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나라인가. 나라가 나가가 되려면 나라다운 기본기가 잘 이루어져야 한다. 의사가 의사다워야 하며 교수가 교수답고 목사가 목사다워야 한다. 기자가 정론곡필을 하지 않으며 무엇보다 검사나 판사가 깡패나 건달 짓을 하면 안된다. 정치인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도 하기 싫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작동되는 것이 없다.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 부인이자 오랜 경력의 신경정신과 의사라는 사람이 자신의 인상비평 하나만 믿고 공개적으로 상대 당 유력 대권 후보를 사이코패스로 진단한다. 그러면서 자기의 실수였다고 얼버무린다. 이건 외과의가 환자의 왼쪽 폐를 적출해야 하는데 오른쪽을 잘라내고 나서는 앗 착각했네 라고 하는 것과 같은 얘기다. 환자가 죽고 나서도 단순 실수였다고 얘기하는 식이다. 이게 의사인가. 저자 거리의 약장수도 이러지는 않을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TV에서는 의학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1, 2’가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 드라마를 쳐다보지도 않거나 심지어 비난을 하기까지 했다. 도대체 한국사회 어디에 저런 의사가 있느냐는 것이다. 아무리 판타지를 녹이는 TV 드라마라 하더라도 좀 적당히 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일하는 사람들의 나라를 세우려고 몸부림이다 일해도 몸으로 손발로 일하는 사람들의 나라를 일으키는 것이 우리의 꿈이다 놀고 먹는 사람들이 지배하는 나라 몸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천대하고 짓밟고 밀어내는 나라는 저주를 받아라 그러나 우리는 이 나라가 저주받기를 원치 않는다 이 나라가 아무리 손발 놀려 땀 흘리는 사람들 천대하는 나라라고 해도 이것은 우리의 조국이기 때문에 그래서 우리는 꿈을 버리지 못한다 이 나라가 몸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나라가 되는 꿈을 이 나라가 저주를 받는 것이 아니라 하늘과 땅의 축복으로 해와 달과 별의 축복으로 비와 눈과 바람과 이슬의 축복으로 아니 몸으로 노동하는 이들의 온몸에서 흐르는 땀의 축복으로 자유와 평등 정의와 평화를 누리는 나라 노래와 춤의 나라 모든 담장 무너지고 모두들 이웃사촌으로 허물어지는 나라가 되는 꿈을 우리는 버리지 못한다 최고의 가치가 물방울 다이아몬드가 아니라 노동인 나라의 꿈 종교도 도덕도 철학도 무슨 무슨 주의도 과학도 정치도 예술도 모두 노동의 깃발 아래 모여 하나인 나라의 꿈 겨레 사랑을 말로 하지 않고 얼싸안고 비비대는 몸으로 하는 온몸으로 노래하는 나라 앞산 뒷산의 바위굴과 함께 우직하게 풀이파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건 사슴이다. 소는, 모가지와 상관없이 슬픈 짐승이다. 소의 운명은 ‘워낭소리’와 함께 끝났다.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가는 다큐멘터리 영화만큼이나, 소의 역할 또한 우리 곁에서 지워지고 없다. 들녘에서 논을 갈고 밭을 일구는 건 소가 아니라 기계다. 일터에서 쫓겨난 것은 사람이나 소나 마찬가지이지만, 소에게까지 실업수당이 지급되진 않는다. 고양이처럼 발바닥을 핥지 못하고, 강아지처럼 꼬리를 흔들지 못해서, 소는 반려동물의 명단에서 제외되었다. 소는, 모가지와 상관없이 슬픈 짐승이다. 개와 고양이를 키우듯이 사람은 소를 키운다. 개와 고양이는 주린 정을 채우기 위해서 키우고 소는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서 키운다. 사람은 소를 먹는다. 사람이 고기로 먹는 소는 한해 삼억 마리에 달한다. 고기는 구워 먹거나 삶아 먹거나 날것으로 먹는다. 머리는 쪄서 귀와 코와 혀와 골을 먹고, 뼈는 푹 고아 물을 먹는다. 그렇게 먹다 남긴 것을 갈아서 사람은 일반가축의 먹이를 만든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 중에는 반려동물의 먹이도 있다. 사람이 먹기 위해 죽인 가축의 부산물을 가축이 다시 먹는다. 사람들은 그것을 사료라고 부른다. 개중에는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
