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일본의 지바현에서는 훗날 신화(神話)로 불려지는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열렸다. 대회 전부터 최대관심사는 분단국가인 한국과 북한의 단일팀이었다. 으르렁거리기만 했던 남북이 단일팀을 만들었고 ‘남북이 하나로 합칠 경우’라는 가상아래 스포츠 이슈를 넘어서는 세계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여자 남북단일팀은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의 부담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결승전에 올랐다. 결승전 상대는 중국으로 지금도 세계최강이지만 그 당시 덩야핑이라는 걸출한 스타를 내세워 각종 대회를 싹쓸이하던 절대강자였다. 이 대회전까지 2년마다 열리는 세계선수권을 8연패한 중국의 우승을 의심하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남북단일팀은 거대한 장벽이었던 중국을 넘어 꿈같은 우승을 일궈냈다. 2-2로 팽팽하던 경기의 마지막 주자인 북한의 유순복이 중국의 가오준을 꺾는 순간, 남북 선수들과 관계자들은 부둥켜안고 감격의 눈물을 뿌렸다. 아니 관중석의 남북 응원단과 TV를 통해 이 장면을 지켜보던 국민들 모두가 먹먹한 감동에 눈시울을 적셨다. 해가 바뀌면서 남북은 스포츠를 통한 화해분위기 조성을 위해 올림픽 등의 단일팀 출전을 협의했으나 이제까지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그…
破山中賊易破心中賊難 산속 도적은 물리치기 쉽지만 마음 속 도적은 쳐부수기 어렵다 중국 명나라 학자 왕양명의 말이다. 산중의 숨은 적은 쳐부수기 쉬우나 마음속의 적인 사심(私心)은 없애기 어렵다는 말로, 정신수양의 어려움을 뜻한다. 마음 다스리는 글들 중에 이런 것이 있다. ‘인간의 마음은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마음을 간직하기란 어렵다. 사람은 먼저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온 세상을 다 알면서 나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 있으니, 그야말로 어리석다 할 수 있다’ 분수를 지키며 사는 사람에겐 몸에 욕됨이 없고 탐욕을 버리면 마음은 마냥 즐거운 것을 알아야 한다. 아무리 자신을 속이고 남을 헤치려 해도 죄 없는 사람은 어찌할 수 없으니 애간장 타는 건 자신 뿐인 것이다. 사랑을 가지고 가는 자에게는 친구가 있고, 정의를 가지고 가는 자에게는 함께하는 자가 생기고, 자비를 가지고 가는 자에게는 화평이 있으며, 진실함을 가지고 가는 자에게는 기쁨이 있다. 겸손함을 가지고 가는 자에게는 화목이 있으며, 거짓과 속임을 가지고 가는 자는 불신이 있고, 게으름과 태만을 가지고 가는 자는 멸시와 천대가 기다리고 있고, 사리사욕을 가
바람의 속도만큼 봄이 번진다. 푸른 것들은 입덧을 시작했고 나무는 허공에 제 몫의 길을 내느라 바쁘다. 뒷산을 내려온 산수유 나를 노랗게 물들이고 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봄이 강타한 들판은 푸른 것들로 수런하다. 몇 해 전 심어놓은 과수들을 돌보기 위해 밭으로 나간다. 두엄을 받아놓고 지난 가을 마늘을 심고 덮어놓은 비닐을 걷어낸다. 마늘 농사는 처음이라 겨우내 마늘이 동사할까 싶어 짚을 깔고 그 위에 또 비닐을 덮어놓았더니 발아가 안 된 마늘이 반이다. 너무 더워서 골은 것 같다. 대추나무에 가지치기를 한다. 제법 많이 자랐다. 무슨 이유인지 작년에는 대추 꽃이 피질 않았다. 잎과 가지만 무성할 뿐 꽃을 피우지 않던 녀석들이 키만 잔뜩 키웠다. 눈을 살펴가며 가지치기 한다. 서툰 솜씨로 웃자란 놈을 잘라주고 무성한 가지를 쳐낸다. 이 가지도 아깝고 저 줄기도 아깝고 나무를 자르는 일이 만만치가 않다. 제대로는 아니지만 정성을 다해 키운 녀석들 몸의 일부를 쳐내는 일이 부담이 된다. 감나무, 자두나무는 병충해와 싸우느라 군데군데 상처가 많이 나 있다. 팔에 힘을 잔뜩 주고 톱질해 병든 가지를 잘라낸다. 지난해 겨우 건진 몇 알의 대추를 어머님 재상에 올리면서
요즘 거리를 지나다 보면 오고가는 사람들에게 밝은 미소를 머금으며 인사를 건네는 광경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자신의 이름과 정당명칭을 새긴 어깨띠를 두르고 사람들에게 허리를 굽혀 악수를 청하고, 명함을 건네는 분들이다.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유권자들에게 표를 달라고 호소하는 것이다. 바로 4월 11일 나라의 일꾼을 뽑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감지하게 된다. 후보들이 건네주는 명함에는 후보자의 약력과 선거 공약 등이 깨알 같이 기재되어 있다. 사실 지금 까지는 선거일이 그저 하루쯤 늦잠 잘 수 있는 날, 쉬는 날 정도로만 여겨져 왔는데 내 나이가 만 18세가 되고 보니 그냥 쉽게 넘길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 선거부터는 성년이 되어 투표권이 주어지고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신성한 한표를 행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왠지 가슴이 뿌듯해진다. “다음 선거부터는 나도 투표를 하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후보들이 건네주는 명함을 앞면부터 뒷면까지 모두 읽어보는 버릇이 생겼다. ‘어떤 후보의 공약이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일까?’ ‘어떤 공약이 우리나라에 절실한 것일까?’라는 생각에 잠겨 있다가 집어든 오늘자 신문에서 일본 고
