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시절 얘기다. 부모님을 대신해 마을 부역이란 걸 해봤다. 지금도 농군의 아들이라 소개하지만, 그때 나는 논두렁에서 쌀농사가 시작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논두렁 관리에 소홀해 가뭄에 논바닥이 거북등처럼 갈라지거나 홍수에 물이 범람하기라도 하면 그 해 농사는 끝장이다. 수리답도, 경지정리가 잘된 논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서 한식(寒食)을 전후해 논두렁 다지기에 마을 주민들이 의무적으로 참여했던 모양이다. 한마음으로 풍년을 기원하면서. 논두렁은 대개 삽으로 보수하는데, 무논에서 하는 삽질이다 보니 힘에 부치게 마련이다. 그 마을 부역에서 지게질, 괭이질, 쟁기질처럼 ‘질’로 끝나는 농사일이 특히 힘들다는 것을 톡톡히 경험했다. 해서 조상들은 높고 큰 논두렁엔 가래를 택했는가 보다. 효율성에서 삽질보다 월등하기 때문이다. 한데 자루를 잡은 사람과 줄을 잡아당기는 사람 사이에 힘의 균형이 깨지면 허탕이다. 마음이 서로 맞지 않으면 논두렁 다지기는 제시간에 끝낼 수 없다는 얘기다. 농경시대보다 풍요로운 삶을 누린다는 요즘은 어떤가? 물질적 풍요뿐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갈등과 반목의 연속이다. 이념 갈등, 빈부 격차, 지역감정 대립, 갑
/성백원 뿌리 없는 생명이 어디 있으랴 비는 근원을 찾는 신호등 이방인의 하루를 슬프게 한다 낯익은 기억 속의 세포를 더듬어 흩어진 조각들이 하나로 모인다 저 물길의 끝을 찾아가면 원초적 태생의 비밀을 찾을 수 있을까 세상살이에 지쳐 구겨진 몸을 끌고 먼 길을 떠나는 생명 하나 성글게 보이는 강둑 너머로 아픔의 흔적들이 나풀거린다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은 물이다”고 했다. 또한 탈레스는 “만물은 신들로 가득 차 있다”고 했다. 이 말은 ‘세상 모든 사물에는 제 나름대로 삶의 의미가 충만하다’는 것을 뜻한다. 이 시의 화자는 사소한 사물의 하나인 종이컵에 크나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비 오는 날 물길을 따라 떠내려가는 구겨진 종이컵을 보며 종이컵이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를 사유한다. 종이컵의 운명은 곧 우리 인간의 운명이기도 하다. 인간은 어디에서 흘러왔고 어디로 흘러가는가? 이 물길의 여정을 깨달을 때 우리는 인생의 깊이를 헤아릴 수 있다. ‘성글게 보이는 강둑 너머로 아픔의 흔적이 나풀거린다’는 시인의 말처럼, 우리의 인생은 슬프지만 아름다운 것이다…
조선 후기 문인 이옥(李鈺·1760~1815)은 대단한 골초였다. ‘담배의 경전’을 뜻하는 연경(烟經)을 지을 정도였으니까. 연경에는 담배에 관한한 모든 것이 수록되어 있다. 심지어 담배를 맛있게 피우는 방법까지 나와 있다. 그러나 이옥도 흡연예찬론자인 정조에 비하면 약과다. 과거시험의 시제로 남령초(南靈草), 즉 ‘담배’를 내걸고 수험생들에게 담배의 유용성을 논하라 했는가 하면 백성과 신하들에게 흡연을 적극 권장하기도 했다. 실학대가 정약용도 알아주는 골초였다. 당시 선비들의 모임에서도 담배가 사교의 도구로 사용됐다. 남녀 간이나 반상(班常) 사이에선 자유스럽게 흡연이 이루어졌다. 노인과 소년이 한 방에 앉아 장죽을 물 정도였다. 기생들 사이에는 흡연하는 풍속이 일종의 유행병처럼 번지기도 했다. 그런데도 흡연에 대한 예절은 전혀 없었다. <정조실록>엔 돈의문 앞에서 담배를 꼬나문 유생들을 야단치던 정조시대 재상 채제공(蔡濟恭·1720~1799)이 덤비는 유생들에게 험한 꼴을 당했다는 기록도 있다. 이러한 사실을 감안할 때 17세기 초 담배가 조선 땅에 들어온 직후부터 나라 전체에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내용 가운데 국민들의 관심을 끄는 부분은 ‘공공기관 정상화’다. 이후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농림축산식품부 등이 산하 공공기관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에 대한 국민의 반응은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다. ‘공기업 방만 경영 1순위’라는 한국토지주택(LH)공사의 경우 141조원에 달하는 부채로 허덕인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말 현재 295개 공공기관 부채 잔액이 493조원이라고 밝혔다. 