정부와 사회 각계각층의 자제 요청에도 민주노총이 노동 현장 개선을 촉구하며 지난 20일 서울을 포함해 전국 14개 지역에서 총파업 대회를 열었다. 조합원과 경찰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있었고 시민들은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특히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이 파업에 참여하면서 학교 급식·돌봄에 공백이 생겨 학사 운영에도 차질을 빚었다. 지금은 지난해부터 1년 9개월여 동안 우리 사회·경제 전반을 짓눌러온 코로나 사태를 딛고 ‘코로나 회복’의 첫걸음을 떼려는 엄중한 시점이다. 개인은 물론 음식점 등 영세업자들이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기나긴 고통의 터널을 통과해야 했다. 자영업자들은 전국 대학에 파업을 반대하는 대자보를 붙이기도 했다. 민주노총의 요구에도 나름대로 이유와 명분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코로나 등으로 인한 고용절벽으로 취업의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신음하는 우리 젊은이들, 음식점 등의 기초 서비스 일자리에서도 밀려나 절규하는 사회적 약자들 역시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사이는 물론, 약자 사이에서도 양극화가 더 심화되는 게 우리의 처연한 경제구조다. 올 들어 9월까지 파업으로 인한 사업장 근로손실일수가 작년보다 21% 가량 늘
2013년부터 8년이 지난 14일 대법원의 확정판결로 비로소 피의자 신분을 벗어났다. 그동안 간첩으로 오인되어 주변 사람들로부터 온갖 멸시와 혐오의 대상이 되어 왔고 사회에서는 거의 격리되다시피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아야 했다. 생업을 위한 어떤 일이나 활동도 할 수 없었지만 이제서야 모든 오해를 털어버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잃어버린 나의 8년은 어디서 보상받을 것인가? 서울시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중 느닷없이 탈북자 간첩으로 몰려 모든 것을 송두리째 잃어버렸던 유우성 씨 이야기이다. ‘유우성 간첩조작사건’으로 알려진 이 건은 2013년 기소되었지만, 이듬해 국정원이 중국 공안의 출입국 도장을 위조해 북한을 왕래했다는 문서를 조작한 것이 밝혀져 무죄로 종결된 사건이었다. 관련된 이야기는 후일 MBC의 사장이 되었던 최승호 피디가 해직 언론인 시절에 만든 영화 [자백]으로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여동생 유가려 씨는 6개월 동안 국정원이 했던 몹쓸 짓으로 아직도 트라우마에 고통받고 있다. 당연히 조작에 참여했던 국정원 직원들은 처벌을 받았지만, 함께 국가의 이름으로 그를 간첩으로 몰았던 검찰은 모두 불기소, 아주 경미한 내부징계로 종결되었다. 문제는 그가
아이들이 지난주까지는 반팔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학교에 왔는데 이번 주에는 두꺼운 겉옷으로 중무장하고 핫팩까지 챙겨왔다. 그도 그럴 것이 날씨가 너무 휙휙 바뀐다. 10월 3일 강릉의 기온은 32.3도로 무더운 여름 날씨였다. 모두 가벼운 차림으로 돌아다녔고 실내에선 에어컨을 틀었다. 110년 만에 가장 기온이 높은 10월이었다. 그로부터 보름이 채 지나지 않은 10월 16일에는 전국 곳곳에 한파 특보가 내려졌다. 다음날인 10월 17일에는 64년 만의 이른 추위가 찾아왔다. 이날 길거리에선 패딩을 입고 다니는 사람을 종종 마주칠 수 있었다. 우리가 알던 계절 순서인 여름, 가을, 겨울 중에서 가을이 통째로 사라져 버렸다. 최근 몇 년 사이 기후 위기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인지 위기감마저 면역이 되어버린 듯하다. 2주 사이에 기온이 30도 넘게 변해도 조금 이른 겨울이 찾아왔겠거니 하며 창고에 넣어 두었던 겨울옷을 꺼내며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정부와 언론에서 열심히 탄소 저감과 넷제로를 위한 계획을 발표하지만 당장 개인 참여해야 하는 강제성 있는 정책들은 보이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나 같은 소시민은 설마 지구 생태계의 상위 포식자인 인간종이 멸망
