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를 6개월 정도 앞둔 지금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 출마 예정자들은 누구의 눈치를 볼까? 유권자일까, 아니면 공천권을 틀어 쥔 정당 관계자일까? 물론 정답은 ‘둘 다’이다. 그러나 아마도 후자가 우선순위에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현 정치 체제하에서는 정당의 공천을 먼저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은 평소에 지역의 현안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 이들이 지역민에 의해서 선출돼야 한다. 지역을 위해 일해야 하는 지역일꾼을 선출하는 지방선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정당선거다. 당선된 사람들은 차기 선거를 위해 재임기간 중에도 유권자들보다는 정당에 충성하면서 눈치를 봐야 한다. 정당공천제의 폐해는 지방이 중앙정치에 예속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정치 상황 아래서는 공천만 받으면 사람을 보지 않고 특정 정당에 무조건 표를 몰아주기 때문에 정치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지방선거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은 1년 전 대선 과정에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후보자의 정당공천 폐지를 담은 정치쇄신안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민주당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 1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공공기관 부채문제의 현황과 해결방안’이라는 주제의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부채규모, 증가속도, 자본잠식상태 등을 기준으로 선정한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 12개 공공기관에 대한 분석결과 보고서라서 주목을 받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12개 공공기관의 부채규모는 총 412조3천억원으로 295개 전체 공공기관 부채(493조4천억원)의 83.6% 수준이다. 같은 기간(2007∼2012년) 부채증가율을 보면 전체 공공기관은 225.5%로 높은 수치인데, 12개 공공기관은 244.2%로 더욱 가파른 증가속도(92.3%)를 보였다. 문제는 같은 기간 공공기관 금융부채 증가액(165조7천억원)의 79.2%가 정부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부채증가가 가장 많았던 곳은 한국토지주택공사로 71조2천억원이었다. 한편 같은 날 안전행정부는 전국 251개 지방직영기업과 59개 지방공사, 78개 지방공단 등 388개 지방공기업의 2012년도 부채가 72조5천억원이나 되기에 지방공기업 역시 비상상태라고 밝혔다. 나라 전체가 난리인데 해법은 없을까? 현오석 부총리…
신라 대문호 崔孤雲(최고운)이 중국 유학을 마치고 배를 타고 돌아오면서 지은 시다. 돛을 걸고 바다에 띄우니 세찬 바람이 계속 불어 만리가 넘는 먼 길을 올 수 있었는데(掛席浮滄海 長風萬里通) 뗏목을 타고 다녔다던 옛 漢(한)나라 사신들이 떠오르고 불사약을 찾아왔다던 秦(진)나라의 동자가 생각난다(乘槎思漢使 採藥憶秦童)고 노래했다. 지난번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때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인사말 가운데 이 시 구절을 인용한 것은 참 의미 있는 일로, 양국의 오랜 문명의 교류가 지속돼 왔음을 다시 한 번 재확인하고, 앞으로 동반자적 관계 유지로 발전해 가자는 내용으로도 해석해 볼 수 있다. 여기에서 소통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우리가 소통한다는 것은 상호간에 존중과 논의의 공유를 의미한다. 소통이란 말은 라틴어에서 나온 것으로 ‘나누다’란 뜻이다. 그런데 그 쓰임이 확대돼 각 부문에까지 적용되고 있다. 고전에 對面共話 心隔千山(대면공화 심격천산)이라 했다. 상대방과 내가 서로 마주 보고 말하고 있어도 마음 사이에는 천개의 산이 가로 막혀있다는 뜻이다. 먼저 상대를 존중하고 진심으로 대할 때 소통의 문은 자연스럽게 열릴…