“국회의원 특권을 줄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는 4·11총선에 출마한 무소속 후보가 내놓은 공약 중 하나다. 이 후보는 “많은 사람들이 국회의원을 하려고 하는 이유는 아마도 국민을 위하기보다 특권(200여 가지)을 누리기 위해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꼬집어면서 “이러한 관행을 줄여보고자 출마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후보는 스웨덴의 국회의원은 관용차도, 운전기사도 없고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며 공무 출장시 가장 저렴한 열차 티켓을 구매해야 의회에서 비용을 돌려받는다는 사례까지 들었다. “국민이 낸 세금을 국회의원이 특권을 이용해 너무 많이 낭비하는 것에 대해 고민을 했다”는 무소속 후보의 ‘국회의원 특권 줄이기’ 공약을 계기로 국회의원들의 특권을 간략하게 살펴봤다. 먼저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 연 2회 이상 해외시찰 국고지원, 공항 귀빈실 이용, 항공기, 선박 등 무료이용을 비롯해 주유비 지원, 세비 연간 1억1천여만원 지급, 의원실 경비지원 5천만원 지급, 보좌직원 6인 연봉 2억7천500만원 지급 등 국회의원 1인당 연간 5억여원이 지급된다. 게다가 국회의원 3개월만 유지하면 국민들로부터 질타를 받는 범법자가 돼도 65세 이상부터 사망할 때까지 월 120
흔히 포털로 약칭되는 포털사이트(Potal Site)는 인터넷의 다양한 서비스를 즐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다. 인터넷을 이용하기 위한 첫 접촉면인 것이다. 대형 포털사이트는 검색서비스뿐 아니라 각종 정보와 뉴스, 그리고 금융, 사전, 쇼핑 등 사용자의 편의에 부응하는 거의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렇듯 포털사이트에는 네티즌이 원하는 모든 서비스가 들어있어 인터넷을 즐긴다는 말은 포털사이트를 이용한다는 의미가 됐다. 따라서 포털사이트는 그저 관문의 위치에서 벗어나 네티즌들의 여론을 조성하고 생활패턴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힘을 갖게 됐다. 특히 IT강국이자 인터넷 첨단을 달리는 한국에서 포털사이트는 이제 ‘빅 브라더(Big Brother)’의 무서움까지 주는 실정이다. 이제 포털은 엄청난 네티즌들을 무기로 그동안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집단으로 진화했다. 미국의 대표적 검색사이트인 구글, 야후 등은 전 세계에 모든 것을 삼키는 불가사리 같은 포털의 위용을 전달했다. 국내 포털시장은 뜨겁던 춘추전국시대를 지나 이제는 독점우려를 낳고 있는 네이버와 다음, 네이트 등 3강체제로 재편됐다. 그리고 이들은 인터넷 사이트를 관리하는 IT업체
어느 날 신문에서 초등학생들이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이라는 주제로 소박한 발언과 포부를 발표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볼 수 있었다. 필자도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무엇으로 대한민국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까’하는 소박한 꿈을 그려보며 상념에 잠겨 본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면서 우주에 하나 밖에 없는 이 지구에서 어울려 살아간다. 용트림 치듯이 변화하는 삶의 현장을 살아가는 인간들은 확실한 삶의 목표를 잡지 못해 불안과 괴로움 속에서 표류하며 방황하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의 기존질서나 원리가 무너지고, 그렇다고 새로운 질서나 원리가 대체되지 못한 무정신적인(無情神的) 상태를 ‘니힐’이라고 한다면 우리들은 지금까지 ‘니힐’의 암흑 속을 헤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필자가 주제를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이라고 설정한 이유와 ‘니힐’의 이론을 연계해 본다. 이 사회는 법과 도덕이 인간의 공동생활의 규범이라는 점에서는 두 말할 여지가 없다. 양자는 서로 의존하면서 사회 질서를 이루고 있다. 즉, 불가분의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사회를 지탱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 지탱과 협력관계를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 살아가는 곳에 가장 기본적이며
