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은 저조한 소득으로 어려운 삶을 영위해가고 있는데 전·현직 농민단체장과 임직원이 국고보조금을 횡령해 문제다. 조직구성원인 농민들의 권익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나선 이들이 범죄행위를 자행했다. 경기지방경찰청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쌀 소비촉진과 품질향상 등을 위해 지원하는 국고보조금을 불법으로 횡령한 이들을 적발했다. 경찰은 허위 사업계획서와 계약금 부풀리기로 여러 차례에 걸쳐 국고보조금 10여억원을 횡령했다. 범죄내용은 농민 사기진작 행사, 각종 농민교육, 유기벼 재배 설명서 발간, 소비촉진 포스터 제작 등의 사업계획서를 허위로 꾸미거나 계약금을 부풀리는 수법이었다. 여기에 회장은 전국회원대회 개최 명목으로 지원받은 보조금 5억4천만원 가운데 2억6천만원을 빼돌렸다. 이렇게 챙긴 돈을 각종 경조사비에 사용하고 임원진의 해외여행경비, 차량유지비, 생활비 등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허술한 관리감독과 방치행정으로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어촌공사 등은 국고보조금의 횡령을 막지 못하고 있다. 국가보조금 지급 시에는 사업계획서와 지출내용에 대한 철저한 확인과 검증이 필요함에도 불과하고 경시행정의 방관에서 사건을 발생시켰다. 여기
1991년 프랑스어를 익히러 프랑스 남서부의 보르도 대학에 갔다. 읽는 것은 꽤 할 줄 알았지만, 말하는 일은 젬병이었다. 당시만 해도 내가 다닌 대학에는 회화수업이 거의 없었다. 졸업 무렵에야 외국인 교수의 강의가 두어 개 생겼지만, 민주화로 어수선할 때라 들을 분위기가 아니었다. 비록 전공이지만 이래저래 말 벙어리 수준이었다. 그런데 졸업을 한 뒤에 생각해보니, 평생 외국어문학을 한 이력이 따라다닐 텐데, 말을 못 하는 일로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돌아가신 스승의 당부도 있었다. 당신 시대에는 외국어를 못하는 게 흠이 아니지만, 내 세대에는 꼭 필요한 능력이 될 것이니, 회화를 익히라는 것이었다. 젊어 돌아가신 스승의 마지막 당부가 내내 가슴에 남았다. 그래서 떠난 유학이었다. 꼭 학위를 따야할 생각은 없었다. 일상생활 회화를 익히고 1년 뒤 돌아올 계획으로 떠났다. 그래서 선택한 대학이 보르도였다. 도시의 규모와 대학의 역사가 있으며, 한국학생이 비교적 적고, 무엇보다 생활비가 적게 드는 곳을 고르다보니, 마지막 결정이 보르도대학이었다. 현명한 선택이었다. 시 외곽에 위치한 대학 주변 환경이 좋았고, 기후가 온화했으며, 일상이 평온했다.…
해를 보내면서 아쉬운 일들이 참 많다. 글을 쓰는 이들에게는 남다른 사고와 고답한 경지를 초월하는 고독감들이 남아 있다.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 작가들만의 치유와 위로가 필요하니 공동체를 원하는 것이다. 남다른 사유로 인한 통증을 문학이란 범주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길을 모색하기에 문인들만의 단체를 만들어 뜻을 모으고 마음을 모은다. 그런데 이렇게 모인 단체에서도 많은 말들로 상처 받고 적지 않은 회의감을 목도하기도 한다. 얼마 전 필자가 경험한 일이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상대를 위해 따뜻하게 할 수 있는 말과 그렇지 못한 말을 꺼내놓곤 하는데, 후자의 경우 신중한 처신이 필요한 법이다. 상대의 기분과 처지를 헤아리지 않고 내뱉는 말은 상처를 안기기 때문이다. 시간이 많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상대에게 들은 말로 인해 상처가 채 아물지 못했다. 그는 왜 필자에게 그 말을 꺼내놓았을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관계를 맺고 인연을 맺으며 살아간다. 고통과 불행은 결국 고립감을 안기고, 인간관계에서 관계의 소원을 회복하기 어려운 것을 눈여겨보면 말이 나은 상처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알 수 있다. 필자 역시 누군가에게 상처 줄 말은 하지 않았는
