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아이 공부를 어디까지 시켜야 할지 고민하는 분들을 자주 만난다. 아이가 어릴 때는 아직 놀아도 괜찮다고 생각해서 음악이나, 미술, 체육 같은 활동을 주로하다가, 초등 고학년에 올라가면서 공부 걱정이 많아지는 걸 종종 목격한다. 옆집 아이는 어려운 영어, 수학 문제를 척척 푼다는데 이제 우리 아이도 자기 주도 학습보다는 학원에 다녀야 하는 건지, 학원에 다니기에 이미 늦은 건 아닌지가 주된 걱정거리다. 걱정의 결론은 선행학습을 해야 하느냐, 현재 배우고 있는 과정에 충실해야 하느냐로 귀결된다. 대화 속에서 이미 부모님이 고민의 정답을 내려놓은 걸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보통 학부모님이 결정한 내용에 힘을 실어주는 쪽으로 대답한다. 교사의 조언으로 학부모의 마음이 바뀌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괜히 불안감을 심어줄까 봐 마음이라도 편하게 해드리려는 일종의 배려다. 그래서 어떤 분에게는 아이를 학원에 보내시라고 강력하게 말하다가, 다른 분에게는 아직 혼자 공부해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는 초등학교 때는 영어, 수학 선행학습보다는 다른 것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폭넓은 독서와 수학 연산 연습, 여기에 기초 체력을 기를
흔히들 도로는 한 나라의 핏줄이라고 한다. 모든 사람과 물자가 도로를 타고 국토 구석구석으로 오고 가기 때문이다. 혈관이 긴밀하게 연결되어야 하듯, 도로 역시 연결이 끊어지면 안 된다. 그래서 인류는 하천이나 산, 바다 등의 지형을 극복하고 지역과 지역, 도로와 도로를 연결하기 위해 교량이나 터널과 같은 도로구조물을 만들어 왔다. 도로구조물에는 하루에도 수많은 차량과 사람, 물자가 밤낮없이 오고 간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안전이 보장돼야 한다. 영화 ‘터널’에서 볼 수 있듯이 터널, 교량 등 도로구조물의 사고는 사회적으로 심각한 손해를 끼칠 수 있음을 우리는 충분히 알고 있다. 특히 과거 성수대교 붕괴사고나, 지난해 12월 발생한 중국 후베이성 고가도로 붕괴, 올해 1월 있었던 미국 피츠버그 교량 붕괴 등 21세기인 현재에도 세계 곳곳에서 도로구조물 관련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경기도 공직자로서 도로구조물 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필자는 지금이야말로 도로구조물 안전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제는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그 답은 스마트 기술에 있
우리 경제 곳곳에서 비상경보음이 울리고 있다. 4월 1~20일 무역수지가 52억 달러 적자를 기록해 지난 3월 한 달간 무역수지 적자(1억 4000만 달러)를 크게 넘어서며 이달 전체로는 사상 최대 규모의 무역적자가 예상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생산자물가지수는 한 달 전보다 1.3%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보였고 상승률만 보면 5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3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과 비교해 4.1% 상승하며 역시 10년여 만에 최고치다. 또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다시 1240원선을 넘어서는 등 요동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 전망치를 낮추면서 한국도 3%에서 2.5%로 크게 내렸다. 반면에 우리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1%에서 4.0%로 대폭 올렸다. 미-중·소의 신냉전에 따른 공급망 교란과 우크라이나 지정학리스크, 지속되는 코로나 파장 등이 맞물린 말 그대로 복합 위기다. 인플레이션에 맞서 미국은 금리인상을 포함한 강력한 금융긴축을 추진·예고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 상승 국면이 적어도 1∼2년은 지속될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되고 있는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은 구조적인 전
모든 인간은 자기 자신에 대한 존경을 요구할 수 있다. 그와 동시에 자신도 타인을 존경해야 할 의무가 있다. 어떤 사람도 수단이나 목적이 될 수 없다. 모든 인간은 만인 속의 인간적 존엄성을 인정하고 그 존엄성에 대한 경의를 표시하는데 인색해서는 안 된다. (칸트) 노동자들의 복지문제에 대해 권력자들은 마치 자신들이 그들의 보호자라도 되는 양 거만하게 말한다. 노동의 존엄성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 거만한 말투는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모욕보다 더 모욕적이다. 노동자를 지극히 동정하는 듯한 그들의 말투 속에서, 원래 노동자에게 가난은 피할 수 없는 것이고, 자신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반드시 가난하고 비참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는 편견을 엿볼 수 있다. (헨리 조지) 민중에 대한 보호는 어느 시대에나 폭력에 대한 구실이었고, 군주제와 귀족제를 비롯한 특권층의 자기 정당화를 위한 구실이었다. 심지어 공화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권력을 장악한 사람들이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것은 고작해야 인간이 가축을 보호하는 것과 같다. 인간은 나중에 그 힘과 살코기를 이용하기 위해 가축을 보호할 뿐이다. (헨리 조지) 사람들은 소심하여 늘 자신을 비하하기만 한다. ‘나는 존재한다.…
