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저마다 자기 자신을 위해 삶과 죽음의 의의에 관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영혼은 배우지 않는다. 다만 원래 알고 있던 것을 떠올림 따름이다. (다우드 엘) 현자는 언제나 만물 가운데서 도움을 발견한다. 왜냐하면 그에게 주어진 재능의 본질은 모든 사물 가운데서 선을 이끌어 내는 데 있기 때문이다. (존 러스킨) 정치적 승리, 수입의 증가, 너희 가운데의 병자의 회복, 멀리 갔던 벗의 귀가 같은 행운은 너희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너희에게 드디어 좋은 날이 온 것이라고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그것을 믿어서는 안 된다. 너희 자신 외에 너희에게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에머슨) 인생의 사명이라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바깥 세계에서 찾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다. 너희의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은 너희 자신의 마음에 있다. 그러나 그것은 싹의 상태로 있으니, 너희는 선한 생활로 그 해답의 싹을 틔우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만이 예지에 이르는 유일한 길이다. (류시 말로리) 벗을 찾아 헤매는 자는 가련하다. 왜냐하면 참으로 충실한 벗은 자신뿐이며, 밖에서 벗을 찾는 자는 자기 자신에게 참으로 충실한 벗일 수 없기 때문이다. (소로) 누가 가르쳐준
1800년 5월 그믐에 정조는 교시를 발표했다. 오회연교(五晦筵敎)였다. 앞으로 본격적인 개혁정치를 하겠다는 정조의 야심에 찬 선언이었다. 재위 26년 만의 결단이었다. 즉위 초 조정은 결코 그에게 호락치 않았다. 권력을 장악한 노론세력은 아버지의 죽음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고 정조에 우호적인 남인과 소론은 미약했었다. 그런 불리한 조건 속에서 정조는 스스로 부하를 만들어 써야 했다. 그래서 만든 제도가 초계문신(抄啟文臣)이었다. 과거 급제한 자들 중 당파색이 옅은 젊은 인재를 선발해 규장각에서 3년 동안 특별교육을 시킨 후 관직에 나가게 한 것이다. 그들과 함께 정조는 조선 후기의 찬란한 진경문화시대를 열었다. 중국 일색의 문화를 조선중심으로 바꾸었으며 실생활에 적합한 실용적인 정책들을 개발해 위민정치를 실시하였다. 사병화되고 있던 오군영을 대신한 장용영이라는 조선 최강의 군대를 육성해 자주국방의 초석을 놓았으며, 신해통공을 반포하여 누구나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했고, 수원 화성을 건립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기득권 세력이 아성을 구축하고 있는 수도 한양을 천도할 구상까지 했었다. 심지어 그는 즉위하자마자 노비추세관을 폐쇄하는 등 장차 노비해방까지도 구상했었다.
영국의 런던에서 열린 G7 주요7개국 외에 한국,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아세안(ASEAN, 동남아국가연합) 초청으로 외교장관회의는, 5월 4일부터 5일까지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하며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성명에서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등으로의 중국의 진출을 비판하고, 규범에 근거한 질서를 훼손할 수도 있는 일방적인 행동에 강력히 반대했다. 그리고 홍콩정세, 신장위구르자치구 및 티베트에서의 인권침해에 우려를 표명하고 중국에 대해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존중하도록 촉구했다. 또 타이완 문제와 관련해 '타이완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명기하고 '양안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 했으며, 타이완이 WHO 세계보건기구 연차총회에 참가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의향을 표명했다. 또 무역과 투자 분야에서 중국의 불공정 관행이 있다며, 국제적으로 경제적 역할에 걸 맞는 의무와 책임을 완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법의 지배 등에 입각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유지하는 중요성을 강조하고, 동남아국가연합과 협력해 가겠다고 밝혔다. 금년의 외교장관회의에서는 각국의 외교장관이 중국에 대해 다양한 우려를 지적함에 따라, 공동성명도 중국을 강력히 견제하는 내용이다. 또한…
