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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람] 문인의 송년회와 말과 오해

 

해를 보내면서 아쉬운 일들이 참 많다. 글을 쓰는 이들에게는 남다른 사고와 고답한 경지를 초월하는 고독감들이 남아 있다.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 작가들만의 치유와 위로가 필요하니 공동체를 원하는 것이다. 남다른 사유로 인한 통증을 문학이란 범주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길을 모색하기에 문인들만의 단체를 만들어 뜻을 모으고 마음을 모은다.

그런데 이렇게 모인 단체에서도 많은 말들로 상처 받고 적지 않은 회의감을 목도하기도 한다. 얼마 전 필자가 경험한 일이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상대를 위해 따뜻하게 할 수 있는 말과 그렇지 못한 말을 꺼내놓곤 하는데, 후자의 경우 신중한 처신이 필요한 법이다. 상대의 기분과 처지를 헤아리지 않고 내뱉는 말은 상처를 안기기 때문이다. 시간이 많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상대에게 들은 말로 인해 상처가 채 아물지 못했다.

그는 왜 필자에게 그 말을 꺼내놓았을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관계를 맺고 인연을 맺으며 살아간다. 고통과 불행은 결국 고립감을 안기고, 인간관계에서 관계의 소원을 회복하기 어려운 것을 눈여겨보면 말이 나은 상처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알 수 있다. 필자 역시 누군가에게 상처 줄 말은 하지 않았는지, 돌아온 뒤안길을 반추해 보면 참 부끄러운 말들을 꺼내놓았던 것 같다.

문인들과 오랜만에 만나면 덕담보다는 듣기 거북한 연애담들로 흥을 내기도 하고 마음에 가는 문인들끼리 모여 오해의 시선을 받기도 한다. 필요 이상의 말을 이어가며 좌중을 흔들기도 하고 분위기 전환도 하지만 도가 지나치면 인격과 정서를 헤아리지 않은 채 막말을 던지곤 한다. 그리고 그 막말은 어느 누군가에게 상처를 안긴다. 한 사람의 인격과 가치관이 흔들릴 정도의 험담은 언제 어디서든 돌고 돌아 당사자의 귀에 들어가고 만다. 누군가 그 말을 들은 이상 한 번 입 밖으로 나온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 법이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는 말도 있고, ‘설망어검(舌芒於劍, 혀가 칼날보다 무섭다)’이라는 말도 있다. 칼의 상처는 아물어도 말의 상처는 아물지 않는 것이다.

문인들의 언어는 갈수록 거칠어지고 절제되지 않은 농담이 퍼지고 있으니 안타깝다. 일상을 돌아보면 말 한마디 때문에 오랫동안 유지해 왔던 관계가 깨지기도 하고, 부주의한 말을 했다가 평생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문학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묻고 답하는 학문이고 길이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 말에서 비롯된 실수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말은 한 사람의 인격을 측정하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필자는 오랫동안 지역의 여러 문인 단체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있다.

이들과 소통하며 인연을 쌓다 보니 가끔 ‘말이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소문이라는 것은 참 무서운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도 자꾸 듣다 보면 믿는 사람이 하나둘 늘어나 그럴듯하게 들린다. 강의를 하면서 여러 계층의 사람들과 상담하면서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우매한지를 체득했다. 험하게 생긴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어린아이처럼 심성이 여린 사람도 있고, 성자의 밝은 얼굴을 한 이가 비열하기 이를 데 없어 당황한 적이 있다. 사람을 가까이서 겪어봐야지 어찌 겉만 보고 알겠는가마는, 사람의 됨됨이는 그가 하는 말로 인해 판가름되곤 한다.

그 옛날 중국에서는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 하여 인재를 고를 때 ‘말’을 네 가지 기준 중 하나로 삼기도 했다. 그러니 한해를 넘기며 문학인들의 송년회는 의미가 크다. 좋은 말을 담아내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 문인들이 서로에게 상처보다는 사랑을 건네는 말을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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