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일 전이 한글날이었다. 어쩐 일인지 공휴일로 지정이 되어 잘 쉬긴 했다. 하지만 글을 쓰는 사람으로 마음이 편치 않다. 과연 먼 미래에도 한글은 우리의 아름다운 모국어로 남을 것인가? 나라가 폭삭 주저앉지 않는 한, 모국어로 쓰이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모국어가 아름다운 자산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다. 많이 지적된 점이긴 하지만, 그 가운데 하나가 과도한 존댓말의 잘못된 쓰임이다. 사람을 올리는 것이 바른 사용법인데, 그게 지나쳐 사물에 대한 존대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그것이다. 예를 들면, “주문하신 음식이 나왔습니다”라고 해야 할 것을, “음식이 나오셨습니다”라거나, 또 “음식 값이 얼마입니다”라는 표현 대신 “값이 얼마이십니다”라고 쓰는 식이다. 물론 삶의 양식이 바뀌는 과정에서 예전의 존칭을 잃어버리고 새 표현을 찾아가는 과정의 진통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과도한 존댓말에는 이러한 불편함을 넘어 ‘위험한 진실’이 들어 있다. 한글의 존재 이유 가운데 하나는 한자 문화의 권위주의적 잔재를 없애려는 것이었다. 세종대왕이 한
가을이 깊숙이 들어찼다. 도서관 앞 가로수에도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자판기에서 커피 한 잔 꺼내들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달빛이 곱다. 풀벌레 소리 대신 멀리서 들려오는 색소폰 소리가 달빛에 어우러져 한결 정겹다. 낙엽 하나 툭, 내 발등을 찍는다. 높은 곳의 질서를 아래로 떨구면서 남은 가을을 빠르게 물들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소리와 달빛과 한편의 아름다운 시가 있어 좋은 밤이다. 삼삼오오 층계에 올라서는 학생들의 수런거림부터 귀밑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신사의 묵직한 발걸음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이 저마다의 가을을 즐기는 모습이 분주한 듯 평온하다. 도서관에 오면 느림의 미학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속도 빠른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기보다는 문장의 행간 속에서 삶을 배우고 지혜를 습득한다. 더디 넘겨지는 페이지 속에서 누군가의 고뇌와 완성되는 삶의 과정을 엿보게 된다. 한때는 도서관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도서관을 이용하는 횟수가 뜸해진다. 독서량이 준 이유도 있겠지만,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다 보니 한 권의 책을 펼치기보다는 필요한 부분만 인터넷을 통하여 검색하고 정보를 취하는 것으로 대신하게 된다. 차츰 종이책이 밀려나고 그 자리를 전자
얼마 전, 경찰관이 술에 취한 사람(이하 주취자)을 귀가시키는 과정에서 주취자에게 떠밀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공무집행 중인 경찰관을 숨지게 한 당사자는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변명으로 무참함을 숨기려 하고 있다. 그러한 주취자의 행태를 바라보는 우리들은 할 말을 잃는다. 파출소를 찾아와 경찰관들에게 이유없이 욕설을 하며 시비를 걸고, 순찰차 앞을 가로막으며 집에 데려다 달라고 떼를 쓰는 등 현장 출동을 가로막으며 정상적인 공무수행을 방해하는 주취자들의 행태는 그 도가 지나쳐 때로 위와 같은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범죄예방과 범인검거, 위험에 처한 시민보호 등을 주된 임무로 하는 경찰활동이 주취자들의 행패에 대응하느라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는 결국 선량한 시민들의 일반적인 치안서비스 수급권을 침해하게 된다. 물론, 주취자도 경찰이 보호해야 할 국민의 한 사람이지만 범죄 피해자, 노인, 어린이 등 경찰의 보호를 절박하게 필요로 하는 시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단순 주취자는 피해회복을 위한 골든타임을 무력화시키는 원망스런 존재일 뿐이다. 경찰에서는 이러한 치안력 낭비요인을 제거하고 위급한 상황에서 경찰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시민들에게 신속히
얼마 전 서울 강남의 한 제과점에서 인질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4년 전부터 우울증과 공황장애, 불안장애로 정신과 치료를 받다가 결국 묻지마 범죄를 벌이게 된 것이다. 최근 2년 동안 발생한 묻지마 범죄를 분석한 결과, 전체 묻지마 범죄 중 82%가 정신질환자와 사회적 소외 계층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생 원인으로는 정신질환 41%, 약물이나 알코올 남용 32%, 현실불만 25%의 순이었다. 지구대, 파출소에서 근무하다보면 정신질환자와 관련된 112신고가 자주 접수된다. 이런 신고는 자신 또는 타인을 해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보호조치를 할 수 있다. 정신질환자를 보호하고 관리하는 보건당국에서는 정신건강증진센터를 지자체별로 만드는 한편 정신건강의 날(4월 4일)마다 의료계, 교육계 등 여러 단체들을 모아 사회적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볼 수는 없다. 소말리아는 전체 인구 중 30%가 카트(Khat)라는 마약에 중독되어 있다. 정부의 무관심과 치료시설의 부족으로 국민들은 결국 미신에 의지하게 되었고 하이에나가 마약 중독자를 할퀴고 물게 되면 몸 안에 있는 악령이 나간다고 생각하여 정신질환자들을…