1983년에는 벽돌폰이 있었다. 모토롤라가 세계 최초로 ‘다이나택’이라는 이름의 벽돌폰을 선보였고, 우리나라에서 1984년 5월 처음 이동전화서비스가 시작됐을 당시에는 승용차 안에 장착된 크고 무거운 전화기를 들고 차 안에서만 이동전화가 가능했다. 당시의 공식 용어는 카폰이었지만 보통은 벽돌폰이라고 불렀다. 길이 1피트(30cm), 무게 2파운드(907g)의 벽돌처럼 각지고 무겁고 컸기 때문에 그렇게 불렸다. 1984년 당시 벽돌폰의 가격은 미국에서 3천995달러, 우리나라에서 331만원, 가입비까지 포함하면 400만원 정도로 자동차 한 대 값에 버금갔지만, 2007년에 나온 애플의 아이폰은 400달러에 불과하며, 2013년 현재 보통의 핸드폰은 미국에서 200달러에 살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우체국에서 저렴하게 가입하는 알뜰폰에서부터 50만원 안팎의 비싼 스마트폰까지 호주머니 사정과 기호에 따라 고를 수 있다. 모토롤라의 벽돌폰이 4천 달러 정도였음을 생각하면 지난 30년 동안에 휴대폰의 가격은 1/10 이하로, 길이는 1/3가량으로, 무게는 1/6 이하로, 두께는 0.5cm 이하의 초슬림형으로 변했다. 둘째, 휴대전화 가입자도 엄청
땅콩껍질을 벗겼다. 딱딱한 껍질을 깨면 두어 개의 땅콩이 뽀얀 속살을 드러낸다. 땅콩 줄기는 무성했는데 작황이 좋지는 않다. 시기에 맞춰 비닐을 걷어내고 북을 돋워주니 개화기에 꽃도 제대로 피고 뿌리도 곧잘 내린 것 같은데 막상 수확을 해보니 땅콩은 많이 열렸는데 제대로 여문 것이 적다. 그중 잘 여문 땅콩을 골랐다. 내년에 파종할 녀석들이다. 껍질을 벗겨보면 어떤 것은 하나의 알맹이만 품었지만 제대로 영글어서 통통하고 먹음직스러운가 하면 땅콩은 두세 개들었지만 찌글거리거나 기형으로 생긴 것도 있고 아예 땅콩도 없이 빈 통만 요란한 것도 있다. 땅콩을 까다보면 그 안에 세상사가 들어 있는 것 같다. 한날한시에 파종하고 한 뿌리에서 열렸지만 어떤 것은 속이 꽉 찼는가 하면 어떤 땅콩은 쭉정이만 요란하다. 세상도 자식도 마찬가지 아니던가. 한 뱃속에서 나왔어도 누구는 크고 누구는 작다. 팔 남매 중 나는 가장 작고 피부도 까맣다. 초등학교 때는 까만 피부와 작은 키 때문에 친구들 사이에서 놀림도 많이 받았고 스트레스도 많았다. 부모님의 유전자 중에 나는 왜 열성 유전자만을 받고 태어났을까에 대해 고민했고 키가 크고 흰 피부를 가졌으면서도 예쁜 언니가 얄밉기도 하
/신금자 며칠째 연이어 비가 내린다. 오늘도 어김없이 아파트 뒷길로 난 논둑길 사이로 맹꽁이들이 대거 나타났다. 촉촉한 날씨에 기분이 좋아진 맹꽁이들은 차가 다니는 도로까지 밀고 내려왔다. 물벼락을 치며 내빼는 택시를 보고도 맹이야! 꽁이야! 겁도 없이 차도를 가로질러 갈 모양이다. 웬 일인가? 집 앞 베란다에서 바라보이는 동산 밤나무에 둥지를 튼 까치들은 하루 종일 기척이 없다. 아침이면 운동을 하느라 야단법석을 피우는 녀석들이 운동은커녕, 밥을 먹는 기미도 없이 꼼짝을 안 한다. 96년 <순수문학>을 통해 문단에 나온 신금자 수필가의 산문시다. 그는 비상교육 고교 국어교과서에 논술문 『꿈의 전략을 세워라』를 집필했다. 이 시는 장마를 시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맹꽁이의 모습을 익살스럽게 그리고 있다. 촉촉한 날씨에 기분이 좋아진 맹꽁이들이 차가 다니는 도로까지 밀고 내려와 겁도 없이 맹이야, 꽁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흐리고 젖은 하늘 때문에 까치는 하루 종일 기척이 없다. 누군가에게는 기분 좋은 날이 누군가에게는 흐린 날이 될 수도 있음을 사색하게 한다. 인정 많고 단아한 내 누님 같은 참 아름다운 수필가다. 독자들과 다시…
