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연설의 주인공 킹 목사가 1968년 39세로 생을 마감하기 전에 쓴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혼돈인가 공동체인가?>라는 책에서 “빈곤을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기본소득 보장”이라고 강조했다. 흑인·백인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노동에 관계없이 기본소득을 보장하면 경제적 안정감도 퍼지고 흑백갈등도 변화를 일으킨다는 주장이다. 이듬해 그는 암살됐지만 공화당 리처드 닉슨 행정부는 그의 제안을 기초로 1969년 가구당 연간 1천600달러의 기본소득을 보장하자는 안을 냈고, 하원의 승인도 받았다. 그러나 상원을 통과하지 못해 실시되지 못했다.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는 통념이 무산의 원인이다. 가구당 하루 1달러로 생활하는 남아프리카 최빈국 나미비아에서는 2008년 1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24개월 동안 ‘기본소득파일럿프로젝트’라는 실험이 추진됐다. 나미비아 오미타라 지역의 60세 미만 주민 930명에게 월 100나미비아달러(한화 1만4천∼1만5천원)를 지급, 최소한의 삶을 보장해주는 실험이었다. 그 결과 빈곤 문제가 개선됐고, 소비와 일자리가 증가하고, 소규모 자영업이 활기를 띠는 등 부분적이긴 하나 긍정적인…
남양유업의 밀어내기로 피해를 입은 대리점주의 손실을 전액 보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은 마땅하다. 이번 판결은 비록 대리점주 개인이 낸 부당이득금 청구 소송의 결과다. 하지만 그동안 논란이 됐던 갑의 횡포에 대한 법의 준엄한 심판이어서 판결이 주는 의미가 매우 크다. 특히 밀어내기로 피해를 입은 또 다른 대리점주들이 제기할 민사소송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더욱 그렇다. 소송을 제기한 박모(33)씨는 2011년 남양유업과 대리점 계약을 맺고 지난해 7월 밀어내기를 당해 주문한 648만원어치의 세 배에 달하는 1천934만원 상당의 제품을 공급받았다. 박씨는 초과 공급된 제품을 대부분 팔지 못해 폐기했고, 결국 지난해 7월 말 대리점을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 이 과정에서 남양유업은 계약 당시 받은 냉장·운반장비 보증금을 비롯해 모두 800만원을 제대로 정산하지 않았다. 박씨는 여기에 초과 공급으로 피해를 본 1천286만원을 더해 2천86만원을 달라며 소송을 냈고 이번에 승소했다. 남양유업은 지난 5월 사원의 욕설 녹취 공개로 불거진 본사-대리점 간 불공정거래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공정위는 남양유업의 이 같은 불법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
구름의 해산(解産) /김은경 탈장한 구름이 떠있군요 구름의 윤곽은 아령칙 그늘에 덧씌운 겹겹의 그늘이어서 아무리 녹여 먹고 달여 먹고 떼먹어도 거뭇한 속살에 다다를 수 없나 봐요 저 먹먹함 얼마나 무거운 상흔인지 녹인지 쇠붙이인지, 세계의 병 원이 되었다가 삼라만상 철물점이 되었다가 만년설의 정거장이 되었다가 쓸쓸해, 하고 얘기할 때 구름은 제 목 하나의 중심을 쥐어주고 제 다리 몇 갈래의 길을 내어주고 울음 알알이 무명 피륙 한 필의 안개로 전송하고 그러고도 먹장이 젖처럼 남아돌아 날마다 하염없이 둥글어지는 구름, 아비 없는 아가를 수도 없이 낳았으나 제가 부린 게 무엇인지 도무지 모른다는 듯, 흘릴 게 정(情)밖에 없는 봄날 한마디 비명도 없이 고물고물 흰떡 같은 아가를 또 -시집 <불량 젤리>(삶창, 2013)에서 구름의 모성 앞에 고개를 숙인다. ‘아비 없는 아가를 수도 없이 낳았’다는 구절에서 쉽게 넘어갈 수 없다. 온갖 풍상을 겪었던 우리 어머니들의 신산한 생애가 뭉게뭉게 떠올라서 그렇다. 아수라장이 되어 버린 세상에서 생명을 함부로 여기는 이 땅에서 자꾸자꾸 우리를 새롭게 태어나게 하는 생명의 근원을 찾을 길 없어
