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송(老松)의 말씀- 墨客에게 /한양명 나는 멈춘 듯하지만 정해진 대로 늙어가고 있다 세월을 따라 움직이고 있다 내 앞의 그대 나를 그리지만 사실은 스스로의 영정을 그리고 있다 머잖은 날, 그대 몸은 내 껍질처럼 주름질 것이고 마음은 솔잎처럼 말라 떨어질 것이다, 그렇기에 바람은 멈추지 않고 새는 뒤돌아보지 않는 것이다 그대, 붓질 멈추고 잠시 자신을 돌아보라 가을 지나온 바람이 머리를 스치며 희끗희끗 찬 서리를 내리고 있으니 - 시집 『허공의 깊이』, 2012년, 애지 누군가로부터 내 주머니에 넣어 준 귤 두 개가 책상에 시간이 멈춘 채 며칠째 그 껍질이 쭈글쭈글 말라가고 있었다. 멈춰진 시간 속에 그대로 말라가는 귤 한 조각처럼 한 해를 보내면서 무엇엔가 분주히 살아온 사람들은 스스로 부지런했기 때문에 자신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살았는지 모른다. 우리는 내 앞의 또 다른 나를 만드는 동안 어쩌면 아름답게 늙음을 놓쳐버린 것은 아닐까. 누구나 제 인생의 묵객(墨客)이리라. 그 손에 든 붓을 멈추고 돌아보면 내가 그린 내 얼굴 이외 다른 내 얼굴이 그려져 있다. 시간과 묵객이 함께 멈추어 있는 고요한 겨울밤에 가을 낙엽을 밟고 지나온 내 머리에 문득 서리가…
사람의 신체 가운데 가장 두꺼운 곳은? 발바닥이다. 왜 그럴까? 인생은 가시밭길이기 때문이란다. 일본 속담이다. 운전할 때마다 놀랍고 신기한 것이 내비게이션 기능이다. “낙석 위험지역입니다.” “안개 위험지역입니다.” 예쁜 목소리로 척척 지시를 한다. 그래선지 요즘 사람들은 세 여자 말만 잘 들어도 팔자가 수월하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첫째 마누라 말을 잘 듣고, 둘째 내비게이션에서 말하는 여자 말 잘 듣고, 셋째 골프장 캐디(도우미) 말 잘 들으면 평년작(平年作)은 유지할 수 있단다. 한데, 울퉁불퉁한 인생길에 발바닥만 두텁다고 될 일이 아니다. 길을 걷다 보면 돌부리도 찰 수 있고, 냇가를 건너야 하고, 예측불허(豫測不許)의 돌연사태가 숱하게 도사리고 있다. 만약 인생에 내비게이션을 장착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 당신의 컨디션은 좋지 않은 상태이오니 친구와 내기바둑을 삼가시고.” “주식에 투자하는 등 돈거래를 피하시고.” 이런 지시를 받고 움직인다면 따분하지만 무척 편리할 것이다. 신문 1면에 미사일이 어떻고, 무인 우주선이 어떻고 하는 세상인데 유수(有數)의 신문에
고속도로 갓길을 배회하고 있는 그 녀석들을 본 건 주말, 고향을 다녀오던 길이었다. 시속 100Km로 달리는 자동차들 옆으로 푸드득 푸드득 오르내리는 작은 몸집의 까치 두 마리.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의 위험천만한 속도전에 그리 여유로운 몸짓이라니. 마치 자동차와 한 판 유희를 즐기듯, 자동차가 달려들면 날아오르고 지나치면 내려앉으며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도대체 무엇을 하는 걸까?’ 졸음을 쫓느라 갓길에 세운 내 자동차에서 바라본 그들은 분명 먹이를 구하고 있었다. 누군가 자동차 밖으로 던져버린 과자부스러기를 주워 먹느라 여념이 없었던 것이다. 역시 생명체란 먹이가 있는 곳으로 찾아드는 존재. 며칠 전 먹이를 찾아 날아온 천수만 철새를 만나러 간 적이 있다. 매년 그렇게 많은 새떼들이 날아왔다는데, 그야말로 새들의 천국이었다는데, 그날 내가 본 천수만은 분명 새들의 천국은 아닌 듯 보였다. 5천만 평이나 되는 천수만은 모내기도 헬리콥터로 직파를 하고 콤바인으로 곡식을 거둬들이다 보니 추수 후에도 논에 남아있는 벼 낱알들이 많아 해마다 철새들이 그 먹이를 찾아 날아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개인에게 논이 분양되고 각자 탈곡을 하고…
부부경찰관의 출산환경 조성을 위해 경찰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BTL(임대형 민자사업) 보육시설 운영이 정부의 출산 장려정책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경찰청은 전국 일선 경찰관서를 대상으로 보육시설 설치 수요 타당성 조사를 통해 유치 희망 22개를 확정하고 내년 준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에만 7개 관서로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불행인지 성남 중원경찰서 청사 부지는 성남 시유지로,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따라 어떠한 시설물도 증·개축을 불허한다는 규정에 발목이 잡혀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성남시에서 무상양여 혹은 국유지 맞교환이 되지 않을 경우 예산을 확보하고도 시설을 설치할 수 없는 실정에 처해 있다. 성남시 직장보육시설 현황을 살펴보면 시청 및 3개 구청과 KT, 도로공사 등 21개소로, 직장인들의 양육부담을 덜어주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성남시민 100만 명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며 민생치안을 다하는 3개 경찰서(수정·중원·분당) 1천500여 명의 경찰관 자녀에 대한 보육시설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경찰 근무 특성상 24시간 교대 근무로 인한 보육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부부경찰의 아이를 돌봐줄…
