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갓길을 배회하고 있는 그 녀석들을 본 건 주말, 고향을 다녀오던 길이었다. 시속 100Km로 달리는 자동차들 옆으로 푸드득 푸드득 오르내리는 작은 몸집의 까치 두 마리.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의 위험천만한 속도전에 그리 여유로운 몸짓이라니. 마치 자동차와 한 판 유희를 즐기듯, 자동차가 달려들면 날아오르고 지나치면 내려앉으며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도대체 무엇을 하는 걸까?’ 졸음을 쫓느라 갓길에 세운 내 자동차에서 바라본 그들은 분명 먹이를 구하고 있었다. 누군가 자동차 밖으로 던져버린 과자부스러기를 주워 먹느라 여념이 없었던 것이다. 역시 생명체란 먹이가 있는 곳으로 찾아드는 존재.
며칠 전 먹이를 찾아 날아온 천수만 철새를 만나러 간 적이 있다. 매년 그렇게 많은 새떼들이 날아왔다는데, 그야말로 새들의 천국이었다는데, 그날 내가 본 천수만은 분명 새들의 천국은 아닌 듯 보였다. 5천만 평이나 되는 천수만은 모내기도 헬리콥터로 직파를 하고 콤바인으로 곡식을 거둬들이다 보니 추수 후에도 논에 남아있는 벼 낱알들이 많아 해마다 철새들이 그 먹이를 찾아 날아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개인에게 논이 분양되고 각자 탈곡을 하고 모내기를 하다 보니 알뜰하게 추수를 하여 철새들에게 나누어줄 낱알들이 줄어든 것이다. 철새들은 하나 둘씩 그렇게 천수만을 떠나고 있었던 것이다. 먹이를 찾아, 살 길을 찾아 이동하는 것이 새들만의 일은 아니다. 선사시대 이전부터 인류는 생존하기 위해 늘 먹이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며 살아왔다. 살 길을 찾아 이동하는 생존을 위한 근본적인 면은 과학이 발달한 지금이라 해도 달라지지 않았다. 한때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메리카로 유럽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났던 모습이나, 유럽의 경제위기로 그리스인들이 대거 다른 나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지금의 현실도 결국엔 먹을 것을 찾아 이동하는 유목민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고속도로 갓길에서 불안한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그 새들을 보면서 ‘과연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줄 충분한 먹이를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재수를 해야 하는 현실.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를 40장이나 쓰고도 선택되지 못했다는 내 아이를 보면서 우리나라에는 정말 내 아이들이 먹을 먹이가 없는 것인지, 젊은이들이 먹이를 구할 줄 모르는 것인지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1등만을 향하여 달려온, 공부만이 살 길로 알고 달려온 많은 아이들이 향해 있는 곳은 대기업, 공기업, 각종 고시 등, 남들이 알아주는 직업군들이다. 남들이 알아주는 것보다 나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적성에 맞는 직업을 선택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한 청년들, 일류·일등이 아니라도 자신이 정말 즐겁게 할 수 있는 그 일을 선택하는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축복해 줄 줄 아는 가슴이 푸근한 어른들이 공존한다면 우리나라도 먹이가 충분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먹이만을 찾아 외국으로 떠돌지 않아도 되는, 간혹 먹이를 찾아드는 얼굴 다른 이들에게도 내 먹이를 나누어 줄줄 아는, 환하게 웃는 얼굴로 각자의 먹이를 찾아 즐겁게 먹이 활동을 할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철새들의 천국, 텃새들의 천국, 곧 우리들의 천국이 아닐까.
▲에세이 문예 등단 ▲평택 문협 회원 ▲한국에세이작가연대 회원 ▲독서토론논술 문화원 원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