 일자리 창출 정책과 더불어 청년들의 소득지원을 위한 예산지원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민간부문의 다양한 일자리에 청년들이 취업하는 것이 궁극적인 해답이 될 것이다. 민간부문의 일자리 수요가 증가하고 이에 따라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고용되는 것이 순리이다. 이 순리적 일자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상이 일자리 미스매치이다.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과 일할 사람을 구하는 곳이 서로 맞지 않는 것이다. 일자리 미스매치에는 여러 원인이 있
그야말로 혐오스러운 법학자의 모습이다. 두상은 온통 통닭과 생선을 버무려놓은 덩어리로 되어 있고, 몸통은 두꺼운 책들과 서류 뭉치들로 이루어져 있다. 코와 눈썹, 눈동자, 안면 피부와 입술도 모두 생선이나 통닭의 부위들로 대체되어 있다. 온전한 것이라고는 그가 두르고 있는 의복뿐이다. 1566년 이탈리아 출신의 아르침볼도가 그린 <법학자>라는 작품이다.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매우 충격적으로 다가오지만, 그 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었다. 그의 작품은 일종의 형태의 바꿔치기 놀이였다. 야채와 과일, 건초더미, 통닭과 생선과 같은 온갖 사물들이 인물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식이다. 이러한 엽기적인 구성과 착시적 효과는 당시에는 매우 독특한 것이었다. 오늘날의 관객들이야 이런저런 괴상한 현대미술 작품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지만, 그 당시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을 테니 놀라움이 더 컸을 것이다. 그렇다고 아르침볼도를 사회를 통렬하게 비웃었던 조커 즘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그는 프라하와 독일, 오스트리아를 통치하고 있던 합스부르크 왕가에서 3대에 걸쳐 황제들의 총애를 받았던 궁정화가였다. 본래 밀라노에서 교회 스테
흑염소 /박종국 우리가, 말뚝 박아놓고 매어놓은 고삐만큼 자유가 허락된 흑염소는 우리에게, 책임과 의무의 멍에를 씌워놓고 저를 묶은 밧줄 당기고 당긴다. 풀밭에서 목메어 우는 건 우리다 짧은 시이나 시사점이 큰 시다. 시인이라 해서 모든 시인이 이렇게 짧은 시로 주종이 바뀐 세상을 극명하게 나타내기는 힘들다. 흑염소 한 마리를 키운다는 것은 흑염소에 매달리는 것이다. 흑염소를 묶어놓는 다는 것은 흑염소가 달아날까 묶는 것이지만 결국은 흑염소에 관심을 두는 것이고 방목하는 흑염소가 아니므로 흑염소를 매는 밧줄은 흑염소를 상전으로 곁에서 수발을 들면서 모시겠다는 결의 같은 것이다. 그래서 결국 풀밭에서 줄에 꽁꽁 매어두는 행위는 우리를 꽁꽁 매는 결박의 행위이다. 풍자와 해학이 있으므로 시는 더욱 깊이를 더해 간다. 시단에서 말없는 형님으로 과묵한 선생님으로 이런 좋은 시를 보여 주어 나는 더욱 즐거운 것이다. 시 읽는 재미를 더 하는 것이다. /김왕노 시인
2016년 1월 국제투명성기구에 발표한 ‘2015 부패인식지수’에서 우리나라의 위치를 살펴보면 총 167개 참가국 중 37위를 기록하여 인근 국가인 일본(18위), 대만(공동30위) 등에 비해 뒤쳐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국 중 공동 27위에 해당하는 사실상 OECD 가입국 중 최하위권에 해당되는 기록이다. 전년도의 43위에 비해 6계단 순위가 상승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참가국은 174개국으로 7개국이 많았었고 점수도 55점에서 56점으로 1점 상승하는 데 그쳐 사실상 거의 제자리라고 봐도 무방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 지수를 보면 지표 최상단에 있는 국가가 과연 어디인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수년째 90점 이상을 기록하여 1위를 지속적으로 달성하고 있는 나라는 바로 북유럽에 속해있는 ‘덴마크’이다. 인근 북유럽 국가인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의 경우도 부패인식지수가 모두 5위권 안에 드는 ‘청렴국가’였다. 이들 나라는 지역적으로도 비슷한 곳에 위치하고 있지만 ‘청렴도’에 대해서는 공통분모가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 국가는…
성매매에 나섰던 용인의 여중생이 에이즈에 걸려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청소년 성매매가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2013년 823명이었던 청소년 성매매 사범은 2015년 710명으로 줄어드는 듯 했지만 지난해 1천21명으로 급증했다. 이는 얼마전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전체 청소년 성매매 사범 가운데 구속된 사람은 10%밖에 되지 않았다. 처벌이 약하다는 비판이 일자 경찰청, 여성가족부, 법무부는 지난해 ‘성매매 방지·피해자 보호 및 지원·성매매 사범 단속·수사 강화를 위한 2016년도 추진계획’을 내놨다. 이 계획의 내용은 ▲성 알선 사범에 대한 적극적인 구속 수사 ▲아동·청소년 상대 성구매자의 ‘존스쿨’ 회부 금지 및 엄중 처벌 ▲성매매로 발생한 불법 범죄수익 환수 등이었다. 매매 사범의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에 대해 경찰도 할 말은 있다. 이들에 대한 구속수사와 엄중한 처벌이 실제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최근엔 최근에는 성매매를 조장하는 모바일 웹사이트나 랜덤 채팅앱 등을 이용한 청소년 성매매가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단속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청소년들이 성매매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
영화 남한산성이 추석 연휴기간 국민들로부터 상당한 인기를 얻으며 상영되고 있다. 벌써 400만명 이상이 관람을 했으니 아마도 천만 이상의 관객이 영화를 볼 것이라 예상된다. 이 영화가 우리 국민들에게 공감을 얻으며 상영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병자호란의 패전에 대한 역사를 진지하게 그렸거나, 혹은 이병헌 등 연기자들의 뛰어난 연기때문만은 아니다. 이 두가지의 내용도 인기의 주요한 이유이기는 하나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오늘 대한민국의 현실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병자호란이 일어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국가지도자들의 국제정세에 대한 올바른 이해의 부족으로 잘못된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오랑캐로 인식되었던 여진족의 나라 후금(청나라)에 대한 잘못된 생각과 이미 망해지고 있는 명나라에 대한 지독한 사대주의가 낳은 결과다. 조선의 집권자들은 백성들의 안위는 도외시한 채 자신들의 집권을 위한 명분만 만들었다. 그 명분이 바로 친명반청. 즉 명나라에 대한 사대와 후금에 대한 비난, 여기에 더 나가 후금을 우숩게 여기고 후금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한 것이다. 이미 명나라는 국력이 모두 사라져 망하기 직전이었고 후금 세력들이 나날이 성장하고 있음에도 후금과의 관계를 단절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