새 정부 구성을 위해 인재를 구하는 때이자, 공무원들의 인사철이다. 각종 매스컴이나 공직사회 주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좋은 자리’를 놓고 치열한 다툼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교묘한 언론플레이나 줄대기는 여전하고, 자신을 부각시키기 위한 고도의 작전도 펼쳐진다. 기원전 250년대를 살았던 모수(毛遂)의 이야기가 불현듯 떠오른다. 그 유명한 모수자천(毛遂自薦)과 낭중지추(囊中之錐)의 고사성어를 만든 그 모수다. 먹고 먹히는 정글의 법칙이 판치던 중국 전국시대에 조나라는 한반도와 같이 강대국의 틈새에 끼여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시대를 호령하던 진나라가 수도를 포위하는 국란이 벌어지자 총대를 멘 것은 조나라 혜문왕의 동생이자 명재상으로 추앙받던 평원군이었다. 살 길은 진나라와 어깨를 견주는 초나라와 동맹을 결성하는 것이었고, 초나라 왕을 설득하기 위한 20명의 사절단을 조직하는데, 자신의 식객 3천명 중에서 19명은 선발했으나 나머지 1명의 자리가 비었다. 고민하는 평원군에게 ‘모수가 나서 스스로를 천거(毛遂自薦)’했다. 이때 평원군이 모수를 향해 “‘주머니 속 송곳은 그 끝이 드러나는 법(囊中之錐)’인데, 그대는 3년 동안 내 문하에 있었다는데 이름을 듣지 못
부천 상동종합사회복지관 최근 사회복지환경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지난 2005년 사회복지예산 지방이양에 따른 보조금 지급방식 변경 및 노인장기요양보험, 장애인활동지원제도 등 사회서비스 영역이 확대됐으며 시장화, 다변화, 특성화 전략을 세워 꾸준히 발전해 오고 있다. 이런 사회복지환경에 발맞춰 지역주민의 욕구에 부응할 수 있는 전문프로그램을 도입하고 20년 이상 노후화된 복지관을 쾌적하고 편리한 환경으로 조성해 지역주민들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갈수 있는 복지관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는 ‘상동종합사회복지관’의 나눔의 현장으로 들어가 봤다. <편집자 주>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상동에 위치한 상동종합사회복지관은 60세 이상 당뇨를 앓고 있거나 고 위험군에 속해있는 결식이 우려되는 저소득 독거노인에게 ‘독거노인 당뇨관리 및 자가관리능력 향상 프로그램’을 제공해 당뇨병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합병증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09년 복지관에서 조사한 지역주민 욕구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조사 대상자들 중 노인들의 욕구 중에 경제적인 문제, 만성질환, 심리적 고독감이 어르신들의 가장 큰 욕구로 나타났다.
난감 /조정인 차라리 들고 있던 체리시럽을 엎질렀으면 좋았을 걸! 여자가 그만 노을빛 제 속내를 흘리고 말았다 어떻게든 상황을 주워 담아보려고 허둥대다 남자의 어깨에 이마를 비벼댄다 저거, 무슨 인사법인가 그러다가는 놀라 황망히 이마를 뗀다 가슴속 사과가 와르르 몰렸다가 제자리를 찾는다 그때 세상에는 없던 향기를 왈칵 쏟았던 것인데… -시집 『장미의 내용』 /창비 사랑이라는 감정이 여자의 마음 안으로 스며들 때, 상대의 감정을 가지고 저울질 할 때, 또 조금 더 발전해서 밀당의 단계까지 진행되었을 때 상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과 또 한편으론 상대와 한층 가까워졌다는 마음까지를 아우르는 행동은 언제나 어색할 수 있다. 아니 어색하다. 그래서 여자는 ‘허둥대다 남자의 어깨에 이마를 비벼대’기도 하고 또 ‘놀라 황망히 이마를 떼’기도 한다. 난감해진다. 그러나 그 마음 안쪽을 들여다보면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건 ‘세상에는 없던 향기를 왈칵 쏟았던’ 아름다운 광경인 것이다. 시인의 섬세한 마음을 엿볼 수 있어 미소 짓게 된다.
1971년 성탄절 아침 서울 충무로에 있는 21층짜리 대연각 호텔이 화염에 휩싸인다. 아침 9시 50분 호텔 2층 다방에서 프로판 가스가 폭발하면서 불길이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번졌다. 이 불로 160여 명이 숨졌다. 대연각호텔 화재는 세계 호텔 화재 사상 최악의 참사로 기록됐다.
1991년 오늘,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공화국의 마지막 최고회의가 열린다. 소련 최고회의는 국제법상 소련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언한다. 소련은 이로써 탄생 69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