인생은 그것이 의무의 수행이며 봉사라는 걸 깨달을 때 비로소 합리적인 의미를 지닌다. 우리는 죽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고 있다 '사람의 인생은 방안에 날아들었다가 다시 날아가 버리는 제비와 같다' 우리는 어디선지 모르게 이 세상에 왔다가 어디론지 모르게 떠나간다. 뒤에는 보이지 않은 어둠이 있고 앞에는 짙은 암흑이 있다. 마침내 우리의 때가 왔을 때, 우리가 맛있는 것을 먹었는가? 먹지 않았는가? 부드러운 옷을 입었는가? 입지 않았는가? 막대한 재산을 남겼는가?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는가, 빛나는 명예 속에 살았는가, 멸시를 받으며 살았는가, 학자로 인정받았는가, 무식한 사람으로 여겨졌는가 하는 것이, 우리가 신으로부터 잠시 빌린 재능을 어떻게 활용했는가에 대해 얼마만한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헨리조지) 이 세상의 아주 사소한 일 속에서도 신의 힘이 번뜩임을 인식하는 사람은 지극히 높은 이해력과 지극히 높은 이상을 가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람은 자기 자신도 타인도 존중하며, 사소한 것도 가볍게 보지 않고, 그러한 것들도 모두 하느님의 힘이 나타난 것으로 본다. (페르시아의 루미) 선행이란 사람이 자기 자신에게 해야 하는 봉
우리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은 말과 글이다. 그렇기 때문에 말과 글은 우리의 삶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정치 분야를 놓고 보면, 정치에서 말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소한 80%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말에 신중해야 하고, 자신의 말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말과 관련해 상당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 정치인이다. 그가 구사하는 언어는 일단 쉽다. 쉬운 언어의 사용은 정치인에게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강점이다. 전달력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이런 장점 이외에도, 윤 후보는 국민들에게 솔직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 점 역시 그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이 과해서는 안 된다. 솔직함이 과할 경우에는 실수가 자주 나올 수 있다. 솔직함과 신중함이 함께 가야 하는데, 그에게는 신중함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그동안 윤석열 후보는 많은 실언 논란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실언이 또 터졌다. 이번에는 전두환 씨에 관한 문제다. 지난 19일 윤 후보는 "전두환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언어로써 의사소통을 하고, 문자로 기록을 남기며, 도구를 이용하여 육체적 한계를 극복했기 때문에 만물의 영장이라 배웠다. 아프리카에서 서식하는 사자의 무리는 사냥감을 몰아가는 역할, 매복해서 덮치는 역할, 마지막 숨통을 끊는 역할 등을 분담하여 사냥한다. 이들은 어떠한 방법으로 의사소통을 하여 임무 분담을 정확하게 하는 것일까? 야생에서 태어난 동물들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본능과 단순한 행동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생존 기술을 습득하게 된다. 어린 고양이가 물고 할퀴는 동작을 반복하는 놀이를 통하여 훗날 그들의 생존에 필요한 사냥 기술을 익힌다고 한다. 백수의 제왕인 사자가 진정한 상위 포식자의 위치를 확보하는 것도 끊임없는 반복 학습을 통하여 생존의 기술을 익히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이 없다면 아무리 사자라 해도 생존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면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처하는 인간은 어떠한가? 갓 태어난 순간의 인간은 세상에서 가장 나약한 존재이다. 스스로의 생존능력 자체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후천적인 교육과 학습을 통해 생존 능력을 높여가야 하는 것이다. 다행히 인간의 목숨을…