오산시 수청동 소재 물향기수목원은 수도권 전철 오산대역 근처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 ‘물과 나무와 인간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2006년 5월 경기도가 개원, 운영하는 시설이다. 10만평 부지 규모로 조성된 대한민국 최대 규모 자생식물원으로서 습지생태원, 수생식물원, 호습성식물원 등의 주제원이 있다. 또 한국의 소나무원, 단풍나무원, 토피어리원, 만경원, 유실수원, 중부지역자생원 등 다양한 20개 주제원과 1천700종의 식물로 조성돼 있다. 이젠 수도권지역 주민들의 나들이 쉼터로 정착됐다. 원래 수목원은 학습적, 산업적 연구를 위한 시설이다. 공원이나 유원지와는 다르다. 다양한 식물유자원을 수집·증식·보존·관리와 전시하고 자연·생태 교육체험의 장으로 활용되는 곳이다. 하지만 이젠 생활에 지친 도시인들의 청정휴식 장소로 더욱 각광받고 있다. 물향기수목원의 지난 한해 관람객수는 55만4천여명이라고 수목원 측은 밝혔다. 이 정도면 운영 면에서 괜찮은 수준이다. 그런데 물향기수목원 입장료를 놓고 도와 도의회가 대립하고 있다. 도가 ‘인상 조례안’을 입법예고하자 도의원들은 이에 맞서 ‘인하 조례안’을 발의한 것이다. 도는 최근 청소년·군인 입장료를 700원에서 1천50
고향생각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나의 고향에는 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흙먼지를 풀풀 날리며 수많은 덤프트럭이 거대한 굉음을 울리며 새로 길을 닦고 어릴 적 놀이터인 앞바다에 커다란 시멘트 덩이와 돌무더기, 흙을 쏟아 부으며 긴 방조제를 만들기 시작했다. 어느덧 물막이 공사가 끝나자 갇힌 바닷물을 빼고 인근 작은 산을 서너 개 허물더니 갯벌을 메워 넓은 매립지를 만들어 냈다. 고향 어르신들 일부는 이제 우리도 발전의 기회를 얻었다며 좋아하신 분들과 딱히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뭔가 불안해하는 목소리를 내는 분들이 계셨다. 새로 만들어진 매립지에 농사 지을 땅이 생길 것이라고 모두가 예상했는데 그 넓은 땅에는 먼저 양옥집이 자리를 잡았고 일부는 조선소가, 일부는 물고기 양식을 위해 시멘트로 물고기 집을 만드는 곳으로 황량하게 변했다. 시골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객지에서 학업을 시작했을 때 우리 집은 겨울농사를 포기하고 말았다. 여름농사인 밭과 논농사보다 훨씬 더 소득을 보장해 주었던 겨울농사인 김 양식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소한 맛과 향, 빛깔이 좋아 전량 수출되던 김이 언젠가부터 잘 자라지 않았고, 그나마 자라던 원초가…
劉向(유향)이라는 사람이 지은 책에 이 내용이 있는데 ‘낚시로 유명한 전략가 강태공은 사람을 사랑한다면 그의 집 지붕 위에 있는 까마귀까지도 사랑하며(愛其人者 兼愛及屋上之烏) 사람을 미워하면 그 집 종까지도 미워한다(憎其人者 憎其儲庶)’라는 말을 했다. 우리 속담에 아내가 귀여우면 처갓집 말뚝 보고 절한다 하였는데 사람을 사랑하여 그 사람의 물건까지도 사랑하는 것을 애수(愛樹)라 하기도 한다. 詩人(시인) 두보도 그의 詩에 ‘장인 댁 지붕 위에 까마귀, 사람이 좋으니 까마귀도 좋구나(丈人屋上烏 人好烏亦好)’며 읊었다. 옛글에 너무 지나치게 아끼는 것이나 엄청나게 간직하려는 것은 분에 넘치게 애걸하는 것과 같다. 명성을 애걸하면 할수록 추해지고, 재물을 탐하면 탐할수록 더러워지며, 이득만 노리면 노릴수록 사납게 되고 만다. 그래서 살아서 명성을 누리는 것은 의심스러운 것이고, 죽어서 얻은 명성은 영원하다 했다. 그러므로 명성을 甚愛(심애)하지도 얻으려 애쓰지도 말라 했다. 생쥐가 꿀단지 있는 곳을 알면 제 명대로 살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사랑이건 재물이건 너무 치우치지 말 일이다. /근당 梁澤東(한국서예박물관장)
