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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칼럼]효자열매로 우뚝 선 오디

 

오디의 계절이 돌아왔다. 요즘 세대에겐 오디라는 열매가 조금 생소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디는 뽕나무 열매다. 뽕나무 열매인 오디는 소화기능을 촉진하고 대변배설을 순조롭게 하는데 효과가 있다. 그래서 오디를 많이 먹으면 방귀가 잘 나와서 ‘뽕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뽕나무라는 이름이 듣기에 우스꽝스러울 순 있지만 이래봬도 하늘이 내려준 나무라 해 신목(神木)으로 불렸던 귀한 나무다. 그러나 ‘뽕’이라는 제목의 영화 배경으로 쓰이고, 마약류의 은어로 사용되면서 민망하고 보잘 것 없는 것으로 어감이 변해왔다.

그러나 최근 뽕나무는 건강 기능성식품 및 식의약 소재로 거듭나며 눈부신 조명을 한 몸에 받는 비싼(?) 열매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뽕나무 열매인 오디의 재발견은 새로울 수 밖에 없다. 먹을 것이 지금처럼 풍부하지 않아 배고팠던 시절, 오디는 흔하게 먹을 수 있는 먹거리였다. 논둑, 밭둑, 뒷산에 심겨진 뽕나무의 오디를 주전자 한가득 따서 허기진 배를 달래고 나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손과 입 주위가 온통 검붉은색으로 물들었다.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검은 물을 지우려고 애썼던 기억은 이제는 그리운 어린 시절의 소중한 추억거리 중 하나가 됐다.

이처럼 검은색을 띄고 있는 오디는 검은콩, 가지, 포도 등과 함께 블랙푸드의 대표로 손꼽힌다. 무엇보다 검은색을 내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우는 안토시아닌이라는 색소성분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안토시아닌은 노화를 억제해줄 뿐 아니라 당뇨병·망막장애 치료, 시력개선, 항산화 작용, 혈관강화, 요도염 치료, 콜레스테롤 저하, 항균작용 등 다양한 생리활성을 가지고 있어 성인병 예방과 관리에 탁월하다.

오디에는 특이한 형태의 안토시아닌 색소가 존재한다. 이 특이한 색소는 여러 가지 안토시아닌 색소 중에서도 가장 안정한 형태로 알려져 있다. 이 색소는 항산화 작용이 강하다. 오디는 인체에 무해한 천연색소의 덩어리인 셈이다. 또 오디는 포도, 검정콩, 흑미보다 안토시아닌 색소 함량이 월등히 높다. 아울러 열매 전체에 색소를 함유하고 있어 껍질이나 과육을 분리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용효율도 매우 높다. 열매로부터 색소를 추출하는 방법도 쉬워 그 가치가 더욱 높게 평가되고 있기도 하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포도 와인이 건강에 좋다해 선풍적인 반응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붉은색 포도주에 들어 있는 레스베라트롤이라고 하는 성분 때문이었는데, 이 성분은 식물체가 자외선이나 병원균 감염 등의 스트레스에 대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만드는 항독성 물질이다. 인체 내에서는 지질대사 제어, 혈소판 응집 억제 및 암 예방 등 다양한 효능을 갖는 생리활성물질로 작용할 뿐 아니라 피부탄력 증진물질로 알려져 기능성 화장품에 이용되고 있다.

그런데 오디에는 레스베라트롤 성분이 포도나 땅콩보다 훨씬 많이 들어 있다. 이와 더불어 혈당을 떨어뜨려주는 노지리마이신, 고혈압 억제물질 루틴과 가바,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려주는 불포화지방산 등 몸에 좋은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다. 최근엔 이렇게 몸에 좋은 오디의 천연색소를 추출해 다양한 용도로 이용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또 형태와 영양성분을 그대로 갖고 있는 동결건조 오디가 개발돼 언제, 어디서든 먹을 수 있게 됐다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등산갈 때 간식으로 양쪽 주머니 가득 챙겨갈 생각에 괜히 든든하기까지 하다.

하늘이 내려준 뽕나무,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뽕잎은 누에가 먹고 자라 비단실을 만들고 잎을 말려 만든 차는 중금속 등 몸 속 축적을 막고 배출시키는 효과와 탁해진 혈액을 깨끗하게 해줘 인기가 높다. 뽕나무의 줄기와 뿌리는 한약 재료로 귀하게 이용되고 있다. 먹을 것이 없었던 시절 배고픔을 달래주던 오디가 이제는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효자 열매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상전벽해(桑田碧海).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로 변한다는 뜻이다. 뽕나무의 새로운 도약을 통해 우리 농촌과 양잠산업에도 빛나는 미래가 펼쳐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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