/채선 길 건너 신축 공사장 굴착기 소리 뿌리처럼 뻗어와 20층 공중을 흔들어댄다. 바닥을 끌어내려 더 깊은 허공 만드는 소음과 분진 유목遊牧의 경로를 털어내듯 지하가 깨어나고 있다. 팰수록 명징해지는 구렁 위가 벼랑이고 아래도 벼랑인 세상을 딛고 서서 어쩌자고, 어쩌자고 나는 허공에 빨래를 널고 있는가. --채선 시집 ‘삐라’ / 한국문연 장소성에 있어 삶의 방식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두 가지가 아닐까. 먹이를 찾아 떠돌아다니는 유목과 한곳에 터를 정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것. 대부분은 한곳에 정착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여러 사정으로 인해 떠돌이 삶은 계속되고 있다. 도시는 날마다 공사 중이다. 건물을 높이 올리기 위해 터를 깊게 파는 작업장 옆이라면 소음은 물론 강한 진동에 머리가 다 어지럽다. “유목의 경로를 털어내듯” 더 깊게, 더 높이 건물을 짓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본다. 얼마나 깊고 단단한 뿌리를 내리려는 걸까. “지하가 깨어나”고 있다. 수십억년 잠들었던 지하가 허공이 되는 현실. “위가 벼랑이고/ 아래도 벼랑인 세상”. 사는 일이 “허
서울에 있는 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작은 규모의 사업을 운영하던 그는 6·25 전쟁이 일어나자 한시바삐 피란을 떠나야 할 형편이었다. 그런데 피란길에 오를 준비를 하던 중 그는 자신이 빌린 돈을 은행에 갚아야 할 기일이 된 것을 알고 돈을 준비해 은행에 갔다. 전쟁이 나자 사람들은 돈이 될 만한 것이면 뭐든 챙겨서 떠나는 상황이었는데, 그는 거꾸로 돈을 들고 은행을 찾아간 것이다. “여기 빌린 돈을 갚으러 왔습니다.” 남자는 돈이 든 가방을 열며 은행 직원을 불렀다. 은행 직원은 남자를 보고 매우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빌린 돈을 갚겠다고요? 전쟁 통에 대출 장부가 어디 있는지도 모릅니다. 장부의 일부는 부산으로 보냈고, 일부는 분실됐습니다. 돈을 빌린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을 갚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마당에… 그래도 갚으시게요?” 은행 직원의 말에 남자는 잠시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였다. 사실, 갚을 돈을 은행 직원에게 준다고 해서 그 돈을 은행 직원이 자기 주머니에 넣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었다. 그러나 남자는 여러 생각 끝에 돈을 갚기로 결심하고, 은행 직원에게 영수증에 돈을 받았
남태평양에는 지구에서 가장 태양이 먼저 뜬다는 인구 10만명의 키리바시공화국이 있다. 2년 전 이 작은 섬이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해수면이 급상승, 바다에 잠길 위기에 처했다며 지원을 호소하고 나서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됐었다. 당시 환경전문가들은 현재 침수가 진행형이며 섬 전체가 잠기는 데 불과 30년밖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온난화로 인한 환경변화에 속수무책인 나라는 키리바시뿐만 아니다. 태평양군도의 투발루나, 통가, 몰디브, 토켈라우, 사모아 쿡 제도와 솔로몬 제도와 같은 나라들 또한 마땅한 대안 없이 상승하는 해수면을 막기 위해 전전긍긍이다. 그러면서 비용을 대는 데 급급해 하고 있다. 키리바시만 하더라도 사회 기반 시설을 지키기 위해 댐을 쌓는다면 9억 달러라는 엄청난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키리바시 정부는 960만 달러를 투자해 아예 1천400마일 떨어진 피지에 6천 에이커의 땅을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정도 규모라면 전체 10만여명의 인구를 충분하게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키리바시 정부는 당장 국민 모두가 피지로 이동하지는 않겠지만 언제 이주해야 할지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섬 주민들의 가
