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인기들이 서울 상공을 침범한 사건을 전후로 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전쟁 준비’, ‘핵전쟁 불사’와 같은 강경 발언을 토해냈다. 2018년 이후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 이후 불었던 한반도 평화 무드는 이 정부 들어 일전불사의 전쟁 위기로 치달으면서 깨졌다. 대통령의 이 발언들은 물론 공허한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르면 한반도에서의 전쟁 개시권이 미국에 부여돼 있을 뿐 우리의 군사주권은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 1조는 “모든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이 주권재민의 대원칙은 방위조약 앞에서 무력하다. 조약 4조에는 “한-미 상호합의에 근거해 미국의 육-해-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하고 미국은 이를 수락한다”고 돼 있다. 미국은 군사력의 반입과 반출, 배치, 전개와 관련해 한국 정부의 어떠한 동의도 받을 필요가 없다. 조약 하위법인 주둔군지위협정과 방위비분담특별협정 관련 조항들도 주권국가의 입장에서 볼 때 문제투성이다. 주한미군의 시설, 구역, 경비에 관한 부담을 한국이 져야 하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새 이전지인 평택 기지가 우리 돈으로 전 세계 최대 규모로 지어졌던 것도 그
불안으로 1년간 상담 치료를 받았다는 그녀에게 그동안 어떤 걸 배웠는지 물었다. “그냥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어요. 참, 지금 여기의 감정에 머무르지 못하고 자꾸 달아난대요. 해보려고 하는데 잘 안되어요.” 그녀에게 나는 미소를 띠며 “잘 안 되는 건 당연해요. 말 몇 마디로 바뀌기 어렵죠.”했다. 그녀는 4년 넘는 시간 동안 음식을 먹으면 자주 배가 아프고 설사를 했으며 여러 곳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잘 낫지 않아 내원했다. 여러 병원을 거쳤고 가는 곳마다 약과 함께 음식을 조심해야 한다는 말들을 들었다. 뚜렷한 호전이 없는데 반해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참기가 쉽지 않았다. 위장에 자극을 주지 않는 음식만을 먹으려고 애써 절제하고 나면 오히려 기분이 더 우울하고 불안해졌다. 그러다가 또 참지 못하고 밀가루나 육류 등 불편해지는 음식을 다시 먹으면 더욱 설사가 잦아졌다. 치료는 몸과 마음 두 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진다. 오랫동안 잦은 설사와 복통으로 위와 장의 기능이 약해지고 과민해졌기에 좋은 음식을 먹게 하고 한약과 침 치료를 통해 약화한 몸의 에너지를 북돋아 자생력을 길러 준다. 다른 측면으론 마음을 돕는다. 그녀는 꼼꼼한 성격이었다. 먹는 것과 함께 자신이
흔히들 우리나라 국민들을 두고 국난극복이 취미인 사람들이라고 한다. 조상들부터 그랬다. 왕조시대 국왕이 의주까지 내뺐어도 백성들은 의병을 일으켜 나라를 지켰다. 일본에 나라를 통째로 갖다 바쳤어도 만주에서 총들고 싸운건 국민들이었다. 독재정권에 목숨걸고 저항해 민주화를 이룬 풀뿌리 민중들이었으며, 나라가 부도났을 때 금가락지 빼서 보탠 건 권력하나 쥐어보지 못한 장삼이사 국민들이었다. 이런 국민들에게 27일 윤석열대통령은 점잖게 한마디 하셨다. “국민이 어려울 때 나라가 돕고, 나라가 어려우면 국민이 헌신하는 국가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한마디만 하자. “대한민국은 나라만 잘하면 된다. 국민 탓하지 마라!”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제 대통령이 내뱉는 말에 그다지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워낙 실언이 잦은 터라 본인 스스로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의미를 알고 하는 것 같진 않기 때문이다. 위의 발언도 대통령이 단 하루도 들어가지 않겠다던 청와대 영빈관에서 행안부, 통일부 등의 업무보고를 받는 와중에 한 말이다.(하긴 요즘 부쩍 청와대 사용이 잦다. 그럴꺼면 뭣하러 수천억 들여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기는 뻘짓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대통령의…
본보(26일자 인천판 1면)에 실린 인천시 중구 ‘신포 눈꽃마을 청년몰’ 철거현장 사진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 눈꽃마을은 지난 2018년 중소벤처기업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15억 원(국비 7억 5000만 원, 구비 6억 원, 자부담 1억 5000만 원)을 들여 조성됐다. 인천의 중심 상권 1번지였지만 침체된 신포동 일대 골목상권을 부활시키자는 취지였다. 우현로 35번지(KEB 하나은행 뒷편 골목)에는 아기자기한 구조물을 조성, 고객들을 유치했다. 눈이 쌓인 유럽 마을을 연상시키는 눈꽃마을, 푸드 트레일러, 광장과 무대, 고객 쉼터 등을 설치하고 먹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했다. 눈꽃마을은 ‘백종원의 골목식당’ 방송에도 나와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방문객들이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고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발길이 끊어졌다. 청년점포들도 문을 닫아 이곳의 풍경은 을씨년스럽게 바뀌었다. 그리고 인천시 중구와 청년몰 사업자 간 사업이 만료됨에 따라 구조물을 철거하기 시작한 것이다. 눈꽃마을이 몰락한 가장 큰 원인은 장기간 지속된 코로나19의 영향이 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청년몰 콘셉트가 부족하고 청년 사업자들의 경험부족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예산만 낭비
