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빛으로 가득한 화창한 봄날이다. 지난겨울 강추위를 이겨낸 나뭇가지가 초록으로 물들고 버드나무 끝에 매달린 버들강아지도 살이 올랐다. 봄내음이 물씬 풍기는 길을 걷다가 꽃물결이 넘실대는 화훼단지에 들렸다. 화원은 봄꽃을 사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활짝 핀 진달래꽃 사이로 꼬부라진 할미꽃이 눈에 들어왔다. 참 오랜만에 보는 토종봄꽃이다. 밥주발 같이 생긴 화분에 수북한 흙더미를 헤치고 고개를 내민 꼬부라진 할미꽃은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이고 자주색 꽃망울을 막 터트리고 있었다. 할미꽃은 가까운 야산이나 논둑길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농촌에서도 보기가 힘들다. 이른 봄 양지바른 곳에서 피는 할미꽃은 다른 봄꽃들보다 먼저 봄소식을 전하는 봄의 전령사다. 추운 겨울이 채 가기도 전부터 새 봄을 맞이하는 할미꽃은 고된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허리가 꼬부라졌다. 어려서부터 온몸엔 하얀 솜털을 뒤집어쓰고 잔뜩 휜 허리에 꽃망울은 언제나 땅바닥을 향하고 있다. 할미꽃은 슬픈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옛날에 세 딸을 정성껏 길러 시집을 보낸 할머니가 큰딸과 작은 딸을 찾아 갔으나 문전 박대를 했다. 할머니는 어느 겨울날 가난하게 살고 있는 셋째 딸의 집을 찾아…
일찍이 성현 공자는 그의 논어편에서 ‘학이시습지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說乎’라 하여 ‘배움의 즐거움’이야말로 세상에서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가치로운 일임을 후세들에게 가르쳤다. 그랬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역시 지난해 여의도에서 양재동으로 청사를 이전하면서 ‘배우고 때로 익히니 기쁘지 아니한가-평생교육의 큰 집’이라는 대형 걸개 휘장을 외벽에 아주 오랫동안 걸어 놓았었다. 오가는 많은 이들이 궁금해 했다. 여기가 대체 뭐하는 곳일까? 하는 표정으로 말이다. ‘학습민족’이라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 국민들은 오랫동안 삶 살이 그 자체가 학습이었다. 학습의 중요성은 오늘날과 같은 저출산 초고령화 사회에서 점점 더 그 의미가 부각된다. 세계적 장수국가로 불리는 이웃 일본은 최근 ‘21세기 비전 2030’에서 ‘평생이전직사학습체제(平生二轉職四學習體制)’를 발표하였다. 전 국민이 80세까지 평생 자신의 재능을 향상시켜야 하며, 평생 최소한 두 번 이상 전직을 하게 되고, 이를 위해 최소한 네 번 이상의…
동두천우체국 개국 100주년 동두천우체국이 개국 100주년을 맞았다. 동두천우체국은 1913년 10월1일 이담면 동두천리(현 생연1동) 245번지에 ‘동두천우체소’로 개소했다. 100년이 지난 현재 동두천시는 물론 양주시 일부지역(남면·은현면·회천1~4동)을 관할하며 5개국과 우편취급소 1개국, 출장소 3개소, 150명의 직원들이 20만 시민들의 우편과 금융, 택배 업무는 물론 지역사회에서 봉사활동까지 펼치고 있다. 100년의 역사를 이어온 동두천우체국(국장 송호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들여다 본다. 1913년 ‘동두천우체소’로 출발 1898년 임시우체국을 전국에 설치하면서 동두천우체국은 1913년 10월1일 동두천우체소로 설치됐고, 이후 1953년 체신부 산하 동두천우체국으로 개칭됐다. 1994년 IT 통신수단의 발전으로 체신부에서 정보통신부로, 2007년 현 전부 이후 정보통신부 폐지 후 지식경제부로 이관되면서 우정사업본부 경인지방우정청 소속으로 오늘에 이르고 있으며 우편업무는 물론 보험·금융, 전국최대 조직망을 갖춘 택배업무로 24시간 바쁘게 움직
광견병은 광견병 바이러스(rabies virus)를 가지고 있는 동물에게 사람이 물려서 생기는 질병으로, 급성 뇌척수염의 형태로 나타난다. 광견병은 기본적으로는 동물에게서 발생하지만 사람도 동물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의 침 속에 광견병 바이러스가 있기 때문이다. 광견병 전파의 중요한 원인 동물은 집에서 기르는 개라고 한다. 따라서 광견병 주의보가 발령될 때는 물론 평상시라도 광견병 예방 접종을 해두는 것이 개나 사람을 위해서도 안전하다. 물을 기피해서 공수병이라고도 불리는 이 병은 미치거나 마비, 침 흘림 증상을 보이며 치료시기를 놓칠 경우 사망하는 치명적인 병이다. 최근 화성시에서 광견병이 발생,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가 지난 2월 18일 경기도에 광견병 주의보를 발령함으로써 도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발생지인 화성시는 물론 인근 수원시와 안산시 등에서는 연일 주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특히 야외활동이 증가하는 봄철을 맞아 앞으로 발생증가 등 피해가 예상된다. 이렇게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지난해 4월 화성시 팔탄면에서 풍산개 1마리가 광견병에 걸렸다. 이는 경기남부지역에서 30년 만에 처음…
최근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에 대한 상해 사건과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결혼을 앞두고 “일이 많아 너무 힘들다”는 유서를 남기고 투신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사회복지사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문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 사회복지사들의 근무환경은 공공 또는 민간영역 모두 엄청난 업무량과 열악한 근로환경으로 인한 격무와 직업 관련 스트레스 때문에 많은 고통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의하면 2010년 현재 사회복지전담공무원 1인당 담당 인구는 무려 4천720명에 이르고 있다. 복지 분야에서 가장 근무환경이 좋다는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현실이 이렇다면 더 이상 민간영역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들의 근무환경, 근로시간, 업무량 및 처우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할 필요도 없다. 최근 들어 사회복지실천현장에서 사회복지사들이 상해 등의 피해를 입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안전대책은 거의 전무한 상태다. 2010년 1월에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사회복지사 상해사건, 2012년 2월 경북노인보호전문기관의 사회복지사가 피상담자가 휘두른 칼에 찔려 중태, 4월 성남시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민원인이 휘두른 칼에 찔려…