검찰 개혁을 위한 민형배 의원의 결단을 두고 말이 많다. 무소불위 권력을 지닌 검찰 정상화의 국회 입법 진행을 위해 탈당이라는 과감하고도 통 큰 선택이다. 개혁을 바라지 않는 이들은 꼼수, 무리수, 혹은 위장 탈당 등 각종 표현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반면 개혁을 원하는 이들은 얼마 남지 않는 국회 시간을 염두에 둔 결기 찬 결정으로 본다. 역사적으로 크고 작은 개혁은 늘 있었다. 대표적인 개혁인 종교개혁이나 미국 노예 해방운동을 보면, 전자는 당시 비리가 심했던 구교로부터 많은 희생 속에 기독교의 전면적 재구성을 통해 개신교가 등장한 과정이었고, 후자는 남북 간 첨예한 의견 대립 속에 전쟁 형태로 진행되었다. 국내의 130여 년 전에 있었던 동학 농민운동 역시 당시 혁명에 가까운 사회 개혁 운동이었다. 혁명은 특정 분야의 부분적 개혁으로는 도저히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발생한다. 혁명은 사회 전반의 개혁을 요구하며, 혁명 주체가 대중의 응축된 개혁 요구에 상응하는 개혁을 이끌어 내지 못하면 실패로 끝난다. 무혈 정권 교체를 이뤄냄으로써 광화문 촛불은 혁명성을 인정받았지만, 아쉽게도 새 정권은 촛불이 요구한 개혁을 하지 못했다. 혁명 정부답게 적
영화 공기살인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을 소재로 했다. 의사이자 주인공인 태훈은 아들의 급성 간질성 폐질환으로 인한 사망과 아내의 급사를 겪으면서 이 상황의 원인을 찾아보려 나선다. 유사한 증상을 겪는 환자들 사례를 살펴보던 그는 아들과 아내가 누웠던 침대 곁 가습기에 시선을 멈춘다. 태훈의 눈빛이 흔들린다. 가습기 살균제는 1994년부터 유통되기 시작해서 2011년 판매 금지가 되기 전까지 17년간 43개 제품, 총 998만 개가 판매됐다. 당시 언론은 가습기를 정기적으로 소독해주어야 한다며 광고와 기사로 가습기 살균제를 소개하고 홍보했다. 제품을 사용한 사람은 400만 명 정도로 추정되며 이 중 56만 명은 몸에 크고 작은 건강상의 피해를 경험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자발적으로 피해를 신고한 사람은 7,685명이고 이 가운데 사망자는 1,751명으로 조금씩 늘고 있다(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끝나지 않은 사회적 참사다. 정부는 독성 물질이 들어 있는 제품을 걸러낼 검증 체계를 갖추고 있지 못했다. 기업은 제품의 독성을 알면서 숨겼다. 이 사건을 ‘안방의 세월호 사건’이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그런데 언론의 관심은…
북한은 4월 13일 평양 보통강 강안 다락식 주택구 준공식을 김정은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한 영상을 공개하였다. 김일성과 김정일 사망 시 중대보도를 낭독했던 리춘히 방송원에게 배정된 주택에 김정은이 방문해서 주택 내부를 살펴보았다. 79세의 리춘히는 연신 기쁘고 행복한 모습을 보였고 김정은은 앞으로도 방송 활동을 잘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이번에 준공된 보통강 강안 다락식 주택구는 북한이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평양 5만 세대 건설과는 별도로 북한 주요 부문 공로자들을 위해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나서서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을 움직여 나가는 핵심 인물들에 대한 보상이자 지속적인 충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보통강 강안 다락식 주택구 지역은 김일성이 ‘금수산 태양궁전’으로 70년대에 가기 이전까지 거주했던 사저인 ‘5호 댁’이 있던 부지로, ‘백두혈통’을 강조하는 북한에게는 매우 상징적 장소이다. 그런데 김정은은 이러한 ‘혁명사적지’를 보존하는 대신 과감하게 헐어서 현대식 강변 테라스 고급주택을 지어 충성심 강한 인물들에게 선사하였다. 김정은은 아마도 자신이 내세우는 ‘인민대중 제일주의’와 ‘애민정신’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만성질환을 주로 치료하는 나는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면 운동습관에 대해서 항상 질문하게 된다. “운동을 어떻게 하세요? 어떤 운동을 얼마나 하세요.?” 가 주 내용인 물음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환자들은 말한다. “ 운동을 해야 하는데 요즘 바빠서 잘 못했어요.” 또는 “제가 운동하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해요.” 또는 “운동을 하고 싶은데 발, 또는 무릎이 아파서 못해요.”이다. 운동을 좋아하고 또 해야 한다는 것도 아는데 바빠서 못했어요.라고 하는 분들의 경우는 이야기하다 보면 헬스장을 끊어놓고 가야 하는데 시간이 안돼서 못 갔다던지 등 특별히 시간을 내어서 하는 활동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운동을 싫어하는 분들의 경우도 그렇다. 운동이 건강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아는데 당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즐겁지 않다. 이런 경우들에서 절충안으로 나는 “특별한 운동이 필요한 게 아니라 그냥 걷기만 하셔도 좋아요.”라고 말한다. “그래요?"라고 반문하며 걷는 건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는 분들이 꽤 많다. 걷는 것이 좋다는 것은 알지만 자신이 지금 고통받고 있는 아토피 피부염이나 자궁질환, 만성위장병, 두통, 불면에 치료에 직접적인 효과가 있는지 때로는 어떤 약보다 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