지방 공공기관의 부채까지 합치면 686개 기관의 총부채는 565조8천억원이나 된다. 국가부채(443조원)를 훌쩍 뛰어넘는 액수다. 특히 LH공사나 신도시 사업과 4대강 사업 등을 추진한 한국전력공사나 한국수자원공사 등은 심각하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지난 정부 5년 동안에만 240조원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도대체 왜들 이러는 걸까? 부채의 원인은 여러 가지다. 많은 사람들은 퇴직금 가산지급과 교육비, 의료비 등 방만 경영과 고임금 등 내부적 요인과 정부의 정책 실패, 낙하산 인사 등을 지적한다. 특히 정권 차원의 무리한 사업,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들의 무소신과 무능
설날을 앞두고 제수용품이나 선물용으로 사용하는 농식품의 원산지 표시를 조작하거나 위반한 자에 대한 강력한 단속이 이루어져야 한다. 날로 지능화하는 값싼 외국농산물을 국산으로 둔갑시켜서 막대한 부당이익을 취하는 사례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현실문제에 대한 해결이 시급하다. 유통기간이 경과된 값싼 외국산 농산물을 국산으로 표시를 조작하여 판매하기 때문이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신뢰는 고사하고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돈만 벌면 된다는 상도의 실종이 심각하다.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국립농산물관리원은 설날과 추석절의 명절 전에만 단속할 것이 아니라 상도덕 확립을 위한 지속적인 교육과 소비자의 자발적인 신고시스템 확립을 우선적으로 이루어가야 한다. 소비자는 인터넷이나 휴대폰을 이용하여 사법당국에 즉시 고발하도록 획기적인 제도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신고자에 대한 어떠한 불이익도 없으며 오직 충분하게 보상을 해주는 제도 구현이 필요하다. 다양한 보상방법에 대한 연구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농산물품질관리원은 금년 설날을 앞두고 특별사법경찰관과 농산물명예감시원 4천100명을 현장에 투입하여 집중단속을 벌인다. 이들은 쇠고기와 돼지고기, 사과와 배, 고사리와 도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예술지원 정책은 예술가에 대한 직접 지원 방식이 통상적이었다. 그러다가 2005년의 예술강사 지원사업을 시작으로 꾸준하게 성장해 온 문화예술교육 정책은 제도화를 통해 체계의 안정화를 점진적으로 이루어 내고, 양적으로도 수혜자를 큰 폭으로 늘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공교육 내에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으려면 앞으로도 많은 노력과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공급자의 일방 주도 방식에서 벗어난 주체적이고 자발적인 움직임도 필요하고, 개인과 사회의 유기적인 연결고리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의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 이러한 시점에 예술과 관련된 정책이 한 단계 성숙하기 위해서는 예술이 지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좀 더 구체적이고 지속가능한 모델로 발전되어야 한다. 문화예술 정책이 지원과 교육의 영역에서 보다 확대되어 지역 주민들이 문화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증대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집중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지역민의 자발적 문화예술 참여활동에 대한 정책적 관심은 선진국들의 공통된 중요한 관심사이다. 이에 부응하는 유효한 방식이 지역 주민의 일상에서 문화예술의 가치를 발견하고 경험할 수 있는 커뮤니티 아트(Community Art
