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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문인 이옥(李鈺·1760~1815)은 대단한 골초였다. ‘담배의 경전’을 뜻하는 연경(烟經)을 지을 정도였으니까. 연경에는 담배에 관한한 모든 것이 수록되어 있다. 심지어 담배를 맛있게 피우는 방법까지 나와 있다. 그러나 이옥도 흡연예찬론자인 정조에 비하면 약과다. 과거시험의 시제로 남령초(南靈草), 즉 ‘담배’를 내걸고 수험생들에게 담배의 유용성을 논하라 했는가 하면 백성과 신하들에게 흡연을 적극 권장하기도 했다. 실학대가 정약용도 알아주는 골초였다. 당시 선비들의 모임에서도 담배가 사교의 도구로 사용됐다. 남녀 간이나 반상(班常) 사이에선 자유스럽게 흡연이 이루어졌다. 노인과 소년이 한 방에 앉아 장죽을 물 정도였다. 기생들 사이에는 흡연하는 풍속이 일종의 유행병처럼 번지기도 했다.

그런데도 흡연에 대한 예절은 전혀 없었다. <정조실록>엔 돈의문 앞에서 담배를 꼬나문 유생들을 야단치던 정조시대 재상 채제공(蔡濟恭·1720~1799)이 덤비는 유생들에게 험한 꼴을 당했다는 기록도 있다. 이러한 사실을 감안할 때 17세기 초 담배가 조선 땅에 들어온 직후부터 나라 전체에서 인기(?)가 대단했던 모양이다. <인조실록>은 이런 현상을 ‘요초’(妖草), 즉 ‘요망한 풀’이 조선을 일거에 중독시켰다고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예찬론자가 있으면 유해론자도 있는 법. 송시열(宋時烈)과 대동법으로 유명한 김육(金堉) 등은 담배를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성호 이익(李瀷)은 담배가 전국에 퍼져 남녀노소 귀천을 가리지 않고 피워대니 해악이 술보다 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담배의 유해성이 증명된 현대엔 세계적으로 애연가들이 줄고 있다. 흡연공간도 적어지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된 영문인지 우리나라는 늘고 있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팀이 엊그제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작년 한국인 흡연자는 하루 평균 담배 25개비를 피웠으며 이는 1980년(22.7개비)보다 증가했다는 것이다. 특히 남성 흡연율은 41.8%로 세계 평균 31.1%보다 10%포인트 이상 높다. 공초(空超) 오상순 시인은 담배를 ‘망우초(忘憂草)’라고 이름 지었다. 세상의 근심 걱정을 잊게 해주는 풀이란 뜻이다. 흡연이 느는 것도 이 같은 이유가 많아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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