수원시의회 백정선 의원의 대통령에 대한 ‘막말’사건이 수원시의회 파행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수원지역 우파 단체가 시의회가 있는 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인 데 이어 새누리당 시의원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사퇴를 촉구했다. 이어 수원시의회 차원에서 백 의원에 대한 윤리특별위원회를 구성하려고 했으나 표결과정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같은 당 의원 감싸기 투표로 부결, 급기야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들이 13일 이후부터 의사일정 참여를 전면 거부하기로 선언하면서 14일 오전에 열릴 예정이던 상임위원회가 모두 열리지 못했다. 이날 수원시의회는 기획경제, 문화복지교육, 녹지교통, 도시환경 등 4개 위원회별로 공무원을 출석시켜 올해 업무보고를 청취하고 행정사무감사계획서를 작성하는 등 중요한 일정이 예정돼 있었다. 시의회 관계자는 의회가 열리지 않으면 쌓여있는 조례안을 처리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다음달 열릴 예정인 행정사무감사 자료마저 요구할 수 없어 행정사무감사의 차질이 생긴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윤리특위 구성에 대한 새정치민주연합의 납득할 만한 구체적 조치가 없을 경우 상임위 등 모든 일사일정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당분간 의회 파행상태는 계속될 전망
경기도교육청을 비롯한 전국의 도교육청은 예산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1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누리과정을 위해 지원하여야한다. 도교육청으로 전출해야하는데 예산 난으로 교원들이 퇴직금마저 정산하기 힘들어서 도교육청 전출마저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경기도내로 전출하는 어린이집 보육료는 전체 누리과정 예산의 절반에 달하고 있다. 금년도의 경우 9천95억 원이 도교육청의 누리과정 예산이다. 내년에는 1조460억 원으로 증가될 것으로 예측한다. 이 가운데 올해는 누리과정 예산의 48%인 4천373억원, 내년에는 54%인 5천670억 원이 도교육청에서 지출하는 어린이집 보육료다. 일선교육청은 현실적으로 예산난에 시달리며 당면한 사업마저 이행하기가 어렵다. 이의해결을 위해서 20%인 경기도교육청 교부율을 25.27%로 상향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정부는 내년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전년보다 1조3천475억 원을 삭감해서 문제가 심각하다. 지방교육청의 현실을 무시하고 중앙정부의 중심의 예산배정은 수정되어야 한다. 예산 없이는 어떠한 사업도 추진할 수 없음을 중앙정부는 인식하여 일선교육청의 요구사항을 수용하기 바란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은 교육·학예에 과한 사
지난 5월28일, 그동안 정부 여성정책의 기본방향이자 추진근거가 되어 온 「여성발전기본법」이 제정된 지 19년만에 전부 개정되어 「양성평등기본법」이라는 새로운 법률명으로 공포되었다. 내년 5월28일 시행될 예정인데, 정부의 정책기조가 ‘여성발전’에서 ‘양성평등’으로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가족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1995년 제정당시에 비해 상당히 달라진 사회환경과 여성에 대한 인식, 관련 법·제도의 변화 등 여성정책의 패러다임이 ‘여성발전’에서 ‘실질적 양성평등 실현’으로 전환됨에 따라, 헌법에서부터 보장하고 있는 ‘양성평등’ 이념실현을 명확히 하기 위하여 법제명을 변경하고 양성평등과 관련된 권리보장과 정부의 책임성을 강화하였다고 밝혔다. 「여성발전기본법」은 1995년 북경 세계여성대회 직후 국내 여성정책 추진을 위해 북경대회에서 채택된 성평등 전략인 ‘성 주류화(Gender Mainstreaming)’를 추진하기 위해, 즉 정치·경제·사회정치·경제·사회 영역에서 정
작년 자유학기제 운영 학교 선정 한 학기 시험·수업 부담 벗어나 예체능·직업체험 등 진로교육 학교·지역사회 함께 봉사도 활발 학생들 스트레스 줄고 밝아져 부모들과 대화 늘고 관계회복 학부모지원단 1일교사 동참 등 학생·학부모·교사 긍정적 변화 미래형 교육 희망적 모델 제시 안산 신길중학교 자유학기제 눈길 학생들이 자신들의 소중한 꿈을 이룰 수 있는 알찬 학교, 학생들이 늘 즐겁게 가고 싶은 행복한 학교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며 희망과 믿음을 주는 학교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안산시 단원구 신길중학교가 성공적인 자유학기제를 운영하고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교육과정 가운데 한 학기를 시험 등 수업 부담에서 벗어나 진로탐구를 위한 참여형 수업과 체험활동 등을 하는 제도다. 새로운 제도에 대한 부담과 우려 속에서도 자유학기제를 적극 도입하고, 학생과 학부모, 교사, 지역사회가 지혜를 모아 내실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영함으로써 교육주체 모두가 행복한 학교로 발돋움하고 있는 신길중학교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신길중학교는 2013년 교육부 자유학기제 교육과정 운
강연을 마치고 컴퓨터를 정리하는데, 한 어머님이 오셔서 “5분 정도만 시간을 내 주실 수 있겠느냐?”고 요청을 했습니다. 표정을 보니까 다급하신 것 같아서 “예, 그렇게 하지요” 하고 정리를 끝낸 다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분은 중학교 1학년 딸을 두었습니다. 6학년 때도 아이들의 괴롭힘 때문에 힘이 들어서 학교를 옮기느냐, 마느냐를 고민하다가, 중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답니다. 그 학교가 남녀공학인 모양입니다. 그런데 일진회라는 단체에 속한 남학생 2명이 자기를 계속 괴롭혀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답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딸에게 “전학을 가는 것은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오고 가는 길이 지나치게 멀기 때문에 조금만 더 생각을 해 보자”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는 교복의 한 부분이 얼룩으로 표시가 날 정도로 크게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전학 문제를 좀 더 심각하게 고려를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치 제 문제처럼 분노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물었지요. “학교에 가서 전후 사정을 소상히 이야기하고, 문제 해결을 요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