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21일 지구멸망과 새 날의 시작을 외치는 종말론자들의 주장이 해프닝으로 끝난 적이 있다. 고대 마야문명의 달력이 동지인 2012년 12월21일을 마지막 일로 더 이상 제작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이렇듯 동지는 태양의 부활 혹은 새로운 시작 등과 깊은 연관이 있다. 어제(22일)가 바로 그날이었다. 옛날 사람들은 동지가 새 날의 시작을 의미하고 태양이 다시 찾아온다 해서 잔치를 벌이고 조상들께 차례를 지냈다. 고대 중국 주나라는 동지를 설로 삼았고, 우리나라도 고려시대 충선왕 이전까지 동지를 설로 지낸 것으로 고문헌들은 기록하고 있다. 중국 주나라에서는 이날 생명력과 광명이 부활한다고 생각하여 동지를 설로 삼았다. 『역경(易經)』에도 복괘(復卦)에 해당하는 11월을 자월(子月)이라 해서 동짓달을 일년의 시작으로 삼았다. 동지와 부활이 같은 의미를 지닌 것으로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신라에 이어 고려시대에도 당(唐)의 선명력을 그대로 썼으며, 충선왕 원년(1309)에 와서 원(元)의 수시력(授時曆)으로 바뀔 때까지 선명력을 사용하였다. 이로 보아 충선왕 이전까지는 동지를 설로 지낸 것으로 짐작된다. 그 후에도 아세(亞歲) 또는 작은설이라 해서 설 다음 가는 명절로 대접했다. 오늘날에도 여전해서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살 더 먹는다”라는 말처럼 동지첨치(冬至添齒)의 풍속이 남아있다.
그런가 하면 동지는 크리스마스와도 연관이 있다. 과거 로마인들을 비롯 지중해 연안의 많은 나라들에서 12월21일부터 31일까지 새턴(Saturn)이라는 농업신을 기리는 새턴네리아 축제가 성행했다. 태양신을 숭배하던 페르시아 미트라교(Mithraism)에서는 그중에서도 동지(冬至) 뒤인 25일을 최고의 날로 쳤다. 불멸의 태양신 미트라가 탄생했다고 해서다. 그들의 이 같은 관습은 태양이 동짓날 새로 생긴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게 지내던 태양신 미트라의 탄생일이 313년 콘스탄티누스 황제에 의해 그리스도교가 자유를 보장받은 후 4세기부터 이날을 예수의 탄생일로 기념하기 시작했다. 이교도들의 태양빛이 그리스도교의 참빛인 예수의 탄생일, 곧 성탄(聖誕)으로 바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