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처방
/김윤환
안압이 오른 후에 의사 왈 신경 쓰지 마세요 무리하지 마세요
뭐 그리 신경 쓸 일도 무리할 일도 없는 나에게 참 과분한 처방이다
얼핏 들으면 신경 좀 쓰고 살아라, 힘 좀 쓰고 살아라 양심에 독촉하는 듯 들려
약 처방에 인공눈물약이 들어있네 하루 대 여섯 번 눈물을 넣으란다
얼마나 울지 못했으면
얼마나 눈물이 말랐으면
눈물약이라니
참, 눈물이 난다
우리가 사는 시대는 욕망의 종점만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사랑의 대상인 사람에 대해 곁눈질로 보는 눈의 오남용(誤濫用)이 범람하고 있는지 모른다. 눈물을 흘리기보다 눈에 불을 뿜는 치열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대상(對象)이 무엇이건, 혹은 누구인건 그 뚫어져라 쳐다보던 눈에는 안압이 오르고 마침내 스스로 생성되지 못한 눈물을 인공으로 넣어야 하는 모순의 삶에 지쳐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간만이 지닌 눈동자 흰자위의 순기능과 흘릴만한 눈물의 저수량과 배수의 기능을 회복하는 일이다. 자신은 물론, 이웃과 약자, 지연과 역사의 아픔에 대하여 눈길을 주고 눈물을 흘리며 오독이나 난독이 아닌 정독(精讀)의 눈을 회복하는 일이 필요하다. 시(詩)가 예술의 영역안에서 시인은 물론, 사람들의 시각과 가치관에 있어 교정(矯正)의 기능과 안약(眼藥)의 역할도 함께 수행해야 함을 김윤환 시인의 시 ‘인공눈물’을 통해 다시금 새겨보게 된다. /박병두 시인·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