지난 9일에는 미술전시관에서 채수일 한신대학교 총장과 문화계 인사들이 자리한 가운데 홍형표 문인화가께서 미술협회장으로 취임했다. 15일에는 수원문인협회장 이·취임식이 열린다. 고향 해남을 떠나 수원에서 살아온 지 어언 25년이 됐다. 타향에서 느끼는 외로움은 문학을 통해 치유할 수 있었다. 문인들과 밤을 새우기도 하고 많은 행사도 참여했다.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사람 냄새를 솔솔 풍길 줄 아는 문인들이 가족처럼 다가와서 행복했다. 사실 이러한 형제 문인들이 있었기에 힘겨운 시간들을 견딜 수 있었다. 지난달 수원예총에서 2년간 이끌어갈 새로운 회장을 선출했다. 경선으로 선출하다 보니 반대의견이 불분명하게 나오기도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많은 회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신임 안희두 시인이 회장으로 선출됐다. 이순옥 회장이 그간 열정적으로 일한 데 대해 많은 회원들이 박수를 보냈다. 이 회장은 돌아보니 참 정이 많은 사람이고 부지런한 일꾼이었다. 행정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탓에 뜻하던 많은 일들을 손 놓고 물러나는 이 회장에게는 아쉬움이 참 클 것이다. 필자도 그렇지만 잘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못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것 같다. 또 열심히 앞장서서 일하
인구 100만 이상 기초자치단체에 걸맞은 행정모델을 찾기 위한 노력에 시동이 걸렸다. 수원·창원·성남·고양·용인시와 한국지방세연구원이 체결한 연구용역 착수보고회가 엊그제 진행됐다. 지방행정체계의 불합리성 등을 감안할 때 뒤늦었지만 이제라도 이 같은 작업이 시작되어 다행이다. 이들 5개 도시는 광역시 규모의 인구임에도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기초지자체의 틀에 매여 어려운 점이 적지 않았다. 인구 30만 도시와 100만 도시의 행정은 단지 양적인 문제가 아니라 질적으로 차원이 다른 모델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현행법과 제도는 단순한 3단계 모델로 경직되게 규정하고 있다. 불편은 시민들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인구 규모에서는 광역시와 비슷하지만 행정적 재정적 지원에서는 현격한 차이가 난다. 자치구를 둘 수도 없고, 공무원 정원도 적게 묶일 수밖에 없다. 일반행정뿐만 아니라 교육행정에서도 광역시와 인구 100만 기초지자체의 차이는 크다. 수원과 울산의 경우 인구 규모도 같고, 학생 수도 18만명 수준으로 같지만 학교수, 교사 1인당 담당학생수, 교육행정직 정원 등에서 현격하게 차이가 난다. 수원은 울산처럼 산하 지역교육청을 둘 수도 없다. 일반행정이고, 교육행
한류 열풍 호재 10여년 사이 4배 성장 축산가공품·기호식품 두자릿 수 증가 담배·커피조제품 등 효자품목 급부상 사탕·빵 등 농산가공품은 ‘뒷걸음질’ 수입도 증가세…무역수지 적자폭 확대 對 아세안·중국 마이너스 못 벗어나 정부·식품업계 적극적인 마케팅 필요 한식 이벤트 등 수출 활성화 대책 시급 우리나라 가공식품 수출입 동향·세계화 방안 한류 열풍을 따라 담배, 라면 등 우리나라 가공식품의 수출이 탄력을 받고 있다. 가공식품 수출은 지난 2000년 8억2천만달러에서 지난해 34억7천만 달러로 4배 이상 성장했고 연평균 증가세가 12.7%로 두자릿 수 행진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총 수출에서 가공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1% 미만에 그치고, 수입 역시 동반 증가세를 보이면서 수출과 수입을 차감한 가공식품 무역수지는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심혜정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가공식품이 무역적자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식품업계의 적극적인 대응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시장을 대
저녁눈 /박용래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말집 호롱불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조랑말 발굽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여물 써는 소리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변두리 빈터만 다니며 붐비다. 출처-박용래 시집 먼 바다-1984년 창작과비평사 눈물의 시인 박용래(1925~1980).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미적 세계를 드물게 개척한 시인이다. 그의 시는 간결하고 담백한 묘사로 단순한 형식미를 보여주고 있지만, 그 안에는 동양적 여백미와 서구 모더니즘 기법이 녹아있다. 「저녁 눈」은 전체가 4행으로, 한 행이 하나의 연으로 구성된 짧은 시다. 모든 연마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붐비다”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시인은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을 시각적인 배경으로 삼으면서, 말집의 호롱불과 조랑말 발굽에 눈발이 “붐빈다”고 했다. 더 나아가 “여물 써는 소리”에도 눈발이 “붐빈다”는 묘사를 얻고 있다. 이렇게 “눈발은~붐비다”의 반복적 사용은 말집에서 변두리 빈터로 확장되다가, 다시 말집의 소박한 풍경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