공자의 제자 자공이 질문했다. “선생님 제가 나라를 만들려고 하는데 무엇이 있어야 할까요?” 잠시 생각에 잠겼던 공자가 답을 했다. “나라를 만들려면은 믿음(信)과 군사(兵) 그리고 먹을 것(食), 3가지가 있어야 하니라.” 자공이 다시 물었다. “그중에서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어떤 것입니까?” 공자가 잠깐 머뭇거리다 답했다. “그것은 군사이니라.” 자공이 또 물었다. “남은 2가지 중에서 하나를 제외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공자는 즉시 답했다. “당연히 먹을 것이니라. 국가는 먹을 것이 부족해도 몇 달은 버틸 수 있지만, 백성의 신뢰가 없다면 단 하루도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언급되는 『논어』의 안연편에 나오는 유명한 이야기다. 신뢰는 국가를 유지하는 최고의 기반이자 기초이다. 정부는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믿을 수 있는 정책들을 제시하고 실현함으로써 국민의 지지를 받고 이를 바탕으로 정권의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다. 반대로 국민의 신뢰가 없다면 어떤 정책을 써도 지지도 없고 정권의 미래마저 불투명해진다. 지난해 대선 이후 불신이 사회 전반에 깊어지고 있다. 철 지난 이념논쟁이 여기에 기름을 붓고 싸구
지금, 어떤 여행을 꿈꾸는가. 홀로 일정과 동선을 꼼꼼하게 검토하며 구체적으로 계획하는 이도, 채널을 돌려가며 홈쇼핑 여행 상품을 들여다보는 이도, 모아뒀던 곗돈을 풀자고 모임을 설득하거나 연인과 함께 sns 핫플을 찾아보는 이도 모두 여행자다. ‘지금, 여기’를 떠나기 위한 준비부터 여행은 시작된다. 여행은 많은 것을 필요로 한다. 평생을 들여 열심히 구축해둔 자신의 세상을 등지고 위험하고 불안정한 세상으로 발을 내딛는 일이다. 계획과 준비부터 길에 오르는 과정, 돌아오는 그 순간까지 상당한 시간과 노력과 비용이 소요된다. 아무리 휴식을 추구하는 여행을 계획했다 해도 일상을 벗어난 미지의 세상에서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여행을 꿈꾸고, 떠나기 위해 애쓰는 이유는 뭘까. 쇼펜하우어는 말했다. 삶은 고통이다. 삶이 고통스러운 것은 사람에게서 욕망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며, 욕망이 사라지면 권태로 더 고통스러워진다. 행복은 욕망과 권태 사이 잠시의 순간일 뿐이다. 사람은 늘 결핍을 채우려 무언가를 바라며 괴로워하거나, 바라는 것이 없다면 공허감에 빠져든다는 의미다. 삶 그 자체가 고통임을 감안할 때, 지금 이 고통에서 벗어
나쁜 사회제도의 가장 큰 원인은 그릇된 신앙이다 인간의 삶의 의미는 자기 속의 불합리한 것을 합리적인 것으로 이끌어가는 데 있다. 그것을 위해서는 다음의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생활의 불합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것을 외면하지 말 것. 둘째, 다가올 미래 사회의 합리성에 대해 지극히 순수한 이념을 가질 것. 사회제도는 불합리와 거기서 생길 수밖에 없는 비참함을 생각할 때, 그것에 대한 혐오감을 느끼는 반면, 합리적인 생활의 가능성을 뚜렷이 의식할 때는, 자연히 그것을 향해 정진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불합리에서 생기는 병폐를 숨기지 말고 합리적인 생활의 행복을 사람들에게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모든 인류의 스승이 해야 할 임무이다. 우리는 현대 사회의 여러 가지 현상에 대해 신중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항상 낡은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받아들임으로써 자신의 의견을 바꿀 수 있는 마음 자세를 가져야 한다. 또 선입견을 버리고 완전히 백지상태에서 사물을 판단해야 한다. 바람의 방향도 살피지 않고 언제나 똑같이 돛을 올리는 사공은 절대로 목적한 항구에 다다르지 못할 것이다. (헨리 조지) 사람들이 지금의 모습을 바꾸지 않는 한, 어떠
언론은 민심을 비추는 거울이어야 한다는 당위가 흔들리고 있다. 민심을 반영하려는 언론의 노력이 느슨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민심을 억지스럽게 끌고 가려는 시도까지 서슴지 않는다. 시민들은 언론이 민심을 거울처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고 믿어왔다. 그래서 따랐다. 언론이란 거울에 성에가 두텁게 끼더니, 이젠 거울이 깨질 조짐마저 보인다. 그래서인지 뉴스를 회피하는 현상이 생겨났다. 우리 언론은 여론을 반영해야 하는 1차 의무를 등한시한 채, 여론형성(프레임)이라는 힘을 과시하는데 과도하게 집착한다. 그러니 무리수가 따르고 신뢰는 추락한다. 기초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건물 높이만 올리는 꼴이다. 그 사례들은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을 기사만 점검해도 확연하다. 이번 설 민심을 전하는 기사에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설 연휴 마지막 날 지난 24일 오후 1시 40분. 《“윤석열 정부 쳐다보기 싫을 정도로 실망”···광주 전남 민심, 단단히 뿔난 이유》라는 제목의 디지털타임스 기사가 포털사이트 다음의 뉴스화면에 올랐다. 광주 4명, 전남 2명 등 6명의 국회의원이 전하는 내용만으로 기사화했다. 이 기사는 하루 동안 댓글 4466개가 달렸다. 클릭수 대박 조짐이 보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