전국철도노동조합(이하 철도노조)이 오는 9일 오전 9시부터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는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철도노조가 마지막 수단인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게 된 것은 10일 ‘수서발 KTX 법인에 대한 출자 결의’를 할 것으로 보이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이사회를 막기 위한 것이다. 철도노조는 이날 결의가 철도 민영화의 단초라 예상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총파업에 들어가는 것이다. 정부와 코레일 측은 철도노조의 파업이 불법이라며, 노조파업과 관계없이 10일 이사회를 개최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파업이 강행돼 무궁화호와 새마을호, ITX, 화물열차(KTX와 수도권 전동차 제외) 운행에 일부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철도노조는 그동안 민영화 관련 토론회, 공청회 등을 거치자며 민영화 반대 100만인 서명부까지 전달했으나 정부는 끝내 외면했다. 이에 마지막 수단인 파업을 해서라도 철도 민영화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회사 설립의 지분 70%가량을 국민연금으로 출자, 공공성을 확보하고 민간자본이 마음대로 매각 못하도록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철도노조는 정부를 믿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지난 국정감사에서 국민연금관리공단이 투자계획이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출마예정자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정치권은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선거에 사활을 건다. 새 정부 출범 2년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이 크기 때문이다. 아직도 공명정대한 선거문화가 정착되지 못하여 야합과 비리가 판치는 현실이 안타깝다. 불법·부정선거로 당선된 사람들은 법의 심판을 받아 재선거를 하므로 막대한 예산을 낭비한다. 무보수명예직으로 출발한 지방자치단체장과 의원들은 많은 보수를 받아 실직자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기초자치단체장 후보에 대한 정당공천 배제를 여야가 아직까지 타협하지 못하고 있다. 원론적으로 공천배제에는 동의하면서도 각 당의 이해관계 때문에 쉽게 타협하지 못한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는 정쟁의 소지에 대한 의미를 수반하는 성격이 될 가능성 크기 때문에 치열한 선거공세가 예상된다. 정치판 보·혁 구도의 지루한 논쟁은 국민들을 짜증스럽게 하고 있다. 올바른 지자제 선거를 통한 국민통합을 위한 협력의 시대가치를 구현해 갈 때이다. 그동안 지역을 위해 충실하게 봉사하면서 주민을 존중하며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을 단체장과 지방의원으로 선출하여야 한다. 여야 각 당은 지방선거 120일 전인 내
시오노 나나미의 역사평설 ‘로마인 이야기’를 6번째 읽고 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 편을 읽으면서 항상 느끼는 점이 있으니 그의 관용 정신이다. 주지하다시피 로마는 다인종·다민족·다문화·다언어·다종교 국가이다. 하루도 조용할 날이 있을 수 없었다.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제정 로마의 기틀을 다진 인물이 카이사르이다. 그는 BC44년 3월15일 정적 14명에게 암살당했다. 황제가 되려는 시도를 한다는 이유였다. 카이사르는 의심받을 만한 일을 차근차근하고 있었다. 막상 암살당하자 그에게 비친 칭호는 ‘조국의 아버지(파테르 파트리아이)’였다. 로물루스가 로마의 건국자라면, 카이사르는 제2의 건국자, 곧 ‘중흥의 시조’라는 의미이다. 로마 시민들은 카이사르를 죽인 브루투스 등 14명을 암살자라고 부르지 않았다. ‘파리키다(아비를 죽인 놈)’이라 불렀으니 증오와 분노, 그리고 슬픔을 드러내는 민중들의 표현이다. 그의 결단을 흔히 ‘루비콘강을 건넜다’고 말한다. 그는 전쟁은 되도록 피하고 타협하여 하였다. 정적 품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