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8일, 그동안 정부 여성정책의 기본방향이자 추진근거가 되어 온 「여성발전기본법」이 제정된 지 19년만에 전부 개정되어 「양성평등기본법」이라는 새로운 법률명으로 공포되었다.
내년 5월28일 시행될 예정인데, 정부의 정책기조가 ‘여성발전’에서 ‘양성평등’으로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가족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1995년 제정당시에 비해 상당히 달라진 사회환경과 여성에 대한 인식, 관련 법·제도의 변화 등 여성정책의 패러다임이 ‘여성발전’에서 ‘실질적 양성평등 실현’으로 전환됨에 따라, 헌법에서부터 보장하고 있는 ‘양성평등’ 이념실현을 명확히 하기 위하여 법제명을 변경하고 양성평등과 관련된 권리보장과 정부의 책임성을 강화하였다고 밝혔다.
「여성발전기본법」은 1995년 북경 세계여성대회 직후 국내 여성정책 추진을 위해 북경대회에서 채택된 성평등 전략인 ‘성 주류화(Gender Mainstreaming)’를 추진하기 위해, 즉 정치·경제·사회정치·경제·사회 영역에서 정책과 프로그램의 기획, 시행, 점검 그리고 평가과정에서 여성과 남성 모두의 관심과 경험을 통합하고자 제정되었다.
그 취지가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여성과 남성 모두를 위한 법이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여성발전’보다는 「양성평등기본법」이라는 법제명이 훨씬 더 적합한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사회의 양성평등 점수는 어느 정도일까? 혹자는 국민투표에 의해 여성대통령이 선출되었으니 그 사실만으로도 우리사회의 양성평등은 다 이루어졌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국제 지표를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전세계 136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13 세계 성 격차(Global Gender Gap Report in 2013)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136개국 중 111위를 차지, 성 격차가 심한 하위그룹에 속한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순위의 국가는 아랍에미리트(109위), 바레인(112위), 카타르(115위), 쿠웨이트(116위) 등으로 여성의 지위가 한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왔던 중동국가들이 대부분이다.
평가항목을 좀더 들여다보면(점수의 1은 완전평등, 0은 완전불평등을 의미), 우리나라는 보건 및 건강수준(0.973)과 교육성취도(0.959)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경제활동 참여 및 기회(0.504)와 정치적 역량발휘(0.105)에서는 매우 뒤쳐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보고서의 성 격차 지수가 해당 지표분야의 수준(Level)이 아닌 남녀간의 격차(Gap)만으로 산출된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우리나라 여성의 향상된 지위와는 괴리가 크기는 하지만, 일면 우리나라의 법률상, 제도상의 남녀평등과는 달리 아직도 가정이나 일터에서는 남녀간의 격차가 상당히 크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법제명까지 바꾸면서 ‘양성평등’ 실현을 기치로 내세운 만큼, 이제는 진정한 양성평등을 위해서는 어디에 중점을 둘 것인지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성격차 보고서에 의하면 교육성취도 항목에서는 완전평등에 가까운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경제활동 참여 항목은 매우 불평등하게 나타난 바 있다. 우리가 주목하고 힘을 쏟아야 할 부문이 바로 이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 제고가 아닐까 한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은 2013년 말 현재 49.0%로 전국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 50.2%에 비해 낮을 뿐만 아니라 경기도 남성의 참여율(74.9%)과는 무려 25.9%나 차이가 난다. 이는 수많은 고학력 여성이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앞으로 닥칠 노동력 부족사태에 대비할 때 여성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임도 시사하고 있다.
양성평등한 경기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성의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고 지속적으로 경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개발하고, 보완하고 또 잘 실천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