토고(Togo)는 아프리카 서쪽에 있는 작은 나라다. 이 곳 역시 기본소득이 싹트고 있다. 토고정부는 코로나 위기를 타개하고자 연대보편소득(revenu universel de solidarité)을 긴급히 내 놓았다. 이는 기본소득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8-5-5. 이 숫자들은 토고의 수도 로메(Lomé) 거리의 판매상들, 재봉사들, 요리사들이 코로나 정국에도 아이들을 양육할 수 있게 해 준다. 코로나로 직업을 잃은 여인들은 각자의 핸드폰에 이 세 숫자를 누르면 연대보편소득을 받게 된다. 노비씨(Novissi). 이 프로그램의 이름이다. 노비씨는 Togocom(T-Money)과 Atlantique Télécom (Flooz)을 이용한 전면 디지털 장치다. 지난해 도시가 봉쇄된 4월 8일에서 6월 6일까지 로메와 차우조(Tchaoudjo)에서는 57만 명이 노비씨에 접속했다. 이런 규모는 아프리카 사상 처음이다. 로메에서 시작된 노비씨는 코로나의 악화로 활동을 제약받던 시기, 농촌지방 수두(Soudou)까지 확대됐다. 신청대상은 18세 이상 토고인. 단, 성인임을 전자카드로 증명하고 직업과 거주지를 밝혀야 한다. 경제통신장관 로송(Cina Lawson)은…
삶은 죽음을 향한 끊임없는 접근이다. 따라서 삶은 죽음이 더 이상 어둠으로 생각되지 않을 때 비로소 행복한 것이 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쇠사슬에 묶여 있는 광경을 상상해 보라. 그들은 모두 사형선고를 받고 있고, 날마다 그들 가운데 몇 사람이 눈앞에서 죽어 가고 있다. 이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에게는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운명이 보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 있을 때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과연 서로 때리고 괴롭히고 죽이고 해도 되는 것일까? 아무리 흉악한 강도들도 이런 상태에서는 서로 악을 행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모두 그러한 상태에 놓여 있다. 그런데도 그들은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파스칼) 우리는 중요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 갑자기 쓰러져 이내 죽어가는 것을 보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이 매일 조금씩 소모되고 쇠약해지는 것을 알고, 언젠가 결국 죽어버리는 것을 보기도 한다. 이러한 충격적인 사건이 어느 누구의 관심도 끌지 못하고 어느 누구의 마음도 움직이지 못한 채 끝난다. 사람들은 그런 사람에 대해 꽃이 시들거나 잎이 떨어지는 것을 볼 때만큼의 관심도 기울이지 않는다. 단지 그
나는 자주 주검을 마주한다. 요즘 나의 직업은 장의사다. 영구차에서 내리는 유족들을 내가 제일 먼저 맞이한다. 그들은 모두 피곤에 찌든 표정으로 온다. 삼일간의 장례와 마지막 화장터에서의 이별이 유족들을 탈진하게 만들었다. 무표정한 얼굴에는 슬퍼할 기력마저도 남아있지 않다. 영정사진과 위폐와 유골함이 앞장서고 유족들은 추적추적 내리는 비처럼 늘어져서 뒤를 따른다. 나는 영정사진 속 고인을 가름한다. 수목장에서 내가 파는 땅은 지름 30센티, 깊이 50센티 정도이다. 먼저 삽으로 뗏장을 둥그렇게 떼어낸다. 뾰족한 모종삽으로 황토 사이에 끼어있는 돌을 골라낸다. 무덤은 좁고 깊다. 반듯하다. 무덤에 한지를 깔고 고운 모래를 부어 주검을 맞이할 준비를 마친다. 화장터에서 나온 골분은 따뜻하다. 영정사진 속 고인만큼 골분의 무게는 다르다. 어떤 주검은 반근 정도의 무게도 안 되게 가볍고 양이 적다. 그러나 어떤 주검은 뼛가루로 남았지만 무겁다. 대체로 한지에 싼 골분을 부을 때 유족들이 오열한다. 그러나 그 곡성은 길게 가지 않는다. 가끔 남편을 보낸 아내가 울고, 가끔 엄마를 보낸 딸이 구슬피 울 뿐이다. 울 힘도 없는 듯하다. 나는 골분을 고운 모래와 잘 섞는다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한 스물한살 청신한 얼굴이라고 피천득은 쓰고 있다. 연한 살결에 비취가락지를 하고 기다리는 신부와 같은 오월에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이 있어 가정의 달이다. 자식과 부모와 스승이 모두 있는 사람에게 오월은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꽃을 준비하고 아름다운 문장을 고르고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는 남쪽에서의 오월은 분주하다. 고향 이북에는 피천득의 오월에 대한 아름다운 수필도 이벤트도 없다. 그러나 오월에 만들어 먹는 평안도 나박김치가 특별히 맛있었다는 기억은 남아있다. 남쪽보다는 훨씬 겨울이 긴 탓에 함경도 지역은 오월이면 마지막 겨울 김치를 먹고 있을 때 서해안에 위치한 평안도는 조금 따듯하니 새싹이 돋아나는 무를 움에서 꺼내 나박김치를 담근다. 물맛이 좋아 물김치를 많이 담그는가보다. 나박김치는 늘 해먹던 음식이라고 평안도 지역에서 살았던 사람들은 말한다. 봄에 담그는 나박김치는 생기를 얻고자 싹이 돋아난 것으로 골라서 담근다. 바로 먹어야 하기에 얄팍하게 네모지게 나박나박 썰어서 고춧가루를 비벼 색깔을 낸다. 주변의 밭이랑에서 봄기운에 자라는 달래를 한 옹큼 캐서 넣고 미나리도 넣고 마늘과 생강을 넣고 소금물을 슴슴히 가득