4ㆍ11 국회의원 총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29일 0시를 기해 본격 시작됐다. 18대 대선 전초전으로 인식되는 이번 19대 총선에서 누가 제1당을 차지하느냐, 여소야대냐 여대야소냐에 따라 총선 직후의 정국 상황, 특히 12월 대선 정국이 180도 달라지기 때문에 여야 모두 사활을 건 경쟁이 구체화 되고 있다. 일단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양당 모두 “판세가 불리하다”고 한 발 씩 뒤로 뺀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이 이날 승산 지역구를 70석으로 대폭 낮춰 잡자 민주당은 ‘거짓분석’ 이라고 발끈했다. 민주당은 전날 확보 가능한 지역구 의석수를 104석으로 예상했으나 새누리당식 계산법으로는 90석에도 못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정치 전문가는 비례대표를 포함해 양당 모두 130석 정도를 얻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는 전체 지역구의 45.5%(246개 지역구중 112개)를 차지하는 수도권 선거가 승패를 좌우한다고 보고 이곳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여야 지도부가 선거운동 첫날인 이날 수도권에서 유세 대결을 벌인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경계해야 될 것도 많다. ‘색깔론’ 공방이 불거지는 등 네거티브전이 이전 선거보다 기승을 부릴 조
화성시 서신면 제부도는 수원과 서울 등 수도권 시민들이 부담 없이 하루에 다녀올 수 있는 섬으로 각광받고 있다. 섬이긴 하지만 간만의 차이가 심해 썰물 때가 되면 물길이 열려 차량을 타고 들어갈 수 있다. 흡사 영화 ‘십계’에서 모세 지팡이에 의해 바닷물이 갈라지는 것처럼 바닥의 길이 드러나는 것이다. 이에 화성시는 우리 역사나 민족정서와는 좀 어울리지 않지만 화성팔경 중의 하나로 ‘제부모세’라고 정해 놓고 있다. 제부도의 아름다움은 이른바 ‘제부모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섬 서쪽 해안의 노을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지금은 많이 오염됐지만 섬 주변의 갯벌에는 조개류와 낙지, 달랑게, 망둥어 등이 지천이었고 배를 타고 조금만 나가서 낚시를 드리우면 우럭 등 싱싱한 생선들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물론 옛날이야기다. 우후죽순처럼 바닷가에 생겨난 음식점과 펜션, 모텔 등에서 배출하는 생활하수에 의해 갯벌은 오염됐고 갯것들은 자취를 감춰가기 시작했다. 물론 제부도의 자랑이었던 섬 서쪽 천혜의 모래톱과 아름답고 울창한 해송 숲도 사라졌다.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에 의해 제부도의 자랑스런 상징이 사라졌던 것이다. 더욱이 매스컴과 입소문을 타고 수도권 관광객들이 몰려들자 1
불 위에서 된장찌개가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듣기 좋다. 구수한 냄새가 온 집안을 진동시킨다. 누구나 쉽게 끓일 수 있으면서 한국인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입맛에 따라 감자를 넣기도 하고 버섯, 호박, 돼지고기 등 무엇을 넣어도 참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된장찌개 맛의 근원은 된장이다. 물론 시중에서 파는 된장찌개도 맛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나에게는 시골에서 보내준 어머님표 된장이 요리를 잘 못하는 나라도 그럭저럭 맛있는 된장찌개를 끓여 온가족이 둘러앉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비결이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TV를 틀거나 신문을 펼쳐도 선거에 관한 이야기들 뿐이고, 거리는 현수막들로 넘쳐난다. ‘반값 등록금 실현, 최저임금 현실화, 기초노령연금, 사병봉급, 세금, 복지, 청년일자리, 젊은 엄마들을 신바람 나게’ 모두가 하나같이 국민들을 생각하는 문구다. 각종 장밋빛 전망과 허황된 공약, 듣기 좋은 소리로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해놓고 지키지 못하는 공약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래서 우스개소리로 공약을 공갈약속이라고 하지 않는가? 이런 선심성 공약과 공약 불이행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경제적 손실 등으로 공약의 사전 평가 및 사후 이행 평가에 대한 관심이 그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