9일 여주시 가남읍에서 열린 수입쌀의 국내산 혼합 저지를 위한 서명운동에 나선 농민들은 깊은 허탈감에 빠져 있었다. WTO 협정을 계기로 수입쌀이 국내 쌀시장을 잠식할 것이란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쓰나미처럼 닥치자 수심이 가득 한 표정이었다. ‘대왕님표 여주쌀’, ‘임금님표 이천쌀’ 등 국내 대표적인 명품 쌀 브랜드로 유명한 여주·이천지역 농민들은 농가가 파탄지경에 이르렀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실상 국내산으로 둔갑된 수입쌀이 경기미보다 20~30% 싼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점차 확산될 경우 여주·이천쌀의 경쟁력 약화는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결국 쌀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농민들을 부글부글 끓게 하는 것은 쌀을 생산하는 I농산 측이 얄팍한 상술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I농산이라는 상호에서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천에서 생산된 혼합쌀이라고 착각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서울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 여주라는 지역명이 들어간 회사가 설립돼 똑같은 쌀을 생산하게 되는 우려가 현실화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업체 측이 법의 맹점을 교묘히 피하고…
사치하는 사람은 풍부해도 항상 부족하고(奢者富而不足), 검소한 사람은 가난해도 항상 여유가 있다(儉者貧而有餘). 우리나라에서도 왕조실록이나 다른 기록들에서 나타난 권력층의 사치를 보면 백성들은 안중에도 없이 흉년임에도 고혈을 뽑아내서 호의호식했다는 기록이 있다. 지금이라고 다를 바 있겠는가. 논어에도 귀족들의 분수에 넘치는 사치가 만연하자 孔子(공자)가 심하게 분노했다는 기록이 보인다. 위정자들과 사회지도층이란 이들이 필요이상으로 돈을 쓰고 물건을 사들이며 사치하는 것을 경계한 내용이기도 한데, 모든 면에 모범을 보여야할 이들이 소위 지도층이라고 하면서 그를 따르고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몸가짐이나 행동은 아니라는 것이다. 채근담에도 권세와 이익과 사치와 화려함에 대해 이것을 가까이 하지 않는 사람을 깨끗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가까이 하면서도 물들지 않는 사람을 더욱 깨끗하다고 한다고 적고 있다. 잔재주와 권모술수와 사치, 교묘한 생각, 이것을 모르는 사람을 높은 사람이라고들 하지만 알면서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을 더욱 높다고 한 것은 사람의 수양과 자질을 말한 것이다.…
아직도 업무추진비를 부적절하게 쓰는 공직자가 많은가 보다. 몰지각한 지방의회 A의원은 사용이 금지된 주점 노래방 등 유흥업종에서 심야 시간에 업무추진비를 썼다. 또 B의원은 가족명의로 운영되는 식당에서 수백만원을 사용했고, C의원은 휴일에 집 근처에서 치킨 피자 빵 등을 사는 식품구입비로 사용하거나 지인의 선물비로 업무추진비를 썼다. 이 같은 사례는 부패예방기구인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7일 발표한 ‘지방의회의원의 업무추진비 실태조사’에서 드러난 것이다. 권익위는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서울 부산 강원도 등 8개 광역의회 업무추진비 이행실태를 점검한 결과, 모두 법률에 금지된 주점에서 부정 사용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한다. 정부는 이같이 공금의 부정사용 근절과 의회의 청렴성 제고를 위해 3년여 전부터 지방의회 행동강령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지키도록 권고해 오고 있다. 이 행동강령을 보면 직무상 관련된 기관이나 업체로부터 여비를 받아 활동 시 의장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또 대가를 받고 외부 회의나 강의를 할 적에도 의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의원 상호 간 또는 직무 관련자와 금전 거래를 할 수 없고, 직무 관련자에게 경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