지난 주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임상훈의 글로벌리포트'를 읽고 필자는 놀랐다. 포털을 통해 접했다. ‘“한국이 또 입증할 것” 국내언론과 상반된 해외의 극찬’이란 제목의 기사였다. 기사에 대한 나의 평가가 주관적이지는 않을까 우려했다. 댓글을 확인했다. 4500개가 넘는 댓글이 붙었다. 기사를 다른 사람에게 추천한 독자는 1만3000회를 넘겼다. 댓글은 ‘진짜 기사를 읽었다’는 찬사가 주조였다. 독자들의 반응을 한 번 더 검증하기 위해 오마이뉴스 홈페이지를 통해 기사를 다시 봤다. 기사가 끝나고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기'에는 37만5000원이 후원됐다. 이 언론사 다른 기자에게 확인 했더니 이 금액은 최고수준이라고 귀띔했다. 기사는 ‘어둡던 코로나19 터널의 끝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는 희망을 담은 문장으로 시작한다. 미국, 프랑스, 영국과 한국을 비교한 수치(팩트)들은 한눈에 봐도 공이 많이 들어가보였다. 기사는 백신효과를 비롯해 착시효과들을 조목조목 점검해 나갔다. ‘백신접종률’과 ‘2021년 경제전망치’를 들어 두 부분 모두 실패할 것이라는 국내 언론보도들을 반박했다. 백신접종률은 코로나19 방역 성적순은 아니라고 논증한다. 인구 100만 명당 확
완전성에 대한 관념을 가지지 않는 사람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에 만족하고 현실과 다투지 않으며, 그 현실이 그대로 정의이고 행복이며 아름다움이라고 믿고 있다. 그런 사람에게는 아무런 진보도 없고 생명도 없다. (아미엘) 개인의 경우나 집단의 경우나 모두 마찬가지이지만, 완전성을 향한 추진력은 그 개인과 집단이 현재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가질 수 있는 것에 대한 관념이다. (마르티노) “하늘에 계시는 ᄒᆞᆫ님처럼 너희도 완전하라.” 신의 완전성, 즉 모든 사람의 최고선에 대한 이념이야말로 전 인류가 지향하는 궁극의 목표이다. 해안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헤엄치고 있는 사람에게는 저 언덕, 저 곶, 저 해안을 따라 헤엄치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항해하고 있는 사람에게 지침이 될 수 있는 것은 오직 아득한 별과 나침반뿐이다. 아무리 타락한 사람이라도 항상 자신이 지향해야 하는 완전성만은 볼 수 있을 것이다. 신앙은 힘이다. 말이 아니다. 생각이 아니다. 사상이 아니다. 지식이 아니다. 이론도 아니고 학설도 아니다. 술(術)도 아니요 방편도 아니다. 신앙은 힘이다. 살리는 힘이다. 말로써 영혼을 구원하였다는 일을…
단식 10년 전, 한 단식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오십 대초였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놀라웠다. 내 인생 전체를 통틀어서도 특별한 도전이었다. 2-30대에 술담배를 과하게 했다. 1년에 한두 번은 탈이 나서든 쉴 목적으로든 1주일쯤 입원하면서 일했다. 듬직하게 살아 있는 게 기적이다. 당시 나의 체중은 80kg, 키는 165cm. 이 숫자들은 몸과 정신상태가 좋지도 옳지도 않았다는 증거다. 더 정확히 말하면, 생사의 경계선을 겁도 없이 몰지각(沒知覺)으로 뛰어다녔다는 말이다. 단식 돌입 후 두 달이 되었을 때, 체중은 60kg으로 떨어졌다. 그게 정상이었다. 내 인생 중반에 참으로 쑈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회복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지금은 종종 막걸리 한두병쯤 하면서 살지만, 그때는 담배는 물론 술 한 방울도 안하는 일적불음(一滴不飮)이었다. 그랬더니 머지않아 오래 전 나를 떠났던 '조양'(朝陽)이 돌아왔다. 친구들에게 '미스조'가 아침마다 노크한다고 말하면, 소수만 폭소를 터뜨리고 나머지는 영문을 몰라하며 눈만 꿈벅거린다. 몸이 되살아난 것이다. 섭생 그래서 내친 김에, 식생활을 잡식에서 채식으로 변경했다. 일체의 육류는 물론, 좋아하던 바지락 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