국회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활동이 가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특히 내년 6월4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선거에서의 정당공천 문제와 교육감 선거 제도에 관한 쟁점이 부각되고 있다. 이는 한국의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하고, 정치 발전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교육감을 지금처럼 별도로 선거할 것인지, 도지사 러닝메이트로 할 것인지의 쟁점이다. 예컨대 교육부지사의 지위로 하고 행정과 재정을 지방자치와 통합하는 방안이다. 행정적인 필요성은 강하게 인정되고 있으나, 교육계 반발로 인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반면 이번에 반드시 정리하고 가야할 과제가 정당공천제다. 이의 폐해에 대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반면 일부 전문가는 정당공천제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니라 잘못 운영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특히 지금과 같은 정당공천제는 정치신인들에게는 치명적인 진입장애가 되고 있다. 시민사회 속에서 정치적 역량을 키워온 정치력을 가진 인사의 경우 기성 정치인에게 눈도장을 찍을 기회가 없으면 정치 진입의 기회가 봉쇄돼 버린다. 그렇다고 선거비용, 정책 개발의 절차를 생각할 때,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는 것은 무대포로 보이기 십상이다. 지방자
지난해 12월21일 지구멸망과 새 날의 시작을 외치는 종말론자들의 주장이 해프닝으로 끝난 적이 있다. 고대 마야문명의 달력이 동지인 2012년 12월21일을 마지막 일로 더 이상 제작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이렇듯 동지는 태양의 부활 혹은 새로운 시작 등과 깊은 연관이 있다. 어제(22일)가 바로 그날이었다. 옛날 사람들은 동지가 새 날의 시작을 의미하고 태양이 다시 찾아온다 해서 잔치를 벌이고 조상들께 차례를 지냈다. 고대 중국 주나라는 동지를 설로 삼았고, 우리나라도 고려시대 충선왕 이전까지 동지를 설로 지낸 것으로 고문헌들은 기록하고 있다. 중국 주나라에서는 이날 생명력과 광명이 부활한다고 생각하여 동지를 설로 삼았다. 『역경(易經)』에도 복괘(復卦)에 해당하는 11월을 자월(子月)이라 해서 동짓달을 일년의 시작으로 삼았다. 동지와 부활이 같은 의미를 지닌 것으로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신라에 이어 고려시대에도 당(唐)의 선명력을 그대로 썼으며, 충선왕 원년(1309)에 와서 원(元)의 수시력(授時曆)으로 바뀔 때까지 선명력을 사용하였다. 이로 보아 충선왕 이전까지는 동지를 설로 지낸 것으로 짐작된다. 그 후에도 아세(亞歲) 또는…
전쟁의 상흔을 품은 폭격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매향리가 이제 바닷가까지 주민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평화의 땅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이곳의 갯벌도 내년부터 주민들이 어업활동을 자유롭게 하게 된 것이다. 경기도 발표에 의하면 내년 3월 말까지 사격장으로 사용된 매향리 농섬 주변의 사격잔재물을 제거한 뒤 갯벌에 어장을 조성해 주민들에게 돌려줄 계획이라는 것이다. 반가운 소식이다. 화성시 우정면 매향리에 있는 일명 ‘쿠니 사격장’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한미행정협정에 따라 만들어져 주한미군의 공군 폭격 훈련장으로 사용되어 왔다. 2005년 8월 사격훈련이 중단된 이후 폭격이 멈춘 지 벌써 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이 지역에 대한 평화생태공원 조성 등의 사업이 지지부진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에 경기도가 매향리 사격장 종합계획을 수립해 화성시, 국방부와 세부계획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시지탄이다. 주민들의 어업활동 보장을 위해서는 우선 농섬 인근에 남아있는 사격잔재물을 말끔하게 처리하는 일이다. 농섬 반경 0.5~2.4㎞에 이르는 지역에는 아직도 포탄과 탄피 등이 산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