음식의 종을 모아 지역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맛좋고 깨끗하고 공정한 음식’이 슬로푸드라는 것을 널리 알리기 위해 개최된 남양주 슬로푸드국제대회(아시오 구스토·Asio Gusto)가 지난 6일 성황리에 일정을 마쳤다. 첫 슬로푸드국제대회였지만 조직위가 당초 예상한 관람객수 30여만명보다 월등히 많은 53만여명이 대회장을 찾았다. 이는 조직위와 남양주시의 치밀하고 적극적인 홍보가 큰 영향을 미쳤겠지만 먹거리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변화도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6일간 열린 이번 대회가 방문관람객수로는 대성공이다. 그러나 첫회였지만 이 행사의 주요 포인트인 ‘맛의 방주’ 프로젝트 운영에 대한 미비점을 비롯해 슬로푸드와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야외 음식점 등 곳곳에서 관람객들의 불평이 쏟아지는 등 지적사항도 많았다. 조직위 관계자의 말대로 첫 대회인 만큼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첫 대회치고 이 정도면 비교적 성공적이었다고 평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대회에서 ‘맛의 방주’에 전시됐던 67개국에서 온 소멸위기의 종자와 음식 등 220여종은 남양주유기농테마파크에 영구 전시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지난 토요일 밤 행궁동에서 참 벗 몇 사람과 노닐었다. 초가을 밤공기는 온화했고, 하늘엔 성근 별 가물거렸다. 수원사람의 특권이다. 수원살이 별미는 아무 때나 도심을 거닐며 정조임금님 빙의 놀이를 즐겨도 좋다는 거다. 행궁동 레지던시에서 출발한 발걸음은 시드 갤러리 카페 <다담>으로 이어졌다. <다담> 뜰에서 차 한 잔 마시는 동안 꽤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예술가들의 삶에서 인문학의 정신과 인문학 도시로, 생태교통 페스티벌로 아저씨 수다가 늘어졌다. 인문학 강의가 꽤 많아졌어. 강의라는 형식이 인문학 정신과 맞나? 일단 긍정적으로 보자고. 그런데, 인문학 강의 후기가 “강의 너~~무 좋았어요” 일색이면 곤란하다는 거지? “강의 듣고 났더니 이노무 세상 고마 확!”도 있고, “내 앞으로 공부 열심히 해서 강의한 당신과 한 번 겨뤄보겠다”도 있고, “강의 듣는 내내 마음이 불편해서 혼났다”도 있고, 뭐 그래야 제대로 된 인문학 아니겠어? 이른바 ‘시민인문학’ 중심으로 흘러가는 것도 좋아보이지는 않아. 명실상부한 인문학 도시가 되려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학을 가기위해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학능력시험, 중국은 가오카오(高考), 미국은 SAT(Scholastic Aptitude Test)와 ACT(American College Test), 프랑스는 Baccalaur at, 일본은 대학입시센터시험 등이 그것이다. 이중 우리의 수능과 중국의 가오카오는 세계적으로 그 유명세를 탈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의 SAT와 ACT는 대학 입학을 위한 전국 공통 시험이긴 하지만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인 경우 지망한 대학이 요구할 때 치러야 하는 약간은 제한 적이다. 프랑스는 고교졸업인증시험의 성격을 띠고 있고 일본은 수능격인 센터시험보다 대학본고사에 더 비중을 두고 있어 요란하지 않다. 해서 모두가 대학 관문이긴 하지만 해마다 전국적으로 학생 학부모 모두 몸살을 앓는 우리나라와 중국의 경우와는 매우 다르다. 그러나 미국 SAT는 대학입시위원회(College Entrance Examination Board)가 관장하는 시험으로 아이비리그라 불리는 유명 사립대학과 주립대학 800여곳이 이 시험을 채용하고 있어 학생들 사이에 경쟁과 열기는 매우 뜨겁다. 이 시험은 우리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